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가 신간 《코빈 동지》를 평한다:
“코빈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것을 핵심 목적으로 삼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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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좌파 제러미 코빈”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신간 《코빈 동지》(책담)가 화제다. 그러나 영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존 더프는 이 책이 코빈(과 좌파)에 대한 우파적 공격을 의도하고 있다고 평한다.
이 책은 전혀 읽을 만한 책이 아닌데, 혹여나 읽더라도 제러미 코빈을 제물 삼아 좌파 일반에 대한 공격이 벌어지는 맥락을 감안하고 봐야 한다. [노골적인 인신공격에 비하면] 그나마 점잖은 태도를 취했을지언정 이 책 역시 그런 공격의 일부이고, 점잔 빼면서 공치사를 살짝 곁들인 비난을 주무기로 삼는다.
이 책의 저자 로자 프린스는 [친노동당 성향의 일간지] 〈데일리 미러〉와 [친보수당 성향의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정치부 기자로 10년을 일했다. 책의 어조를 보면, 프린스가 각종 우파적 생각에 기초하고 있음이 뚜렷해 보인다. 이 책은 코빈의 부모에서 시작해 코빈의 성장기, 노동당 대표 선거와 2015년 12월 ISIS 폭격을 둘러싸고 노동당 예비내각이 분열하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지만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라 생각하는 사람들 층에서 코빈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것을 핵심 목적으로 삼은 책인 듯하다. 이런 사람들을 공략하려면 저자는 코빈을 비난하면서도 자신이 많은 정보에 기초해 있고 공평무사해 보이게끔 해야 한다. 그런데 코빈은 알면 알수록 매우 품위 있고 정직하며 일관되고 원칙적인 정치인으로 보이는지라 저자의 노력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저자는 목적을 달성하려 갖은 술수를 쓴다. 코빈의 “친구들”의 말을 인용하고서 곧이어 비판적인 논평을 찾아 제시하거나 프린스 자신의 비판을 덧붙이는 반면, 코빈을 비판하는 인용구에 대해서는 반론을 덧붙이지 않는 식이다. 또 저자는, 코빈이 “용납할 수 없는” 단체의 대표자들을 만났거나 만나려 한다면서,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은 “살인자들”이고[코빈은 1980년대에 IRA 인사들을 하원으로 초대해 대화의 장을 마련하려 한 바 있다], ISIS는 “야만적”이라는[코빈은 ISIS 폭격에 반대하며 외교적 해결을 위해 ISIS와의 채널을 열어놔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말을 덧붙인다. 그러면서 마치 코빈이 IRA나 ISIS의 행적에 대해 무지해서 이런 입장을 취하는 듯 서술하는 것이다.
프린스는 자신이 독자로 상정한 층이 가진 편견도 활용한다. 코빈의 부모가 부자였다느니 코빈이 자란 교외의 집이 어디에 있고 얼마나 크다느니 하는 부분을 매우 강조하는 것이다. 코빈 집안이 빈곤층이었던 것은 분명 아니지만 (코빈의 아버지가 고임금 직종에서 일한 숙련 노동자라 코빈에게 얼마간의 돈을 물려주긴 했다) 코빈이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반면 이 책은 코빈을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보여 주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다(아마도 고의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의도와는 반대로] 이 책을 읽고 알 수 있는 사실은, 노동당원이었던 코빈의 부모가 코빈과 사회주의 사상을 토론했다는 것, 청년기의 코빈이 남아메리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한 것, 코빈의 지역구에 아일랜드계가 많다는 것 정도다. 사실 이밖에는 별 내용도 없다. 분석도 전혀 없고, 아일랜드·중동·남아메리카·트라이던트 등을 비롯해 코빈이 그토록 많은 시간과 열의를 기울인 여러 쟁점에 대한 코빈의 입장이 무엇이며 코빈이 무슨 발언을 했는지에 대한 묘사도 거의 없다.
이 책은, 수십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코빈에게 표를 던지고 코빈을 지지해 노동당에 입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저자 자신이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저자는 〈텔레그래프〉 지에서 일하면서 영국 의회의 세비 남용 스캔들을 폭로하는 데 일조했던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식 정치가 돌아가는 방식에 대해 품고 있는 혐오감을 이해할 법도 한데, 대중과 유리돼 의회 정치라는 찻잔 속에만 파묻혀 있느라 의회 바깥에서 분출하고 있는 정치 사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하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사회주의를 어떻게 이룰지를 두고 코빈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이 제도권 정당의 수장으로 있다는 사실만큼은 좌파 전체가 환영할 일이고 우파들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다. 다음 선거 때까지 코빈은 보수당·언론·노동당 우파의 집요한 공격을 받게 될 터인데, 이 책은 그런 공격이 어떻게 벌어질지를 보여 주는 예고편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