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공공부문 파업 예고 착취 강화, 공공서비스 후퇴시키는:
성과연봉제를 저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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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 정부가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 1백20곳에 성과연봉제를 강제로 도입했다. 그 뒤 지방공기업 1백37곳에도 도입했다.
노조가 성과연봉제 수용을 거부하자, 공공기관 경영진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이사회를 열어 강행했다. 노동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할 때는 노조나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은 가뿐하게 무시됐다.
오죽하면 국회입법조사처가 이사회를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은 법률적 효력이 없다고 발표했다. 최근 국가인권위도 정부의 2대 지침(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쉬운 해고 허용)은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그래도 정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며 막무가내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성과연봉제와 같은 ‘기준’을 확립해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확산하고 싶어 한다. 법률적 논란과 노조의 반발을 묵살하는 이유다. 일단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면 노조들이 계속 거부 투쟁은 못할 것이라고 보는 듯도 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경제 위기 때문에 지배자들은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 수익성을 지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성과주의 임금체계는 사용자의 통제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임금 하락을 압박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즉 착취율을 높이는 효과적인 수단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성과연봉제 공격은 노동개악 추진에서 가장 핵심적인 전선이다. 올 초 경총 회장 박병원이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해고도 명예퇴직도 필요 없다’ 하고 말한 데서도 기업주들의 숙원임을 알 수 있다.
수익성
특히 공공부문에서 성과주의 강화는 공공부문 운영에서 수익성을 더 강화하려는 것과 직결된다. 가장 흔한 방식은 정규직의 노동강도를 높이고, 부족한 인력은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것이다. 이것이 전임 코레일 사장에서 최근 새누리당 최고위원으로 ‘승진’한 최연혜가 철도에서 흑자를 낸 ‘비법’이다. 2014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철도공사에서 정규직은 8백37명이 줄었고, 간접고용인 용역 노동자는 6백5명이 늘었다. 전체 인력은 줄고 비정규직이 늘었다.
이미 공공기관 노동자 세 명 중 한 명이 비정규직이다. 수익성을 더 우선시하면 가장 열악한 처지인 간접고용 비중이 더 늘 수밖에 없다. 동시에 공공기관 적자를 줄인다며 공공 요금 인상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성과 평가는 공공부분 노동자들이 사용자들의 압력에 맞서기 더 어렵도록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노동자들은 징수율이 중요한 평가 기준인데, 성과 평가가 강화되면 연체자들에게 가압류 등 비인간적 압박을 하도록 더욱 내몰릴 것이다.
원자력연구원은 민간 제약사들이 외면한 희귀 소아암 환자들을 위한 치료약을 생산해 왔는데, 최근 “경제성 있는 품목”이 아니라며 치료약 생산에 난색을 표했다. 약 생산이 중단되면 소아암 환자들은 심한 후유증이 동반되는 전신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한다.
이처럼 공공부문에 성과주의를 강요하면, 서비스 질이나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돼 공공기관 노동자들뿐 아니라 다른 모든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정부가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성과연봉제 반대를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난하는 것은 완전히 위선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성과연봉제 저지 투쟁은 정당할 뿐 아니라, 전체 노동운동이 공공부문 투쟁을 적극 엄호해야 한다.
9월 공공부문 파업
9월 하순부터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과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9월 23일 금융노조가 하루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9월 27일부터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철도,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공공기관 노조들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기에 한국노총 소속 공공노련과 공공연맹도 대규모 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성과연봉제·퇴출제 지침 폐기, 이사회의 일방 도입 무효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이 요구를 수용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4월 총선에서 정부가 참패하자 정부에 맞서 싸워 볼 만하겠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와 분열은 첨예하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없다는 범여권의 위기감 때문에 쟁투가 극심하다.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가 〈조선일보〉와 싸우는 지경이다.
지배자들의 갈등과 분열을 기회로 삼아 투쟁을 전진시키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사용자인 정부의 위기를 한층 가속화시킬 수 있고 투쟁이 성과를 낼 가능성이 커진다.
또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투쟁하면 지지를 모으는 데 유리할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조건 지키기,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민영화 반대, 공공서비스 확충은 전체 노동자들에게도 이로운 것들이다. 80여 단체가 ‘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성과·퇴출제 저지 시민사회공동행동’을 만든 것도 이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은 가장 잘 조직된 부문이다. 노조 조직률도 59퍼센트다. 역대 정부들은 공공부문 공격을 ‘개혁’의 지표로 내세웠지만, 공공부문 노조들의 저항 때문에 그 계획들은 종종 좌절됐다. 철도·전기·가스 민영화는 부분 추진에 머물렀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도 간부들에게만 적용됐다.
따라서 공공부문 노조들의 조직력을 적극 사용해야 한다. 필수 공공서비스 제공자들이 그 서비스제공을 중단시키는 것도 마다 않고 싸워야 양보를 얻어 낼 확률이 커진다.
2013년 철도 파업이 그토록 대중적 지지를 얻었지만, 필공 파업을 고수함으로써 파업 파괴력이 크게 떨어져 결국 민영화 계획을 좌절시키지 못했던 것을 곱씹어야 한다. 철도 파업 이후 다시 전열을 갖춘 정부는 공공부문에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한편, 공공부문 파업과 투쟁이 벌어지는 9월은 여소야대 국회가 본격 진행되는 시기이다. 여소야대 국회를 이용해 정부를 압박하면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기대함 직하다.
그러나 최근 더민주당이 세월호 특별법 개정 열망을 배신하고, 조선·해운 구조조정 청문회의 핵심 증인인 최경환·안종범 증인 채택 요구에서도 후퇴하며 정부 숨통을 틔어준 점을 봤을 때, 더민주당에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점에서 공공운수노조 집행부 등이 더민주당에게 노사정 논의와 사회적 합의의 장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은 부적절하다. 설사 국회에 사회적 합의의 장이 마련된다 해도, 성과연봉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 야당이 주도하는 기구가 노동자들에게 유리한 논의를 도출해 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공무원연금 개악 등에서 봤듯이, 더민주당이 많은 경우에 노동자 투쟁에 교란 요인이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따라서 9월 공공부문이 실제 파업에 돌입해 강력한 힘을 보여 줄 때 목표를 성취하는 데 한 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