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현장 노동자 97퍼센트가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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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단협에서 세종호텔 사측은 계장급까지 도입돼 있는 성과연봉제를 전 직원으로 확대하려 한다. 이에 최근 세종호텔 노동자들은 압도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세종호텔노동조합(이하 세종노조)은 지난 7월 26일부터 3주 동안 현장 노동자 80명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했다. 세종노조는 세종노조 조합원뿐 아니라 한국노총 소속 복수노조인 세종연합노조의 조합원들과 어느 노조에도 가입해 있지 않은 직원들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찬반 조사에 답한 73명 중 71명(97.3퍼센트)이 성과연봉제를 반대했고, 불과 2명(2.7퍼센트)만이 찬성했다. 7명은 응답하지 않았는데 이들도 대부분 성과연봉제를 반대하지만 자신의 입장이 사측에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을까 봐 응답하지 않은 것이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성과연봉제에 대한 큰 분노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당연, 반대죠! 내 임금 깎이는 거 좋아할 사람없고, 인원 충원도 안 되는데 이런 식으로 직원들 힘들게 해서 회사 이득 보려는 제도를 누가 찬성하겠습니까. 윗 놈들은 가만히 앉아 영업이익만 추구하면서 정작 생각해 낸 것이 임금 감봉, 해고, 퇴직이라니.
“사장이란 놈은 앉아서 챙길 만큼 챙기면서, 직원들을 왜 못살게 구는지. 나쁜 놈들, 사악한 놈들.”
성과연봉제의 폐해를 몸소 겪어 온 세종호텔 노동자들에게 압도적 반대는 당연한 결과다. 사측은 성과연봉제를 확대해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삭감하고, 강제 퇴출을 강요하고, 노동 강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이를 통해 경영 악화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겨 왔다.
연봉제 규정(취업규칙)에는 “역량평가와 업적평가를 통해” 연봉을 결정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평가항목에는 조직 가치, 조직 내외 관계 형성, 성과 창출 업적 등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조차 공개하지 않고 사측 멋대로 평가해 연봉을 삭감해 왔다.
지금까지 연봉제 대상 노동자들은 연봉이 대표이사 마음대로 5~30퍼센트까지 삭감돼 왔다. 그래서 성과연봉제 대상 노동자들은 대부분 임금이 삭감됐다. 특히 나를 포함해 노조 활동을 해서 사측에 찍힌 노동자들은 몇 년 사이에 연봉이 절반으로 깎이기도 했다.
또 사측은 성과연봉제를 강제 퇴출 수단으로도 활용했다. 2014년에 계장급 이상 성과연봉제를 확대한 이후 임금을 삭감하고 권고사직을 종용해 10여 년 넘게 일한 장기 근속자 23명을 강제 퇴출했다. 지난해에도 5년 이상 일한 노동자 29명을 퇴출시켰다.
게다가 성과연봉제는 노동자 통제를 강화하고 노동 강도를 높이는 구실을 했다. 법정수당(연장·야간·휴일수당)도 연봉에 포함해 장시간 노동이 강요됐다. 노동자들은 인사고과 저평가와 임금 삭감을 우려해 과도한 업무량과 장시간 노동을 군말 없이 감내해야 했다.
이렇듯 성과연봉제는 경영진만 배불리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후퇴시키고 고용불안만 낳는다.
성과연봉제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광범위한 반대를 확인한 만큼 세종호텔 사측은 성과연봉제 확대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교섭 대표 노조인 세종연합노조 지도부도 현장 노동자들의 염원에 따라 성과연봉제 확대 시도에 맞서야 한다. 세종노조도 사측의 성과연봉제 확대 시도에 맞서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더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