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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구조 개악 반대한다

전국의 화물 노동자들이 9월 24일 서울로 상경해 집회를 갖고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구조개악 저지와 법제도 개선을 위한 하반기 투쟁을 결의한다.

국토교통부는 8월 30일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이 계획을 토대로 하반기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3월 8일 박근혜가 서비스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서 “화물운송시장 진입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 지 하루 뒤에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화물운송시장의 낡은 제도를 혁신하고 매년 5천여 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공언한다. 그러나 정작 이 “낡은 구조” 때문에 가장 고통 받아 온 화물 노동자들은 “진정한 구조적 문제는 외면한 채, 물류·유통기업의 이익만을 반영한 구조 개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입제

화물 노동자들은 화물운송시장의 지입제와 다단계 중간착취 구조로 인해 낮은 운임과 운송사의 횡포에 시달려 왔다.

화물 노동자가 빚을 내서 화물차를 마련해도 정부로부터 화물운송사업을 허가 받은 사업주(운송업체)와 위수탁계약(지입계약)을 맺어야만 화물운송을 할 수 있는 것이 지입제도다. 이렇게 지입료만으로 먹고사는 회사가 전체 운송업체의 절반이 넘는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일반화물의 94.5퍼센트(대략 21만 7천대)가 지입차량인데, 월평균 지입료는 19만 2천 원이다. 화물 노동자 전체가 매달 4백17억 원, 1년에 5천억 원이 넘는 돈을 지입료로 고스란히 빼앗기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화물운송 허가를 받은 번호판을 운송업체가 소유하기 때문에, 운송업체들은 화물 노동자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번호판 ‘웃돈’을 갈취해 왔다.

화물운송시장 진입 제한 완화는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떠넘기는 것. ⓒ출처 화물연대

지입제는 다단계 중간착취를 만연케 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지입제 때문에 화물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고 ‘물동량’만 확보해서 운임의 10퍼센트를 알선수수료로 챙겨 먹고사는 주선업체들이 난립한다. 결국 다단계로 ‘물동량’ 알선이 이뤄지면서 40퍼센트에 이르는 금액이 알선수수료로 빠져나가 화물 노동자들은 애초 운임의 절반을 겨우 넘기는 수준의 돈만 받기도 한다.

정부도 지입제의 문제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2014년에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일부 개정해서 운송사가 함부로 위수탁계약을 해지하거나 화물 노동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계약기간 6년’으로 보장 기간을 한정했다. 6년이 지나면 다시 운송업체들이 ‘번호판 권리’를 마구 휘두르며 횡포를 부릴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서도 지입제의 문제점은 알지만 없애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화련·통합물류협회와 같은 운송·물류 기업들이 지입제 폐지와 직영 확대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물 노동자들은 “지입차주(화물 노동자)의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거나, 직영차량의 비중을 점차 높여 나간다는 정부의 보완책도 지입제가 존재하는 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수급조절 폐지

노동자들은 정부의 이번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 “정작 문제의 원인인 지입제는 내버려 둔 채, 오히려 수급조절을 폐지해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의 핵심은 1.5톤 미만의 택배용 화물차, 소형 화물차의 수급조절을 폐지한다는 방안이다. 화물차 수급조절은 2004년부터 화물차 공급과잉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돼 왔다. 노동자들은 소형 화물차의 수급조절이 풀리면, 소형차 자체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톤급 상향조정으로 전체 화물차의 과잉 공급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

물류·운송 기업들이 화물차 직영 확대는 한사코 거부하면서 수급조절 폐지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떠넘기기 위해서다. 특수고용직인 화물 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의 권리, 고용의 안정성을 거의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화주·운송업체는 매달 차량 할부금, 보험료 납부를 걱정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더 낮은 운임을 강요하려고 수급조절 폐지를 요구해 왔다. 운임뿐 아니라 과적, 장시간 운행도 강요하기가 더 쉬워져, 대형사고의 위험이 높아지고 도로 안전도 더욱 위협받게 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우려가 공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최근 화물운송 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화물정보망 어플(‘화물앱’)만 봐도 알 수 있다. 노동자들은 화주가 지급하는 운임은 알지 못한 채, ‘화물앱’에서 제시하는 운임만 보고 화물운송을 선택해야 한다. 조건이 좋지 않은 물량들이 ‘화물앱’으로 몰리고, 과적 문제가 있어도 일감이 부족한 노동자들은 이 곳에서 물량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이미 CJ대한통운과 아시아 최대 물류 스타트업이라는 ‘고고밴’ 등이 화물정보망 어플에 진출해 있는데, 정부는 이번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서 ‘화물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

디딤돌

화물 노동자들은 높아진 위기감 속에서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구조 개악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며 9월 24일 상경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지역에서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예년보다 더 뜨거워진 호응을 실감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9월 24일 서울에서 결의대회와 함께 연달아 치러지는 조합원 총회에서 정부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하반기에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벌일 것을 결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화물 노동자들과의 약속을 번번이 어긴 정부가 하루 상경 집회와 파업 결의만으로는 좀체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따라서 9월 24일 집회를 디딤돌로 삼아 실질적인 파업을 준비하고, 더 많은 화물 노동자들이 투쟁에 동참할 수 있도록 호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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