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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잠정합의안 압도적 부결:
조합원의 의사를 거스르려던 지도부에 제동을 걸다

이 글은 ‘노동자연대 기아차모임’이 8월 29일 발행한 리플릿의 일부를 수정·보완한 것이다.

지난 8월 25일 현대차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 역대 최대의 반대(78.5퍼센트)로 부결됐다. 조합원들은 지난해보다 임금 총액이 3.5퍼센트나 삭감되고 12월 말까지 임금체계 개편을 합의·시행한다는 문제 있는 안을 단호히 거부했다. 울산 공장에서는 무려 85퍼센트가 부결을 선택하며 분노를 보여 줬다.

고약하게도 진보 언론 〈매일노동뉴스〉는 현대차 잠정합의안을 두고 “저성장 시대에 노조의 ‘임금 극대화 전략’이 효력을 상실하고 있다”며 임금 인상 투쟁의 의의를 깎아 내렸지만, 현대차 조합원들은 압도적 반대로 이런 평가를 무색케 만들었다. 노조 집행부의 자신 없음과 달리, 기층 조합원들은 임금 공격을 용인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런데 현대·기아차지부 집행부는 이런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투쟁을 발전시키기보다, 부결 이후에도 잠정합의안의 의미를 애써 설득하는 모습이다.

박유기 집행부는 “임금피크제 확대 철폐가 상징하는 중요성은 우리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노동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사측은 임금피크제 확대를 일단 거둬들이는 대신 성과금을 포함한 임금 총액을 지난해보다 삭감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더구나 신입사원에 대한 임금 차별, 임금체계 개편 논의 등도 포함하고 있다.

현대차지부가 이런 임금 삭감을 수용하게 되면, 이것이 전체 노동현장에 미칠 악영향을 생각해 보라. 임금 동결, 임금피크제 도입, 임금체계 개악은 올해 사측이 밀어붙인 공격의 3종 세트였다. 따라서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봐야지, ‘임금피크제 확대를 막았다’고 자화자찬하는 것은 부정직하고 부정확한 평가다.

기아차지부 김성락 집행부도 현대차의 잠정합의를 추켜 세우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성락 집행부는 쟁대위 소식지에서 “그룹사 공동교섭, 공동투쟁으로 임금피크제 철회 성과를 만들었다”며 박유기 집행부를 두둔했다. 기아차 조합원들도 현대차 잠정합의안을 보며 분노했었는데 말이다. 김성락 집행부의 태도는 기아차 조합원들의 기대치를 낮추려는 얄팍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임금 삭감? NO!

사측은 지불 여력이 충분하다

현대·기아차 사측은 ‘경제 위기가 심각하다’고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 올해 사측은 임금피크제 확대, 임금체계 개악, 임금 동결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저들은 우리의 피땀을 쥐어짠 결과, 경제 위기 속에서도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 사측의 위선과 달리 지금 지불 여력은 차고 넘친다.

기아차는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 7천7백3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7.3퍼센트나 증가한 것이다. 현대차는 약간의 이익이 줄기는 했지만, 그런데도 당기순이익이 3조 5천3백21억 원이나 된다. 사내유보금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해 1백10조 원을 넘어섰다.

더구나 저들은 지난해 주식 배당금을 무려 40퍼센트나 높였다. 정몽구와 정의선이 지난해 가져간 배당금만 1천2백72억 원이다. 정몽구는 올해 상반기에도 연봉으로 42억 원을 챙겼다.

이는 ‘경제 위기’ 운운하며 우리의 임금 인상을 낮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갔는지를 보여 준다.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우리의 임금을 공격하는 사측의 뻔뻔함에 이가 갈린다.

김성락 집행부는 현대차만 쳐다보고 있을 것인가?

지금 정몽구는 어떻게든 우리의 임금을 깎으려고 혈안이다.

이런 정몽구에게 2~4 시간 파업을 하다 ‘성실교섭’이란 이름으로 정상 조업을 하는 안일한 파업 전술로는 양보를 얻어 내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현장 조합원들의 투지만 약화시킬 뿐이다.

기아차 현장에서는 이미 ‘김성락 집행부가 해바라기처럼 현대차 협상만 바라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성락 집행부는 더 이상 시간 끌며 현대차 눈치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기아차 3만 4천 조합원의 힘을 믿고 전면적이고 단호한 전면 파업을 준비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현대차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투쟁 수위를 높여 생산에 타격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투가 진행되는 동안, 집행부는 조합원들이 관심 갖는 통상임금, 신입사원 임금 차별, 온전한 8+8,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해고자 복직 요구 등에 대해서는 거의 강조하지 않았다. 통상임금은 교섭조차 열리지 않고 있는 그룹사 공동교섭에서 해결하겠다고 하고, 비정규직 조합원들의 정규직 전환 열망은 교섭에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이럴 거면 도대체 대의원대회에서 요구안은 왜 확정한 것인가?

김성락 집행부는 현장 조합원들의 소중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 투쟁을 회피하려고 요구를 삭감해서는 안 된다.

현대·기아차지부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당당히 내걸고 전면 파업에 나서야 한다.

박근혜의 정치 위기를 이용해 현장 투사들이 나서자

박근혜 정부와 기업주들은 노동자 쥐어짜기에 필사적이다. 그러나 집권당의 4월 총선 패배 이후 지배자들 사이에 이전투구와 분열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우병우 게이트, 대우조선 비리 등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일전을 불사할 태세로 폭로전을 벌이며 싸우는 꼴은 이들의 분열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 준다.

이럴 때 현대·기아차처럼 잘 조직된 노동자들이 단호한 투쟁으로 나선다면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다. 이는 더 많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무해 노동자 쥐어짜기 정책에 제동을 걸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장의 좌파적인 활동가·투사들이 저들의 위기를 투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조합원들의 열망을 올곧게 반영하지 못하는 집행부만 믿고 있을 수는 없다. 기층에서 분노를 결집하고 투쟁을 조직해 김성락 집행부를 견인·견제하고, 조합원들에게 대안적 지도력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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