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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소:
거짓말, 속임수, 은폐에 근거한 위험한 산업

지난 9월에 일어난 규모 5.8의 지진은 하루 만에 경주와 울산, 부산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 넣었다. 멀리 서울에서도 진동을 느낄 정도였다. 한 달 가까이 여진이 계속되고 있고 이 지역에 지진 가능성이 큰 활성단층이 있다는 보고서와, 이 보고서를 정부가 4년 넘도록 은폐해 왔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핵발전소가 밀집한 경주 지역에 활성단층이 있다는 주장은 20여 년 전부터 국내외에서 제기돼 왔다. 일본의 일부 학자들은 핵발전소가 밀집된 “고리·월성 일대가 활성단층대로, 30년 이내에 한번은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연합뉴스〉 2016년 9월 20일치)

현재 고리(부산 기장군)에는 7기의 원자로(정확한 명칭은 핵반응로)가 있고 월성(경주시)에도 6기의 원자로가 있다. 월성 핵발전소는 이번 지진 때문에 기준치 이상의 진동을 겪어 1~4호기를 수동으로 정지시켰다. 특히 월성 1호기는 땅이 고르지 못해 이미 기울어져 있어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출처: 환경운동연합 ⓒ그래픽 조승진

이러니 누구든 2011년 후쿠시마 핵 사고를 떠올릴 것이다. 당시 사고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의 핵반응로 4기가 폭발했다. 이 폭발로 65년 전 미국이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핵폭탄의 1백68배나 되는 방사성 세슘 137이 대기 중에 유출됐다. 폭발 이후 유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은 측정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직도 핵반응은 계속되고 있고 언제 완전히 멈출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제어할 수 없게 된 핵반응로를 조금이라도 식히려고 5년간 퍼부은 물로 후쿠시마 앞 바다는 물론 태평양 전역에 방사성 물질이 확산됐다. 이 위험한 물질은 자연의 순환을 따라 생태계에 축적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 웹사이트에 게시된 방사능 검사 결과를 보면, 수산물 검사 대상의 11퍼센트에서 세슘 134와 세슘 137이 검출됐다.(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수입 금지 조처에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며 2015년 5월 한국 정부를 WTO에 제소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군색할 수밖에 없다. 정작 국내 핵발전소 사고는 쉬쉬하며 숨겨온 데다가 ‘소량의’ 방사선은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꺼지지 않는 불

후쿠시마 핵 사고는 핵발전이 애당초 얼마나 불안정한 기술인지 잘 보여 줬다. 당시 사고는 지진 해일로 전기가 끊기고 발전기마저 물에 잠겨 냉각 장치가 멈춘 것이 핵심 원인이었다.

핵발전은 우라늄의 핵분열 연쇄 반응을 이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온 열로 물을 끓여 수증기의 압력으로 발전용 터빈을 회전시킨다. 문제는 핵분열을 시작하는 것은 비교적 쉬워도 멈추는 것은 어렵다는 데 있다. “꺼지지 않는 불”이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모든 핵발전소가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이 냉각 문제다. 냉각 때문에 대량의 물이 필요하고 그래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바닷가에 짓는다. 커다란 강이나 호수를 끼고 짓기도 한다.

9월 12일 지진으로 흔들린 대형 매장의 내부

이 점 때문에 일본에서도 수십 년 동안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위험이 지적됐는데도 바닷가에 핵발전소를 지어 운영했다. 한국에서도 지진 위험을 애써 못본 체하며 월성과 고리에 핵발전소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아무리 수많은 안전 장치가 있다 해도 어떤 이유로든 냉각수가 돌지 못하는 순간, 핵발전소는 통제불능이 된다.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이유는 너무 많다.

핵발전소 경영자들은 불량 부품을 공급받는 대신 뇌물을 받아 왔고, 조그만 사고는 물론 큰 사고도 은폐해 왔다. 정부는 ‘국민이 불안해 할까 봐’라며 지질 조사 결과를 비롯해 핵발전과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를 숨긴다. 심지어 월성 원전의 경우 일부 지진계가 고장 난 상태였다는 사실이 이후 폭로됐다.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해 설치한 ‘피동형 수소 제거 설비’의 80퍼센트는 성능 검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안이 있나?

핵발전이 경제적이라는 신화는 많이 약화됐다. 당장 2017년 6월이면 영구 폐쇄될 고리 1호기에서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고 해체하려면 1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비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토지, 핵연료, 기술 개발 등에서 정부의 보조금이 없다면 핵발전은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에서 핵발전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지만 미국의 경험을 보면 대략 짐작할 수는 있다.

‘우려하는 과학자 연합’이 2011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에서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에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이 생산 원가의 70~100퍼센트에 이른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도 핵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정책이 실제로 추진되고 있다.

최근 원자력문화재단은 현재 핵발전량을 모두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면 전기요금이 88퍼센트(가구당 연간 50만 원) 인상된다고 보고했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경우 이 비용은 훨씬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정도의 비용은 산업용 전기요금만 깎아주지 않아도 가계의 추가 부담 없이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2013년을 기준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주택용 전기요금과 똑같이 거두면 늘어나는 수입이 주택용 전기요금 총액의 83퍼센트나 된다.

결국 정부는 재정(세금)으로 핵발전소 건설·운영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발전 ‘원가’를 낮춤으로써 기업들에 전기를 값싸게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각종 세금과 비싼 전기요금 같은 부담을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핵발전과 핵무기

한국 지배자들이 엄청난 위험과 재정 부담을 무릅쓰며 핵발전에 집착하는 이유는 핵무기를 보유하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다. 박정희가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려다가 들통나 미국의 경고를 받고 그만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후에도 “한국 정부는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추출 등을 시도해 왔다.”(IAEA의 2004년 감사 보고서) 한국 정부는 오랜 노력 끝에 2015년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권리를 일부 인정받기도 했다.

지난 9월 22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서균렬 교수는 ‘생존을 위한 핵무장국민연대’ 출범식에서 연설했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쏟아냈다.

“박정희 대통령 때 뿌린 씨앗이 이제 열매를 맺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플루토늄 내폭형 핵폭탄 설계도면을 보았습니다. 그것보다 더 좋은 설계도들이 떠돌아다니고 있고 대학원생들이 만들고 있습니다. 핵물질도 있습니다. 우라늄 농축 실험 모든 시설을 폐기했지만 머리 속에 다 있습니다. 플루토늄은 월성 1~4호기에 상상하지 못할 만큼 쌓여 있습니다. 계산을 해 보니 4천5백 기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핵발전은 평범한 노동계급의 삶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그러기는커녕 안전을 위협하고 엄청난 경제적 부담과 핵전쟁의 잠재적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핵발전소는 모조리 폐쇄돼야 한다.

방사선과 건강

지난 2011년 정부는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를 발표했다. 20년에 걸쳐 3만 6천1백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연구에서 정부는 “원전 방사선과 주변지역 주민의 암 발병 위험성 간에 인과적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는 과학적 증거는 찾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연구를 종결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 등은 같은 자료를 재분석해 2년 만에 정부의 분석이 엉터리였음을 밝혀냈다. 결론은 정반대였다. 원전 주변 주민의 갑상샘암 발병 위험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국제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가 2006년에 발표한 것인데, 이 연구는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을 떨어뜨렸을 때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방사선량과 암 발생률 사이에 비례 관계가 있다”. 조금이라도 방사선에 더 노출되면 그만큼 더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정부 ‘기준치’는 일상 생활을 하면서 불가피하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뜻하는 것이지 그 이하는 안전하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이 기준치는 50배 가까이 높아진다. 물론 인체의 저항력이 갑자기 50배 커지는 것은 아니다.

마땅히 이런 연구를 수행했어야 할 세계보건기구(WHO)는 1959년 5월 28일 핵발전 확산 기구인 IAEA와 협약을 체결했는데, 그 내용은 WHO가 핵과 관련된 내용을 발표하려면 IAEA에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때 이후로 WHO는 방사능과 건강에 관한 아무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핵산업계의 일원이거나 그들의 후원을 받아 온 일부 과학자들은 방사선의 유해성을 과소평가하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핵산업계 인물들이 정부의 핵발전 규제 기관과 대학의 연구소 등을 옮겨다니는 회전문 현상은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인 문주현 동국대 교수가 한수원이 발주한 연구를 수행한 이력이 폭로돼 물러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