사드 배치 반대 김천 집회:
8천 명이 모여 ‘제3부지’ 계획에 항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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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군수가 사드에 반대하는 성주군민들의 열망을 배신하며 성주 내 제3부지를 요청하고, 김천과 인접한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이 사드 배치 제3부지로 떠오른 상황에서 8월 24일 김천에서도 대규모 사드 배치 반대 집회가 열렸다.
24일 집회에는 8천여 명이 참가했고, 제3부지 배치에 항의하는 열기가 뜨거웠다.
김천 토박이인 한 공무원노조 활동가는 “김천에서 이렇게 큰 항의 집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미 김천에서는 지난 8월 20일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가 열렸다. 그리고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에 사드가 배치되면 직격탄을 맞게 되는 두 지역, 김천 농소면에서 지역 촛불집회가 열리기 시작했고 율곡동에서 25일부터 촛불집회가 시작된다.
이날 집회에는 김천 혁신도시가 위치한 율곡동 지역주민들의 참가가 규모나 열의 면에서 눈에 띄었다. 율곡동 주민들은 매우 젊었고(김천에서 평균 연령이 가장 낮은 지역이다), 열의가 있었고, 새누리당 국회의원 비판과 ‘김천도 성주도 사드는 안 된다’는 주장에 가장 큰 호응을 보여 줬다.
이날 집회는 여러모로 뜻깊었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위한 분열책으로 ‘제3부지’ 카드를 내놨는데, 이에 대한 항의가 만만치 않음을 보여 준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지지 기반인 경북 지역에서, 성주에 이어 김천에서도 항의가 벌어진 것이다. 박근혜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그리고 이날 새누리당에 대한 강한 불신도 표출됐다.
새누리당 이철우 “집에 가!”
이날 집회에서 가장 통쾌한 장면은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철우가 연단에 올랐을 때다.
이철우는 이날 오전 사드 배치는 군사기밀이므로 정부가 비밀리에 추진해야 한다고 떠들어댔다. 박근혜는 ‘닥치고’ 사드를 받아들이라고 하는데, 이철우는 아예 쥐도 새도 모르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뻔뻔스럽게도 이철우가 연단에 오르자 곳곳에서 항의가 터져 나왔다. 집회 참가자들이 “집에 가!”를 외쳤고, 연단으로 물병도 날아 들었다. 이철우는 항의 속에서 연단에서 내려와야 했고,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집회장을 나갔다.
김천시장은 이런 반발 분위기를 감지한 탓인지, 즉석에서 삭발하며 싸우는 시늉을 했다.
“김천만 사드 안 된다고 얘기하면 안 됩니다”
아울러, 이날 집회에는 ‘제3부지 반대’뿐 아니라 ‘성주도 김천도 사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라는 팻말이 보였고, 김천 민주시민단체협의회(김천 지역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의 협의체)는 행사장 입구에서 “사드는 남한 방어가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이고, “제3부지 거론하며 성주-김천 분열 부추기는 정부를 규탄”하며 “한국땅 어디에도 사드 배치 최적지는 없다”는 올바른 내용을 담은 리플릿을 반포하고, 사드 배치 반대 서명을 받았는데 호응이 컸다. 김천 민주시민단체협의회는 ‘김천사드배치반대투쟁위원회’(이하 ‘김천투쟁위원회’) 내에서도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로 내걸어야 한다고 논쟁했다고 한다.
게다가 박우도 김천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연단에서 “내 자식도 소중한데 남의 자식 안 소중한 것 없습니다. 김천만 안 된다고 얘기하면 안 됩니다”고 주장해 큰 호응을 얻었다.
김대성 공동위원장도 “한반도 사드 배치 결사반대”를 외쳤다.
한편, 이런 분노와 가능성을 보여 줬지만 이날 집회 연단은 새누리당 세력의 주도력이 역력했다. 수석 공동위원장은 연단에서 노골적으로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원래 하기로 했던 장소에 [사드를] 설치하라”며 성산포대 설치 원안을 고수할 것을 촉구했다.
게다가 새누리당과 연계된 연사들은 박근혜 정부 비판은 애써 삼가고 국방부만 성토했다. 김천시장과 경북도의회 의장, 엄청난 항의를 받은 국회의원 이철우도 연단에 올랐다.
이는 ‘김천투쟁위원회’의 구성과 세력 관계의 반영일 것이다.
김천 민주시민단체협의회 소속의 한 활동가는 ‘김천투쟁위원회’에 새누리당 세력이 밀고 들어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동위원장 5명 중에 3명이 새누리당 시의원이고, 시의회 부의장이 수석 공동위원장이다. 부위원장단은 새누리당이 장악하고 있는 시의원들로 구성돼 있고, 실무진도 관변단체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사드 반발 여론과 민심 때문에 “투쟁” 운운하면서 머리띠를 묶고 삭발까지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지만, 성주군수의 배신이 보여 주듯 이들은 전혀 일관성 없고 언제든 뒤통수를 칠 것이다.
이런 모순과 약점이 있지만, 정치적으로 볼 때 성주에 이어 김천에서 벌어진 항의가 사드 배치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곤혹스러움을 더해 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활동가들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전국적인 저항을 조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