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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클린턴과 트럼프 둘 다 미국 권력층을 대변한다

11월 8일 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둔 지금,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근소한 차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힐러리를 지지하지 않는 것의 영향이 크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힐러리는 민주·공화 양당의 역대 대선 후보 중 둘째로 적은 지지를 얻고 있다(역대 최저는 트럼프다).

양당 대선 후보의 지지가 이토록 낮은 상황의 근저에는 경제 위기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커다란 환멸이 깔려 있다.

오늘날 미국 노동계급의 생활 수준은 몹시 열악하다. 미국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물가 인상을 감안하면 50년 동안 고작 1.5달러 올랐을 뿐이며(시급 19.2달러→20.7달러), 그나마도 뉴욕 시가 추산한 4인 가족 적정 생계비(32달러)의 60퍼센트 수준이다.

반면 양극화는 세계 최악 수준이다. 상위층의 소득 비중은 불황기에도 꾸준히 늘어, 2015년 전체 국민소득의 22.1퍼센트가 상위 5퍼센트 가구에 집중됐다. OECD의 임금 불평등 통계 지표(하위 10퍼센트의 임금 대비 상위 10퍼센트의 임금)를 봐도, 미국은 5.03배로 조사 대상 국가들 중 가장 불평등하다.

2008년 오바마는, 이와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노동자 민중의 변화 염원에 올라타 집권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집권 8년 동안 생색내기 이상의 복지 정책을 시행하지 않았고, 빈곤과 양극화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 노동자·서민들 사이에는 지배층과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크다. 미국 유권자의 72퍼센트가 기성 정치인을 신뢰할 수 없다고 본다.(〈워싱턴포스트〉)

힐러리 클린턴은 스스로 그 지위에 올랐지만, 기득권층을 대변해 온 인물이다. 힐러리는 남편 빌 클린턴의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월가 금융자본과 대기업들의 충실한 대변자로서 공격적 자유시장 정책을 한결같이 옹호했다. 그 시절 힐러리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을 거들었다. 또, 오바마 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재임할 때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지금 힐러리는 당선하면 경제 정책을 NAFTA를 체결한 빌 클린턴에게 맡기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힐러리는 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의 사외이사 경력도 있다.

힐러리는 복지 공격에도 열심이었다. 이미 빌 클린턴 정부 시절 힐러리는 빈민 가구 지원금을 삭감하는 공공복지 개악을 적극 지원했으며, 흑인들의 처지를 크게 공격하는 폭력범죄통제지원법을 옹호하며 흑인들을 “심각한 약탈자”라 비하한 것으로도 악명 높았다.

대외 정책에 있어서도 힐러리는 공세적 제국주의자다. 힐러리는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적극 지지했다. 국무장관을 지낸 힐러리는 리비아와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에 앞장섰으며, 오바마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미군을 증파하는 데 큰 책임이 있다. 또 힐러리는 라틴아메리카 온두라스에서 일어난 우파 쿠데타를 배후 조종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에서도 힐러리는 공세적 대외 정책을 앞장서 추진했다. 힐러리는 “아시아의 성장과 역동성을 이용하는 것은 미국의 경제적·전략적 이익에 매우 중요하”므로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에서 동맹을 규합해야 한다고 역설해 왔다. 9월 26일 대선 후보 토론에서도 힐러리는 ‘해외 정치에 (동맹들과 함께) 적극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신이 앞장섰던) 오바마 정부의 대외 정책을 옹호했다.

이처럼 힐러리는 “해외 군사 개입에 대한 욕망”(〈뉴욕타임스〉)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노동계급의 삶을 파괴하는 미국 지배자들의 전략을 주도한다. 그래서 힐러리가 여론의 반발을 의식해 TPP 지지를 철회하는 듯한 말을 흘리고, 후안무치하게도 자신은 이라크 전쟁을 지지한 적 없는 척해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힐러리를 “믿을 수 있다”는 유권자가 전체의 20퍼센트를 밑도는 것은 이 때문이다.(〈월스트리트저널〉)

아웃사이더?

제도권 정치 전반에 대한 환멸을 배경으로,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가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며 부상할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는 주류 정치인들이 월가에 매수됐다고 맹비난하며, 자신은 부자라서 매수되지 않을 것이라 으스댔다. 트럼프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이주민·무슬림·유색인종·여성 등에 대한 차별 발언을 일삼았다. 공화당 내 극우 정치 조직인 ‘티파티’를 지지하던 우파적 백인들 상당수가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트럼프의 경선 승리를 막지도 못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는 대졸 미만 학력의 백인층에서 힐러리에 크게 앞서고 있는데, 이들의 삶을 파괴한 자유시장 경제 정책을 트럼프가 문제 삼으며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가 강세를 보이는 일부 경합주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이 미국에서 가장 열악한 곳이다. 이 지역의 백인 노동자들은,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계속 해외로 이전하는 상황에서 (주로 멕시코 계) 이주노동자들과 저임금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절망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본 이동 규제, 이주민 악마화,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 설치 같은 우파 포퓰리즘적 선동으로 파고들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공약들은 노동자들의 문제를 전혀 해결해 주지 못한다. 백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커질수록, 미국 노동자들이 ‘국익’에 매달릴수록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게 더 쉽게 저임금과 실업을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억만장자인 트럼프 역시 기득권층의 일부다. 트럼프는 이미 미국 지배계급의 이해관계에 맞춰 자신의 언사를 조금씩 손질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자신의 ‘고립주의’적 주장에 대한 지배자들의 불만을 무마하려 애쓴다. 9월 26일 대선 후보 토론에서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가 아랍 지역에 충분히 공세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나토(NATO)와 함께 중동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주류의 반발을 감안해 기존의 ‘나토 무용론’을 뒤집은 것이다.

전에도 트럼프는 미국의 해외 군사 개입을 찬동했던 자다. 트럼프는 (9월 26일 토론 때는 말을 바꿨지만) 이라크 침공을 처음부터 적극 지지했고, 대선에 뛰어들면서는 이슬람 급진주의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중동에 지상군 3만 명을 파병하자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아이시스를 상대로 전술 핵무기도 쓸 수 있어야 하며, 미국이 핵무기 현대화 등으로 군사력을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렇게 보면 트럼프도 힐러리 못지않게 공세적인 제국주의자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슬로건 역시, 미국 중심의 세계 체제를 유지·강화해야 한다는 미국 지배계급의 노선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샌더스의 힐러리 지지는 잘못된 선택

미국의 많은 진보 운동가들은 트럼프가 당선할까 봐 우려하며 대선에서 힐러리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타깝게도, “정치 혁명”이라는 슬로건 하에 힐러리에 맞서 경선을 치렀던 버니 샌더스도 그중 하나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버니 샌더스는 민주당 경선 기간에 대기업과 월가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힐러리 클린턴을 ‘1퍼센트의 대변자’라고 몰아붙였다. 민주당 주류가 총력을 기울여 샌더스를 방해하고 공격했지만, 수많은 청년들이 샌더스를 지지해 몰려들었으며, 일부 노동조합들도 샌더스를 지지했다. 1천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샌더스에 투표했다.

그러나 샌더스는 경선에서 패배한 후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다. 수십 년 동안 좌파를 민주당 투표 부대로 동원하는 데 쓰인 ‘공화당 후보가 당선하면 전례 없는 우경화가 몰아칠 것’이라는 협박과 공포 조장 논리가 이번에도 반복됐다.

샌더스가 “항의성 투표를 할 때가 아니”라며 그 자신이 경선 기간 동안 격렬하게 비판한 힐러리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그 주위로 몰려들었던 변화의 열망은 기세가 꺾였다. 소수는 민주당에 남았지만, 다수는 실망하면서 샌더스를 떠났다.

트럼프의 약진이 미국 주류 정치의 우경화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힐러리도 버니 샌더스와 치른 격렬한 경선 때문에 가끔 왼쪽 언사를 하지만 우파적으로 처신한다.

두 제국주의자 중 누가 집권하든 미국 정부는 전 세계를 더한층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차악론에 혹해 힐러리를 지지해서는 샌더스의 “정치 혁명”을 지지했던 진보 대중을 위한 변화를 쟁취할 수 없다. 그보다는, 양대 친자본 정당에 맞선 좌파적 대안을 거리와 작업장에서 참을성 있게 건설해야 한다. 힐러리와 트럼프 두 기득권 인사 중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 노동자 대중은 백악관에 맞서 더 나은 삶을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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