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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로부터 듣는다

어떻게 해서 북한을 떠나게 됐습니까?

어릴 때 어머니가 아버지랑 이혼해서 아버지 손에서 자랐어요. 아버지가 사망한 뒤 엄마와 살았어요. (그런데) 의붓아버지랑 맞지 않아서 가출했어요. 가출한 뒤 친구 만나 중국에 가 보자 해서 1998년 4월에 국경을 넘었어요.

농촌에서 죽도록 일하고 소갈이 밭갈이 고생하다가 연길 시내 왔다가 한국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이 도와줘서 한국에 왔어요. 중국에서 싸움도 해 봤고 삥도 뜯어봤어요. 록산청이라고, 비디오방에서 자 봤고, 교회 예배당에도 몰래 들어가 자 봤어요. 경찰에 쫓기기도 해 봤고, 탈출하기도 했고, 맞아도 봤어요. 잡혀서 송환도 여러 번 당해 봤어요. 한 세 번 당해 봤나?

북한에서 경제적 어려움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평민들은 거의 옥수수밥밖에 못 먹어요. 더 가난한 사람들은 죽을 쒀 먹거나 쌀을 조금씩 넣어서 풀을 먹는 사람들도 있고, 아예 더 못 산다면 굶어죽기도 해요.

김일성이 죽은 1994년이 제일 어려워 하루에 뭐 굶어죽는 사람이 100명인가? 북한의 산이 벌거숭이인데, 다 목재 땔감으로 해서 (나무가) 없어요. 그래서 멀리서 보면 산에다 사람을 묻는 게 다 보여요. 학교 갔다 오면서 보면. 묘 묻는 사람들 되게 많이 봤어요.

고아들이 많이 생기고 소위 말하는 꽃제비들이 엄청 많이 불어났고, 어른 노숙자도 많아지고, 도적·살인·강도·강간 이런 게 사회 문제가 됐어요. 쌀 한 자루 때문에 사람 죽이고 살리고 하는 판이니까요.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송환되면 어떤 대우를 받습니까?

중국에서 잡히면 (경찰이) 옷을 다 벗기고 묶어요. 탈북한 사람들이 잡히는 경우, 혹은 안기부 만난 경우 북한에서 알면 죽은 목숨이니까 몸에 이상한 것 갖고 다니면서 잡히면 먹거나 하는 사람들 있어요.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리는 중국 버스에서 뛰어내리다 전봇대에 머리 맞아 죽은 사람도 있어요. 북한에서 신문할 때 깐깐하게 조사해요. 막 패고 (그러다) 죽은 사람도 많아요. 미성년자 경우에는 청년교양소에 넣어요. 그런데 중국에서 안기부 만났다 하면 일단 청년교양소에 감금했다가 성인이 되면 다시 무기형으로 가요.

구걸해서 먹었거나 농촌에서 일했다고 하면 석 달 동안 노동단련대에 보내 일을 시켜요. 몇 번 탈북했는가에 따라 달라요. 처음엔 6개월, 다음엔 1년 지나 나왔다가 또 중국에 가면 1년 살고 ….

중국 정부는 중국 내 북한 사람을 북한에 송환할 때마다 (북한으로부터) 북한 사람 한 사람당 2백 달러씩 받는다는 얘기가 있어요. 중국 사람들 5천 원 벌기가 엄청 어려운데 북한 사람을 재우다가 적발됐을 경우 5천 원씩 벌금을 내려요. 경찰에 신고하면 보상금을 주니 신고가 보편화됐어요.

북한 정부는 탈북자가 생기는 것은 북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CIA나 한국 안기부가 부추긴 것이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아니죠. 그렇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은 0.5퍼센트 될까 말까고, 거의 80∼90퍼센트는 난민이죠. 황장엽처럼 북한에서 죄 짓고 온 사람도 있어요. 저는 황장엽 싫어해요. (그가) 인터넷에서 지껄일 때마다 (저는) 북한으로 다시 돌려보내자고 운동하자고 말하는데, 그 새끼 김정일한테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하다가 김정일 눈밖에 나니까 독재가 싫어서 온 것처럼 말해요. 이제 와서 미국의 앞잡이질 하며 (북한과) 전쟁해야 한다고 지껄이는 놈이에요

남한에 오신 뒤 생활은 어땠습니까? 힘든 것은 없었습니까?

남한에 온 지 4년이 안 됐네요. 어려웠던 점은 문화적 차이(인데 예컨데) … 북한 같은 경우 ‘새침데기’라는 말은 깔끔하고 청순한 이미지예요. 그런데 여기선 아니더라구요. 한 번 (그 말) 했다가 낭패 봤어요.

문화적 편견,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편견도 있어요. 처음보다 많이 풀리긴 했지만, 가장 차이가 나는 건 억양이에요. 억양을 들으면 (제가) 북한이나 중국에서 왔다는 걸 알아차리니까 북한 사람이나 중국 사람이란 허울을 벗으려고 노력해요. 편견이 있는데 내가 그걸 없애기는 힘드니까요.

편견 같은 건 아니지만, 뭐 그냥 애들이 “북한에도 담배 있어요? 맥주 있어요? 과자 있어요?” 하고 물어 봐요. 북한 못 산다고 하니까. 그런 질문받으면 “북한에 그런 거 없다.” 있어도 없다고 말해요.

참 어이가 없잖아요? 북한에도 맥주가 있냐고 묻고. 제가 뭐라고 그러겠어요. 사람 사는 세상에 맥주가 없다고 말하고. “북한에 핸드폰 있어요?” 하는 질문은 좀 낫지만, 그래도 너무 이상한 질문이에요.

한국에 들어오면 ‘하나원’에서 한국 사회에 대한 교육을 적응 단계라고 해서 가르치는데, 진짜 배울 게 없어요. 운전면허나 공부, 한국과 북한의 문화적 차이, 외래어 … 이런 걸 중점으로 가르쳐 줘요. 먼저 온 선배들이 적응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지켜야 할 점, 문화적 차이 등 경험담을 들어보거나 하면 좋은데, 그런 걸 안 하니 솔직히 크게 도움이 안 돼요. 솔직히 운전면허 배워서 뭐해요? 차도 없는데.

정부에 좀더 바라는 게 있다면, 실질적이고 다양한 직업 교육 같은 거예요. 그리고 여기 사람들처럼 평등한 (대우) … 예를 들면, 옛날에 우린 여권이 안 나왔어요. 북한 사람들과 일부 시민단체가 항의해서 여권 나오게 됐는데, 처음엔 단수로 나왔어요. 그래서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우리도 복수 여권 달라” 이래서 복수 여권으로 확대됐어요. 여권 한 번 받으려면 몇 달씩 뒤에 나왔어요.

최근 정부가 발표한 ‘탈북자 지원 개선안’을 어떻게 보십니까? 현금 지원액을 이전보다 3분의 2 가량 삭감하고 인센티브제로 바꾸겠다고 합니다.

(정부의 새 정책은) “열심히 노력해라. 정부에서 살게 해 주겠다.” 하는 건데 그 건 어찌보면 모순투성이 아닙니까? 갑자기 체제가 바뀌었는데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도 정부에서 정착금 깎는 거 보면 엄청난 모순이에요. 자본주의 체제의 경쟁심을 심어주고 노력하게 만드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근데 인센티브를 하되 정착금을 깍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요.

적응 못 하는 사람은 더욱 더 못하게 되고, 브로커에게 돈 주고 (나면) 살 돈도 빠듯한데 …. 임대주택 돈도 내야죠. 임대주택 얻는 데 거의 1천만 원 안팎으로 들어가는데, 정착지원금을 깎으면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임대주택을 못 받는 경우가 생긴다구요.

정부는 탈북자들이 브로커에게 주는 돈을 줄이기 위해 현금지원액을 줄이겠다고 하는데요.

브로커 막겠다는 것은 거의 북한 사람 안 받겠다는 논리죠. 정착금 깎으면서 국내 정착을 돕겠다, 브로커 막겠다 하는 것은 (탈북자) 입국을 찬성하지 않겠다는 거예요. (탈북자의) 거의 90퍼센트가 브로커를 통해서 들어오는데 이것은 거의 안 받겠다는 거죠.

탈북자 수용소, 저는 그것도 되게 안 좋게 봐요.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생각해요. 북한 사람을 위하는 척하면서 입국을 막겠다는 심산 아닐까 생각해요. 〈조선일보〉는 북한 사람 위하는 것처럼 하지만 겉으로만 그래요.

‘기획탈북’ 논란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탈북자 문제가 남북관계를 어렵게 한다며 ‘기획탈북’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한겨레〉나 진보진영에서도 있습니다.

기획탈북은 막아야죠. 이번에 미국에서 나온 북한 인권법안이랑 (탈북자 문제를) 세계 이슈화해서 북한 말살 정책하고 관련될 수 있어요. 또, 남북 관계에서 햇볕정책과 반대되는 거니까 정치적 문제도 내포돼 있어요. 상업적으로 이용되기도 하죠. 또, 한 번씩 ‘기획탈북’ 문제 터질 때마다 중국 정부에서 북한 사람들 단속이 엄청 심해지거든요.

(하지만) 계획을 세워서 (남한에) 들어오는 걸로 얘기하면 지난해 4백몇십 명 들어온 것도 기획탈북인가요? 그건 아니죠. 기획탈북은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죠.

제 말은 중국 대사관에 들어간 사람들은 다 받아줘야 하는데, 뒤에서 조종하지 말라는 거예요. 언론의 힘을 빌어서 (오려 하면) 중국을 자극하고 그러면 북한도 엄청 자극받을 것이고, 그렇게 안 와도 한 사람 한 사람 오면 되거든요. 그렇게 온 사람 엄청 많아요. 입국하되, 조용히 오라는 입장이에요.

미국의 명백한 공작에 의해 입국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대사관에 뛰어든 모든 사람들을, 무엇보다 계획된 도움을 얻으면 ‘기획탈북’이라고 넓게 규정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정부도 애매모호하게 (규정)하는 거죠. 사람들이 ‘기획탈북’을 나쁘게 보는데, 정부는 그걸 긁어서 (탈북자) 전체를 막자는 거 아닌가 싶어요. ‘기획탈북’은 전체에서 1퍼센트 규모인데 과장하는 거예요. 정부가 말하는 ‘기획탈북’ 규정은 반대해야죠. 많은 사람들이 ‘기획탈북’에 반대하니 여론을 이용해서 과장해서 전체 (탈북자들) 한테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탈북자 정책이나 사람들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사람들이 편견을 갖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같은 국민으로 대해 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옛날 속담에 ‘쫑개[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 흐린다.’는 말이 있어요. 탈북자들 중에 살인할 사람도 있는데, 그렇다고 (탈북자가) 다 살인하고 미치광이라고 보편화할 수 없어요. 솔직히 한국 사람들 중에도 그런 사람 많은데, 그런 뉴스 나오면 꼭 탈북자라는 말이 붙어서 탈북자들은 다 그런 줄 알아요.

옛날에 그런 (기사) 신문에 난 뒤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가 제 말투 듣고 탈북자라고 눈치 보고 … 되게 웃겨요. 주민등록증을 주지 말든가, 왜 “니들은 당당한 대한민국 사람이다.”고 하고서는 탈북자 어쩌고 해서 피해를 보게 하냐구요. 그거 불평등이잖아요?

편견을 버리고 언론은 잘못된 방송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제 맘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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