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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하에서 비정규직은 더 열악한 처지로 내몰렸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11월 30일 박근혜 즉각 퇴진 민주노총 총파업대회 ⓒ이미진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1백50만 행진 대열 안에는 노동조합에 속하지 않고서, 친구·동료들과 집회장을 찾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박근혜의 부정부패뿐 아니라, 그동안 받은 온갖 차별과 멸시,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분노할 것이다.

지난 주말 집회에서는 대구에서 온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시민 자유발언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는 박근혜의 공약은 그가 당선하자마자 휴지통에 버려졌다.”

박근혜는 지난 대선에서 ‘우선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금세 가증스런 거짓임이 드러났다.

예컨대,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정규직의 안정적 고용이 늘고 있다’고 말했지만, 2013~15년 공공기관에서는 오히려 정규직의 비중이 줄었다. 정부가 생색내기식으로 기간제 노동자 일부를 ‘평생 비정규직’인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해마다 간접고용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정부 통계만 보더라도, 공공기관에서 용역·파견 등 간접고용 노동자는 18.3퍼센트나 된다. 기간제(10.1퍼센트), 무기계약직(5.4퍼센트)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박근혜 집권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열악한 임금·노동조건과 고용 불안에 내몰렸다. 2013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시간제 일자리가 무려 41퍼센트나 증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내세운 것과 달리, 시간제 노동자들은 정규직 월 평균 임금의 4분의 1, 비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받았다. 특히 15시간 미만의 초단기 시간제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잦은 해고 위협에 노출됐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구조조정 정책 속에서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도 극심해졌다. 지난 몇 년간 조선업에서만 6만여 명이 해고를 당했는데, 그중 다수는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선박 건조가 끝날 때마다 수천 명씩 소리 소문 없이 해고됐고, 일감을 따라 다른 조선소로 재취업을 하더라도 더 낮은 임금을 강요받기 일쑤다.

최근에는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 3백60여 명이 휴대폰 문자 하나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법원은 자동차 제조업의 사내하청 고용이 불법파견이라고 판결했는데, 사측은 이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기는커녕 공장에서 쫓아낸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기업주들을 대변해 제조업 파견을 합법화하기 위한 법 개악을 시도해 왔다.

바닥을 기는 임금 인상률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특히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도 가로막히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려면 “고임금 정규직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비난했지만, 도리어 정규직의 임금이 공격받는 동안 비정규직의 임금도 공격을 받았다.

2014년까지 비정규직의 실질임금 인상률은 몇 분기 연속 마이너스대였다. 지난 1년간 이것이 약간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작 1퍼센트대다. 심지어 정부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12.6퍼센트(13만 명)는 법정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했다.

한국은 저임금 계층이 23.9퍼센트로 OECD 중 두 번째로 많고, 임금 불평등이 가장 심한 국가로 꼽힌다. 비정규직의 60퍼센트 이상은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혜택에서도 배제되고, 대부분은 연말 보너스도 차별받기 일쑤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산업재해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다. 올해도 서울지하철, 철도공사, 건설 현장, 조선소 등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랐다. 정부가 고용형태별로 통계를 내지는 않지만, 매년 일하다 병들거나 다쳐서 목숨을 잃는 2천 명 안에는 비정규직이 많다. 안전의 사각지대에서 열악하게 일하는 비정규직은 재해를 입을 가능성이 정규직의 2~3배 많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 구의역 사고는 외주화가 어떻게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지 비극적으로 보여 줬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업무와 공공서비스의 인력을 대폭 줄이고 민영화·외주화를 확대하고 각종 안전규제를 완화했다. 안전과 생명보다 돈벌이를 우선하는 정부와 이윤체제가 아까운 목숨들을 앗아간 것이다.

이런 모든 점들을 볼 때, 박근혜의 비정규직 정책은 그가 저지른 중요한 범죄의 하나다. 민주노총 소속의 비정규직 노조들이 잇따라 박근혜 퇴진 시국선언을 하고, 12월 3일 “내려와 박근혜, 모이자 비정규직”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커지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동안의 요구를 꺼내 들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최근에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하루 파업을 했고,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상경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투쟁이 더 확대돼야 한다.

12월 2일 구조조정 중단과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상경 투쟁을 하고 있는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 ⓒ조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