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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이효리‍·‍전인권 등의 촛불 위로곡 ‘길가에 버려지다’:
투쟁 속에서 더 많은 노래가 등장하길 기대한다

지난 11월 11일에 이승환, 이효리, 전인권 등 유명 대중가수들이 ‘길가에 버려지다’(작사‍·‍작곡 이규호)라는 곡을 발표했다. 수십 개 팀에 달하는 뮤지션들이 작업하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이 들었을 텐데도 촛불에 연대하는 의미로 무상 배포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음원 다운로드 받기).

이들은 음원을 공개하며 “안타깝고 서럽고 분한 마음에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 거리에 나와 흔들리는 촛불이 행여 꺼질세라 언 손으로 꼭 감싸 쥔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들을 봅니다. ‘길가에 버려지다’는 우리 모두를 위한 노래입니다”라고 말했다.

노랫말 중 “진실의 끝에 꽃이 필 수 있길”, “정의의 비상구라도 찾을 수 있길” 같은 부분에서는 세월호 참사 등 박근혜 정권이 책임을 회피하는 많은 악행들의 진실이 밝혀져야 하고 또 정의가 바로 서길 바라는 염원을 읽을 수 있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반복적 코드와 서정적인 멜로디 전개뿐 아니라 포크 기타 위주의 반주에서도 악기 특유의 따스함이 느껴지는 등 ‘위로곡’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아쉬움과 불충분함이 느껴진다.

적게는 수십 만에서 많게는 1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수주째 지치지 않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집회장 곳곳의 자유발언대에서는 최순실을 비롯한 박근혜의 측근 부패, 세월호 참사, 친제국주의 정책, 노동개악 등 박근혜 정권의 온갖 악행들에 대한 구체적 성토가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특히 박근혜가 뻔뻔하게도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제 발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이후로는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 정서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면에 비추었을 때 ‘길가에 버려지다’는 애석하게도 박근혜 정권에 의해 “길가에 버려”진 피억압 대중의 정서를 담기에 너무나 추상적이고 온건하다.

거리에서 수주째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청와대와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으로 행진해 박근혜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행동에 나선 수많은 사람들에게, “내 몸에 날개가 돋아”야만 혹은 “내 꿈에 날개가 돋아”야만 무언가 할 수 있다는 듯한 노랫말은 별로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그 때문인지 유튜브에 공개된 ‘길가에 버려지다’ 영상은 박근혜 퇴진 운동의 지지 규모에 비해서도 그렇거니와, 이 곡 작업에 참여한 유명 가수들, 연예인들의 지명도에 비해서도 그다지 높은 재생 수를 기록하지는 못한 것 같다.(12월 2일 현재, 약 57만 회)

역으로, 이 운동에 참가하고 또 지지하는 더 많은 사람들은 (비록 곡의 ‘형식적’ 완성도는 상대적으로 미진하다고 생각할지언정) 박근혜의 악행들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폭로하는 윤민석의 ‘하야가’나 연영석의 ‘그네는 아니다’를 더 즐겨 부를 것이고 또 기억할 것이다.

세계 저항의 역사를 보면, 커다란 대중 운동에서 영감을 받아 등장한 곡 중에 자본주의 체제에 의해 상처 입은 피억압 대중의 삶과 정서를 대변해 사랑받은 경우가 많다.

밥 딜런, 존 바에즈 등이 ‘저항 가수’로 유명해진 것은 1960년대 미국 반전 운동을 통해서였다. 박근혜 퇴진 집회에서도 종종 흘러나오는 ‘우리 승리하리라’도 이즈음에 불렸던 것을 1970년대에 한국에 번안해 들여와 민주화 운동 등에서 부르게 된 것이다.

소련 록가수 빅토르 초이의 ‘혈액형’도 1980년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비판의 내용을 담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던 곡이다. 2000년대 초중반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맞선 국제적 반전 운동이 일어나던 시기에 한국에서 윤도현 밴드가 다시 불러 큰 인기를 얻었다.

한국에서도 이른바 ‘노동가요’, ‘민중가요’들이 한창 꽃피던 시기도 1980년대의 거대한 대중운동을 겪은 후 노동조합이 조직되고 노동자 투쟁이 상승하던 즈음이었다.

앞으로도 계속될 박근혜 퇴진 운동과 그 뒤로도 이어질 계급 투쟁 안에서, 노동자 계급과 억압 받는 사람들의 삶과 정서를 묘사할 수 있는 노래들이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길가에 버려지다’ 가사

내 몸에 날개가 돋아서

어디든 날아갈 수 있기를

내 꿈에 날개가 돋아서

진실의 끝에 꽃이 필 수 있길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려 하고

고장난 시계는 눈치로 돌아가려 하네

just no way

and no way

and no way

난 길을 잃고

way and no way

and no way

다시 길을 찾고

way and no way

and no way

없는 길을 뚫다

way and no way

and no way

길가에 버려지다

내 몸에 날개가 돋아서

무너지는 이 땅을 지탱할 수 있길

내 의지에 날개가 돋아서

정의의 비상구라도 찾을 수 있길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려 하고

고장난 시계는 눈치로 돌아가려 하네

just no way

and no way

and no way

난 길을 잃고

way and no way

and no way

다시 길을 찾고

way and no way

and no way

없는 길을 뚫다

way and no way

and no way

길가에 버려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