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정부의 파업 노동자 군사재판 회부:
커지는 불만에 탄압으로 대응하는 독재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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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국제 노동운동 활동가들에게 연대를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8월 14일 발표했다. ‘알렉산드리아 조선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26명이 지난 5월 체불된 상여금 지급, 임금 인상, 비정규직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과 연좌 시위를 벌인 것 때문에 군사재판에 회부된 것에 항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하단 박스 기사 참조).
이집트 지배자들은 정치적 위기가 심각해지는 국면에서 파업 노동자들을 군사재판에 회부해 온 전력이 있다. 독재자 무바라크를 끌어내린 2011년 혁명 직후인 2011년 6월, 정규직화와 해고 노동자 복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국영 석유기업 노동자들이 군사재판에 회부된 것이 가장 최근의 사례다.(당시 노동자들은 재판 끝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번 탄압도 현 정부의 정치적 위기가 점차 커져가는 것이 그 배경이다.
현 이집트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는 2013년 여름, 시위 진압을 명분으로 무슬림형제단 지지자 1천여 명을 백주대낮에 학살하고서 집권했다. 당시 엘시시는, 혁명 후 들어섰지만 무능한 이슬람주의 정권에 대한 대중적 환멸과 이슬람주의자들에 대한 일부 좌파들의 혼란(‘이슬람주의자들보다는 군부가 낫다’는 혼란)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엘시시 정권의 위신은 크게 낮아졌다. 무엇보다, 아랍 혁명의 발단이 된 경제 위기가 계속 심각하다. 최근 이집트는 IMF에게서 구제금융 1백20억 달러를 받아야 할 만큼 경제 사정이 나쁘다.
그래서 엘시시 정권도 전임 정권과 마찬가지로 대중을 상대로 혹독한 긴축을 밀어붙여야 하는 처지에 있다. 그러나 이를 충분히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경제전문 통신사 〈블룸버그〉는 “이집트의 경제 위기는 엘시시 탓”이라고 투덜거렸다.
이런 위기 때문에 이집트 곳곳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체불 임금과 민영화 조처에 반대해 노동쟁의를 벌여 왔다. 올해 1~4월 노동쟁의가 하루 평균 6건씩 벌어졌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퍼센트 증가한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조선회사’ 노동자들의 쟁의도 불황 때문에 최저임금(공공부문에만 적용됨)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아 온 것이 중요한 배경이 됐다.
더욱이, 이런 위기를 바탕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정치적 목소리도 전보다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엘시시가 사우디아라비아에 홍해의 섬 두 개를 양도하기로 발표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인 것은 그 징조였다. 시위 참가만으로도 징역 5년 형까지 언도될 수 있는 나라에서 당시 시위로 체포된 사람만 수백 명에 달했고, 상당수는 무죄로 풀려났다. 엘시시가 집권 직후 공포정치를 펴면서 시위금지법을 이용해 수많은 반정부 활동가들을 무거운 징역형에 처했던 것과 비교하면 실로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알렉산드리아 조선회사’ 파업 노동자들을 방어하는 것은 서서히 회복되는 이집트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고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미 이집트 현지에서 정당과 사회단체 10여 곳, 2백 명이 넘는 노동조합 활동가, 변호사 등이 파업 노동자들을 방어하는 공개성명을 발표했다.
국제단체 ‘이집트연대’는 파업 노동자들이 다음 재판을 받기 이틀 전인 9월 16일을 ‘행동의 날’로 정하고 연대 메시지와 항의 행동, 자신이 속한 노조 지부에서 규탄 성명 발표 등의 활동을 집중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집트 활동가들의 공개 서한
알렉산드리아 조선노동자 투쟁에 연대를 ―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군사재판 중단하라!
만국의 형제자매들께,
우리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조선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26명에 대한 연대를 요청하고자 이 편지를 씁니다. 그 노동자들은 파업을 선동하고 작업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현재 구금돼 군사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재판은 8월 16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9월 18일로 연기됐습니다.) 군사법정에서는 일반 법정보다 기본권이 더욱 가혹하게 제약당합니다.
5월 24일부터 계속 구금돼 있는 노동자들은 군법을 어기는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그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조선소 생산시설 개선, 화상 등의 산업재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안전 조처 도입 등을 요구하며 평화로운 시위와 파업을 벌였습니다.
또한 ‘알렉산드리아 조선회사’는 군사시설이 아니고 그곳 노동자들은 군인이 아닙니다. 그 노동자들은 회사가 아직 공공부문에 속해 있었을 때, 다시 말해 군에 귀속되기 수년 전에 입사한 사람들이고 따라서 그 노동자들은 민간인이고 군법에 회부될 까닭이 없습니다.
‘알렉산드리아 조선회사’의 소유권은 1960년 설립 이래 꾸준히 바뀌어 왔고, 그 과정에서 군에 속한 ‘해양산업서비스기구’로 [2007년에] 넘어갔습니다. 회사는 이를 빌미로 회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군법에 회부하려 합니다.
알렉산드리아 조선노동자들을 군법에 회부하는 것은 이집트도 [1967년에] 서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입니다. 이 국제 규약대로라면 노동자들은 평화롭게 시위를 벌일 권리를 갖고, 적정한 임금과 작업 환경을 정당하게 요구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와 협상권을 가집니다.
동지들께서 알렉산드리아 노동자들이 직면한 상황을 널리 알리고, 노동자들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는 항의 의사를 이집트 대통령 압델 파타 엘시시와 이집트 노동부 장관에게 보내 주기를 요청드립니다.
민간기업 독립노조 추진위원장 메타와 마흐란
노동조합 활동가 수아드 오마르
독립교사노조 위원장 라에드 알 후세이니
이집트 석유노동조합
노동조합 활동가 파트완 라마단
(최초 작성일: 8월 14일)
(출처: https://egyptsolidarityinitiative.org/alexshipyardletter_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