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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브렉시트 ― 영국 정부는 강한 척하지만 지배자들 안에서도 적을 만들고 있다

[영국의 보수당 총리] 테리사 메이가 지난주 [10월 2~5일] 버밍엄에서 열린 전당대회를 이용해 보수당과 정부를 급격히 오른쪽으로 몰고 갔다.

메이가 한 연설을 주되게 채운 것은 정치적 상징이었다. 예컨대, 메이는 “[영국 내 유럽연합 관련 법규를 무효로 만드는] 대폐지법”을 도입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사실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다. 유럽연합 탈퇴에 따라 1972년 [영국이 유럽공동체 가입을 목적으로 만든 국내법이자 1993년 유럽연합 가입의 기초가 된] 유럽공동체법은 당연히 폐지되는 것이고, 새 대폐지법은 유럽연합 탈퇴 이전까지는 효력을 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상징 정치는 자체 논리를 갖고서 결과를 낳았는데, 내무장관 앰버 루드가 [이민 억제를 위해] 기업들한테 저마다 외국인 노동자 명단을 [정부에] 제출하라고 요구한 데서 가장 두드러졌다. [런던정경대의] 외국인 교수들이 외무부에 조언하는 것을 금지한 터무니없는 조치와 더불어, 이런 요구는 매우 폭넓은 영역에서 여론을 들끓게 하고 사람을 질리게 했다.

[보수당 전당대회 때 나온] 연설들에는 흥미로운 점이 있었는데, 바로 기업들의 심기를 얼마나 거스를 수 있는지 보여 줬다는 점이다. 메이가 “당신 스스로 세계시민이라 생각한다면 당신은 어디를 가도 시민이 아닙니다” 하고 말할 때 주되게 비난한 대상은 바로 기업주들이었다.

그러나 자본의 논리는 세계주의적이다. 지난 세대 때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가 일군 신자유주의 공세에는 자본을 국가의 규제와 단속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농장, 공장, 은행, 대학 할 것 없이 각종 일터에 이주민이 유입하는 것은 이 과정의 일부다.

그렇다면 테리사 메이는 신자유주의를 역행하려는 걸까? 결코 그리 볼 것이 못 된다. 공격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언사는 부분적으로 본인이 보수당을 꽉 틀어잡기 위한 것이다. [보수당의] 한 브렉시트 지지자가 〈옵저버〉에 이렇게 일렀다. “유럽연합 잔류파가 총리에 앉은 덕분에 우리 탈퇴파가 완전히 득을 봤음이 드러났습니다. 이제 메이 총리는 자신의 진심을 보수당과 [당내] 탈퇴파에게 끊임없이 증명해야 합니다.” 민족주의 수사는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영국독립당한테 뺏긴 표밭을 되찾으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유럽연합 탈퇴를 표지로 내세웠던] 영국독립당은 보수당이 유럽연합 탈퇴를 받아들이자 나자빠졌다.

내뱉은 말일 뿐이더라도 실제 효과를 낸다는 것이 [테리사 메이에게는] 골칫거리다. 메이는 세계 자본의 면상에 침을 뱉은 게 됐고, 세계 자본도 여기에 앙갚음했다. 지난주 파운드화 가치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HSBC은행의 수석 외환 분석가 데이비드 블룸이 〈파이낸셜 타임스〉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제 파운드화는 정치와 구조에 영향을 주는 통화가 됐다. 그래서 [경제에] 취약성이 생길 것이고 쌍둥이[무역과 예산 ─ 글쓴이] 적자 문제가 더해진다. 사실상 파운드화는 현재 영국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야당 구실을 맡고 있다.”

그렇지만 테리사 메이가 부딪힌 진짜 난관은 이것보다 훨씬 거대하다. 메이는 버밍엄 전당대회에서 내년 3월에 유럽연합 탈퇴를 규정한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고 나면 2년 동안 [관계 조정을 위해] 유럽연합의 나머지 회원국들과 복잡한 협상을 벌어야 한다.

유럽의 각국 정부들은 영국에 유리한 거래가 되는 게 벌써부터 싫은 모양이다. 한편에서는, 자국에도 유럽연합 반대 정서가 싹틀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영국에 양보하면 다른 회원국들도 저마다 유난스럽게 협의를 요구할 테고, 따라서 유럽연합 전체가 무너지도록 부추길까 봐 겁내는 탓이다.

테리사 메이는 전당대회에 모인 당원들한테 이민을 억제하겠다고 내세워 찬사를 받으면서도 [유럽 나라들과 나눌] 협상에 불리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이미 유럽 대륙은 거기에 반발하고 나섰다. 〈파이낸셜 타임스〉를 보면, 지난주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독일산업연합 연례 총회]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독일의] 기업들은 [영국과] 부문별 경제 협상에 나설 때 ‘원만한’ 협상을 위한다며 ‘유럽의 산업 협회들’이 가하는 압력에 굴복하거나, 유럽연합의 규범, 특히 [노동자] 이동의 자유를 잠시 접어두겠다는 유혹을 떨쳐야 한다.”

런던 금융가와 영국산업연맹[한국의 전경련과 비슷한 단체]이 길길이 날뛸 만도 하다. 이들은 재무장관 필립 해먼드에게 기대를 걸어 왔다. 해먼드는 영국에 기반을 둔 은행과 회사가 유럽 단일 시장에 최대한 접근할 수 있도록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일요일 〈텔레그래프〉는 유럽연합에 부정적인 한 장관의 말을 인용해, 필립 해먼드가 “집요한 비관론자”라고 공격하며 “자기 등 뒤를 조심해야 할 것”이라 경고했다. 같은 날 〈데일리 메일〉은 해먼드와 해먼드 지지자들이, [외무장관] 보리스 존슨, [브렉시트장관] 데이비드 데이비스, [국제통상장관] 리엄 폭스(유럽연합 탈퇴에 앞장선 세 각료)를 두고 “도자기 가게 황소처럼 큰일 낼”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지난주 보수당을 보며 두려움을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보수당은 자기들끼리 분열해 있고, 대기업들과 나머지 유럽 나라들을 어마어마하게 대적하고 있다. 현재 보이지 않는 것은 보수당에 진정으로 맞설 힘, 좌파와 아래서부터의 힘이다. 이런 운동을 건설하는 데 혁명적 좌파의 구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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