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서울 총파업 대회:
노동자 2만여 명이 박근혜 3차 담화에 “박근혜 구속”이라고 응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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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박근혜 즉각 퇴진! 박근혜 정책 폐기! 총파업 대회”가 전국 16개 도시에서 열렸다. 민주노총은 오늘 “파업 및 단체행동”에, 조합원 22만 명이 동참했고, ‘총파업 대회’에는 6만여 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전국에서 열린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는 박근혜의 3차 대국민담화 바로 다음 날에 열려 정치적 의미가 각별했다. 잘못한 것이 없다고 하고, 하야도 탄핵도 거부한 박근혜에 대한 공분이 다시 한 번 고조되는 분위기에서 조직 노동자들이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것은 중요한 정치적 효과를 낸 것이다.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는 2만여 명이 모였다. 민주노총 가맹·산하 노조들이 빠짐없이 참가했지만, 공공운수노조와 건설노조, 금속노조 대열이 가장 컸다.
하반기 노동자 투쟁을 선도해 온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이번 파업에서도 가장 대규모로 참가했다. 국민연금지부가 파업을 하고 나왔고, 건강보험노조는 조합원 총회 후 참가해 파업 65일째를 맞은 철도노조 다음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참가했다.
철도 노동자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야당들의 파업 종료 종용에 맞서야 했을 뿐 아니라, 동요하는 철도노조 지도부도 압박해 두 번이나 파업을 계속하도록 결정하게 만들 정도로 강한 투지를 보여 주고 있다. 박근혜의 노동개악에 맞선 대표 선수답게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건설 노동자 대열도 꽤 컸는데, 경기중서부건설지부와 경기도건설지부 등 조합원 2천여 명이 파업을 하고 참가했다. 특히 경기중서부건설지부에서 1천여 명이 넘게 참가했는데, 이 중 반 이상이 재중동포 등 이주노동자였다! 이주노동자들은 자신들도 “박근혜에 반대”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국적과 민족이 달라도 노동자들이 단결해 함께 싸울 수 있다는 것을 건설 노동자들이 보여 준 것이다.
집회에 참가한 모든 대열을 열거할 수는 없지만, 금속과 건설, 보건 등 대부분의 노동자 대열은 활력이 느껴졌고 자신감도 좋아 보였다.
민주노총 파업에 대한 국내외 연대도 이어졌다.
‘동행휴업’에 참가한 서울대 학생 중 일부가 민주노총 ‘총파업대회’를 지지해 참가했고, 전국노점상연합 회원 1천5백여 명도 파업을 지지하며 집회와 행진에 참가했다.
세계 곳곳에서도 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연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스위스, 뉴질랜드,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에서는 한국 대사관 앞에서 ‘민주노총 총파업 연대행동’이 진행됐고, 전 세계 1백50개 노동조합이 박근혜 앞으로 항의서한을 보냈다.
노동자들의 요구
오늘 노동자들이 행진하면서 가장 많은 외친 구호는 단연 “즉각 퇴진”과 “박근혜 구속”이었다.
특히 노동자들은 박근혜가 추진해 온 온갖 노동자 공격 정책 폐기를 요구했다.
“재벌도 공범”, “노동개악 폐기”, “800억 대가 성과퇴출제 폐기”, “법외노조 철회”, “비정규직 정규직화”, “규제프리존 의료민영화 반대” 등등.
박근혜 정부 하에서 법외 노조 공격을 받아 온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연가 투쟁으로 민주노총 파업에 동참했다.
전교조는 “박근혜 정권 퇴진! 국정화 폐기! 법외노조 철회! 전국교사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로 합류했다. 전교조는 교사 1천2백여 명이 연가·조퇴를 냈다고 발표했다. 전교조 변성호 위원장의 말처럼 “박근혜의 모진 탄압에도 전교조는 굴하지 않고 싸웠다. 지금 모든 사람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면서 우리가 옳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은 민주노총 파업 집회가 끝난 후 청와대 앞 청운동 주민센터까지 행진하며, 박근혜와 함께 “노동개악, 국정교과서, 불평등한 교육정책, 경쟁을 강화하는 교원정책도 함께 끌어내리자”고 외쳤다.
공무원노조도 “박근혜 정권 퇴진! 성과퇴출제 폐기! 박근혜 정권 사망 선포대회”를 열었고,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 후 행진 때 ‘근조 박근혜 정권’이라고 쓴 대형 배너를 들고 행진했다. 공무원노조는 전국에서 2천여 명이 연가·반차를 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대열의 선두에 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박근혜 구속’, ‘이재용 구속’ 배너를 들고 행진했다.
오늘의 행진 코스는 삼성, 롯데, SK 등 여러 재벌 건물 앞을 지났는데, 노동자들은 이 건물 정문을 “뇌물죄 박근혜-재벌총수 즉각 구속” 포스터로 도배했다. SK 본사 앞에서는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가 방송차에 올라 “재벌들이 갖다 바친 8백억 원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할 수 있다”며 재벌들의 뇌물을 받아 비정규직을 양산해 온 것도 박근혜 퇴진 사유라고 주장했다.
철도 노동자들은 파업가를 부르며 행진했고, 보건 노동자들은 의료민영화 반대를 외쳤다.
이처럼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모두 내걸고 함께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노동자들이 박근혜 정권의 심각한 위기를 이용해 자신들의 요구를 쟁취할 좋은 기회이자, 노동자 투쟁이 박근혜 퇴진 운동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총파업대회 참가자들은 광화문으로 행진해 1만여 명이 촛불 집회에 참석했고, 집회 후에는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을 했다.(이 행진이 마무리된 뒤에야 법원은 2만여 명이 청운동 사무소 앞까지 행진하는 것을 허가했다.)
오늘 민주노총 파업 이후에도 노동자 투쟁과 파업은 더 확대돼야 하고, 노동자들의 거리 항의 동참도 확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