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파업:
단호함과 함께, 화물연대의 동참이 요구된다
〈노동자 연대〉 구독
9월 29일 여의도 광장에 5만여 명의 파업 노동자들이 모여 기세 좋게 집회를 열었다. 박근혜 정부의 심화되는 위기가 노동자들에게는 자신감을 북돋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여당이 국감을 보이콧하며 ‘파업’을 벌이는 등 여야 대치 정국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듯하다. 설사 여당이 국감 정상화에 나선다 해도 정부의 핵심적인 노동 개악 쟁점(성과연봉제)에 대한 국회의 전향적 논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은 10월 3일까지 정부가 대화가 나서지 않으면 10월 4일 2차 총력 집중 집회를 열고 무기한 파업을 벌이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바로 이런 때 서울지하철과 도시철도노조가 9월 29일 서울시와의 합의를 도출해 파업을 중단하고 복귀한 것은 아쉽다.
또한 서울시 관계자가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를 추진하겠다는 결정이 성과연봉제를 아예 도입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고 했는데도 복귀한 건 의아하다. 행자부가 서울시의 ‘노사 합의’ 추진을 정면 비판하며 반드시 추진해 가겠다고 천명한 것을 봐도 성과연봉제 도입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설상가상으로 9월 30일 오후 2시에는 부산지하철 쟁위대책위원회가 허무하게 파업 종료를 선언해 버렸다. 그런데도 공공운수노조 지도부가 이를 “사측에 전향적 입장으로 교섭에 나올 시간을 주고 대화 분위기를 선제적으로 조성 위한 조치”라고 정당화해 준 것은 납득이 안 간다. 더구나 부산지하철의 업무복귀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이 기세 좋게 고조되는 상황에서 투쟁의 김을 빼고 파업 대열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철도, 파업 무력화 시도에 맞서야
정부는 이런 각개격파 전술에 따라 철도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처로 나아갔다. 철도공사는 철도노조 지도부 9명을 형사고소 했고, 직위해제는 141명으로 늘었다.
게다가 오늘부터 대체인력 공개채용을 시작했다. 기관사 3백35명, 정비 분야 70명, 사무 분야 5백95명 등 모두 천 명을 채용한다는 것이다. 이 규모는 지난 2013년 파업 당시 채용한 대체인력 규모의 갑절에 이른다. 사측은 파업 추이를 보아 최대 3천 명까지 채용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필수유지업무제도를 통해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극도로 제약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번 파업에도 6천여 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했다.
대체인력을 아예 신규 채용하기까지 하겠다는 것은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더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천명한 것이다. 어제 국회 국토부 국감에서 철도공사 사장 홍순만은 “성과연봉제는 합법, 파업은 불법”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지금 상당한 정치 위기에 처해 있지만, 심각한 경제 위기 시기에 지배자들은 어지간한 압박을 받지 않으면 결코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따라서 파업 노동자들도 정부의 파업 무력화 공격에 맞서 단호한 조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필수유지업무 근무 조합원들의 초과 근로를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이미 철도 중앙쟁대위는 ‘안전운행실천지침(휴일근무거부, 대체근무거부, 연장근로 거부)을 전개’하라는 파업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를 실행해야 한다. 예컨대, 사측은 필수유지업무 근무 중인 기관사 조합원들에게 일명 ‘파업 다이아’라는 근무표를 강요하고 있다. 이는 파업에 따른 운행 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필공 조합원들에게 기존보다 높은 노동강도와 장시간 근무를 강요하는 것이다.
옳게도 일부 지부장들은 사측의 이런 시도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 집행부는 이런 촉구대로 사측의 부당한 초과근로 강요에 맞서라고 지시해야 한다. 사측의 강요가 단협에 명시된 승무기준안을 위반한 경우가 많다고 하니 노조가 이를 거부하고 싸우는 것은 정당하다.
둘째, 대체인력 신규 채용을 막기 위한 계획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철도공사는 야비하게도 청년 실업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을 철도 파업 파괴자로 쓰기 위해 1개월 짜리 단기 비정규 노동자를 채용하려 한다. 그리고 정규직 채용 때 이 경력에 ‘가점’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기존 정원도 줄여 온 철도공사가 공수표 위험이 높은 ‘정규직 채용 시 가점’ 부여라는 사탕발림으로 청년들을 우롱하는 것은 정말 역겨운 일이다.
또, 단기 훈련을 시킨 후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안전에도 매우 해로운 일이다.
따라서 파업 파괴자 채용 시도를 막아야 한다. 철도 파업을 비롯한 공공부문 파업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 대중적 분위기 속에서, 철도노동자들의 호소는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화물연대
최근 화물연대도 정부의 화물운송 관련법 개악 시도를 막기 위해 10월 중순 경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화물 노동자들은 화물운송시장의 지입제와 다단계 중간착취 구조로 인해 낮은 운임과 운송사의 횡포에 시달려 왔다. 정부의 법제도 개악은 노동자들의 조건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현재의 공공부문 파업에 화물연대의 파업이 결합되면 양쪽 모두에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파업이 지속되면서 화물 운송, 특히 시멘트 화물 수송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시멘트 재고는 7~10일 사이에 재고가 바닥이 나는 데다 9월부터 11월 사이에 시멘트 수송이 몰려 있는 기간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건설 기업들이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파업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철도 화물 수송 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도로 수송으로 대체하는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은 철도와 화물연대 모두의 파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화물연대는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데다, 2013년 철도 파업 때도 대체수송 거부를 선언하는 등 연대에도 적극 나선 전통이 있다.
이정원(노동자연대 조직노동자팀원; 노동자연대를 대변해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