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홍수:
제재 강화가 아니라 인도적 지원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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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함경북도 일대가 홍수로 수많은 인명 피해와 수재민이 발생했다. 피해 규모가 매우 큰 것 같다. 북한 인민대중의 고통이 더 가중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지난 8월 말 태풍 라이언록이 북상하면서 두만강 일대에 집중호우가 내렸고, 두만강 수위가 급격히 올라갔다. 1백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위였다고 한다.
그래서 무산, 회령 등 함경북도 주요 지역이 모두 홍수 피해를 입었다. 북한 당국도 ‘해방 이후 최악의 재앙’이라며 피해가 심각함을 인정하고 국제적 지원을 요청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유엔 인도 지원 기구들이 작성한 ‘함경북도 홍수 피해 공동 보고서’를 보면, 인명 피해는 사망·실종을 포함해 무려 5백 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고 주민 수십만 명이 수재민이 됐다. 해령시 강안동처럼 마을 전체가 “온전한 건물이 한 채도 남지 않고 모두 파괴된” 곳도 있다. 유엔 인도지원조정국은 적어도 북한 주민 14만 명에게 긴급 구호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몰인정
홍수로 피해를 입은 건 북한의 평범한 주민들이다.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집과 생필품을 잃어버린 함경북도 주민들은 질병·식량난·추위 등으로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몰인정한 우익 박근혜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회피하고 있다. 통일부는 인도적 지원과 북핵 문제를 연계해, 사실상 수해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임을 못 박았다. 박근혜 정부가 국회에서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에 “인도적 지원” 조항이 있음에도 통일부는 이번 홍수 피해가 북한인권법의 “인도적 지원” 조항과 관계없다고 우기고 있다.
정부가 대북 제재의 일환으로 민간인의 대북 접촉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남한 민간 단체들의 대북 지원도 여의치 않다.
박근혜 정부가 이토록 대북 인도적 지원에 인색한 것은 대북 제재 강화를 위해서다. 박근혜가 마치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자신이 북한 주민을 돌볼 것처럼 말해 온 것이 완전한 위선임을 드러낸 것이다. 남쪽에서는 쌀 풍년으로 쌀값이 폭락하는데도 북한에 어떤 구호 식량도 보내지 않겠다니 냉혹하기 짝이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도 우파적인 상호주의 입장에서 인도적 지원을 반대한다. “북한 당국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면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안철수의 대북관도 박근혜 정부 못지 않게 우파적이다.
그러나 제재 강화는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도 못할뿐더러, 수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만 가중시킨다.
2013년 미국이 북한의 조선무역은행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선정하자, 이에 압력을 받은 중국은행들이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를 끊었다. 그러자 북한에서 활동하는 국제 구호단체와 유엔 기구들이 북한 현지 활동에 필요한 운영비를 송금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어야 했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정부는 민간 단체가 북한에 보내려 한 결핵 치료약의 반출 승인을 제때 해주지 않아 북한 결핵 환자 1천5백 명이 위험에 처한 적이 있었다. 정부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뒤늦게 반출을 승인했다.
이렇게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례 외에도 제재 강화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유형무형으로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지금 북한의 평범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재 강화가 아니라 인도적 지원이다. 박근혜 정부는 조건 없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당장 나서야 한다. 그리고 대북 제재 조처를 모두 철회해야 한다.
북한 지배 관료에게 인민의 안전은 뒷전이다
북한에서 홍수는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심각한 재해이다. 특히, 1995년과 1996년 홍수는 북한 경제 위기와 겹쳐 엄청난 재앙이 됐다. 그 뒤로도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홍수로 계속 큰 피해를 입었다.
북한은 핵실험을 여러 번 할 능력이 있는 중간 규모의 공업 국가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주기적인 홍수 피해를 예방할 사회기반시설을 수십 년째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핵무기와 달리, 홍수 예방 같은 인민의 안전은 북한 지배 관료에게 투자의 우선 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인민 중시”를 내세운 게 얼마나 모순적인지가 드러난다. 김정은이 추진해 온 ‘경제와 핵무기 병진 노선’의 모순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