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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경찰 물대포에 소화전 사용 더는 안 된다”
살인적 물대포는 사라져야 한다

오늘(10월 5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CBS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경찰 물대포에 서울시가 물을 공급하는 일은 “앞으로 더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화재 대응에 써야 할 물을 데모 진압에 쓰게 하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면서 “긴박한 상황이 아니면 소화전 물 사용은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시·도지사가 소방용수시설 유지·관리의 책임을 진다. 박원순 시장은 전날 국정감사에서도 백남기 농민에 대한 물대포 사용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터라, 경찰에 대한 이번 비판은 사실상 백남기 농민에 대한 책임 회피로 일관하는 박근혜 정부를 비판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은 물대포가 안전과는 어떤 관련도 없는 끔찍한 시위 진압 무기일 뿐임을 보여 줬다. 이에 대한 항의도 계속돼 왔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직후에도 노동·시민사회 단체들은 ‘물대포 추방’을 요구했다. 박원순 시장의 강경 발언은 바로 이런 압력 속에서 나왔다. 물론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빠진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경찰 당국이 예전처럼 물대포 진압을 위해 소화전을 맘대로 사용하는 데에 당분간 부담을 느낄 법하다. 또한 경찰의 무자비한 시위 진압에 대한 분노하는 목소리에 좀 더 힘이 실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미 한 무고한 농민이 물대포로 목숨을 잃은 터라 만시지탄이란 아쉬움이 일견 들기도 한다.

박원순 시장의 말대로 소화전 물 사용은 엄격히 제한돼 있는데도 그간 경찰은 도심 집회에서 빈번히 이를 무시했다. 소방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소방용수시설을 사용해선 안 된다. 그런데 경찰은 박근혜 정부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마다 걸핏하면 물대포를 꺼내 들고 소화전의 물을 마구 갖다 썼다. 경찰이 지난해에 쓴 소화전 용수는 2백75 톤에 이른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때도 경찰은 그날 하루 쓴 물의 62퍼센트가량(1백26톤)을 소화전에서 빼다 썼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집회에서도 경찰은 33.2톤의 물을 뿌려댔는데 이 중 90퍼센트(30톤)를 소화전에서 빼다 썼다. 5월 1일 메이데이집회 때 사용한 물대포는 모두 소화전 용수였다. 경찰은 이 물에 최루액을 섞고 캡사이신까지 무차별적으로 살포했다. 집회장 일대가 약품으로 생긴 거품으로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 때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소화전 용수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했지만 경찰은 무시로 일관했고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2010년 시위 참가자가 물대포에 맞고 실명하는 사건이 벌어진 후 영국 내무부가 물대포 사용을 제한하기도 했다. 지금 한국 경찰이 사용하고 있는 살수차에 사용된 소방펌프를 사람에게 사용했을 때 안전하다는 검증 결과도 없다.

결국 화재 등 재난을 대비해 목숨을 구하는 데 쓰여야 할 소화용수가 무고한 사람들을 다치게게 하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앗아가는 데에 쓰인 것이다.

지금 경찰은 백남기 농민이 머리에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는 장면이 버젓이 영상으로 남았는데도 지난 3백17일 동안 어떤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 검·경은 한술 더 떠서 사인을 밝혀야 한다면서 부검을 집행하려 시도하고 있다. 마치 유족들이 연명 치료를 거부한 것이 문제라는 식으로 치 떨리는 책임전가까지 하려 한다.

박원순 시장이 원천 불가가 아닌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앞으로 경찰 당국이 법률적 틈새를 비집고서 '사고 대비', ‘공공의 안녕’ 운운하며 물대포 사용 압력을 넣을 수 있다. 최근 서울시가 성과연봉제 일방 도입을 반대하자 정부가 신경질적 반응을 쏟아내며 협박했듯이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감이 상당한 때라 더욱 그렇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에도 민중총궐기에 갑호비상령을 내리는 등 저항이 확대하는 것을 막으려 애썼다. 박원순 시장이 정부와 경찰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말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 좌파는 박원순 시장의 발언 등을 이용해 운동을 전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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