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철도 활성화 방안:
철도 민영화는 ‘사고철 악몽’을 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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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국토부는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10년간 신설될 36개 노선 중 14개 노선을 민간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단지 선로 건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민간 사업자는 선로를 건설한 뒤 철도공사에 빌려 주고 선로 사용료를 징수할 수도 있고, 직접 열차를 운행할 수도 있다. 신설 구간을 기존 철도와 연결하면 기존 노선에서도 철도공사와 경쟁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9월 7일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 김광림과 더민주당 의원 송기헌 등이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민자철도를 더 확대해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공기업인 철도공사는 여러 철도 기업 중에 하나여야지 공기업으로서 “혜택”을 누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즉, 민간자본이 철도 산업에 뛰어들 수 있게 민간자본의 편의를 최대한 봐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토부 민자철도팀장은 이미 “많은 민간 업자들이 저희와 활발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부천 소사역~고양 대곡역을 연결하는 복선전철사업은 현대건설이 맡아 12월에 착공할 예정이다. 또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천 송도~강릉 고속철도 사업은 포스코건설과 대림산업이, 김천∼거제 고속철도는 현대건설이, 오송∼평택 고속철도는 현대산업개발이 추진하고 있다.
최근 철도 민영화 추진이 다소 늦춰지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과는 달리, 민자 철도 방안은 적극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재정 지출 삭감을 위해 철도 같은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고, 대신 민간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민자철도를 활성화하게 되면, 철도공사는 수익성 경쟁에 더 내몰리게 될 것이다. 이는 철도공사가 요금 인상, 적자선 폐지, 인력 감축 등을 밀어붙이게 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이것의 폐해는 이미 건설된 민자철도들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인천공항철도는 철도 부문에서 처음으로 민자로 추진된 노선인데, 예측 수요에 미치지 못해 정부 보조금이 너무 많이 들어가게 되자 결국 2009년 철도공사가 인천공항철도를 인수했다. 그러나 2015년에 정부는 인천공항철도를 다시 매각했다. 이후 인천공항역~서울역 구간 요금은 4천1백50원으로 올랐다. 서울역에서 청라역까지는 1천8백50원인데, 다음 정류장인 운서역까지 가면 요금이 3천2백50원으로 껑충 뛴다. 이렇게 황당한 요금 체계는 모두 민간자본의 수익을 보장해 주기 위한 조처다. 민간 자본이 운영하는 신분당선도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분당선보다 1천2백 원, 광역버스보다 4백50원이나 비싸다.
안전
서울지하철 9호선도 2012년에 1천50원이던 요금을 1천5백50원으로 올리려다가 상당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민자철도 확대는 공공성이 아니라 수익성을 더 노골적으로 우선하게 만들 것이고, 이는 열차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한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개통 당시부터 비용절감을 강조하며 5무(無), 즉 역장, 역무실, 매표소, 현업사무소, 숙직을 없앴다. 역에 여러 명이 상주하며 교대로 근무하는 다른 지하철 공사와 달리, 지하철 9호선 승무원들은 비숙박 근무다. 열차운행 시간에 맞춰서 출퇴근을 해야 해서 피로도가 매우 높다.
최근 김천에서 선로 유지보수 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노동자 두 명이 KTX에 치여 숨졌다.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KTX 열차가 지연됐는데, 지연 운행 사실을 모른 채 작업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제2의 구의역 사고인 셈이다. 외주화가 이런 참사를 낳고 있는데, 하물며 민간 자본이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더 노골적으로 유지·보수 인력을 줄이거나 외주화를 확대하면 이런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한, 민자철도 확대는 2005년 일본 후쿠치야마선 참사와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인다. 전동차가 탈선하면서 아파트에 충돌해 승객 1백6명과 기관사 한 명이 사망하고 5백62명이 부상한 이 사고는, 이 지역에서 11곳이 넘는 철도 회사가 경쟁하다가 일어난 비극이었다.
사고 열차의 기관사는 운행 시간이 많이 지연되자 과속한 상태에서 역에 진입을 하다 사고가 났다. 철도 회사들이 열차 시간표를 초 단위로까지 짜면서 기관사들을 압박했고, 열차가 늦으면 징계를 줬기 때문에 기관사가 받은 압박이 상당했다.
이러한 비극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수익을 우선하느라 안전과 공공성을 내팽개칠 민자 철도 확대 방안은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