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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의 전진을 위해 투쟁적인 메시지가 제공돼야

최근 〈한겨레〉는 퇴진 시위 참가자 다수가 자발적으로 참가한 개인인 것이 운동의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민’과 민중 운동 세력(민주노총, 전농, 노동·사회 단체 등)을 대립시킨 뒤 민중 운동 세력이 환영받지 못하는 양 묘사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 국민행동’ 내 일부 사람들도 〈한겨레〉의 관점을 공유해 민중 운동 진영을 비판했다.

예컨대, 민주노총 같은 노동·민중·좌파 진영의 본 무대 발언은 자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인사는 한상균 위원장이 최근의 항소심에서 실형(3년) 선고를 받은 것을 비판하는 발언을 민주노총이 하려는 것에도 반대했다. 지난해 민중총궐기의 ‘과격 시위’를 연상시킨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노동개악 저지 파업과 민중총궐기를 주도했고 바로 그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공격받은 것이다.

게다가 민주노총과 좌파들이 주도하는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10월 29일에 거리 시위를 조직한 것이 현재 퇴진 운동의 시작이었다. 11월 12일 민주노총 노동자 15만 명 이상이 모인 민중총궐기 때 퇴진 운동은 1백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대규모 운동으로 성장했다.

퇴진 운동은 시작부터 민주노총 조직 노동자(대표적으로 파업 중이던 철도 노동자들)를 비롯한 민중 운동이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 중이던 철도 노동자들이 시위대로부터 환영받았고, 11월 30일 민주노총 파업에도 사람들은 크게 호응했다. 이런 환대 덕분에 철도 노동자들은 자신감을 유지하며 파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조직 노동자들의 저항과 함께 세월호 참사항의 운동과 백남기 농민 폭력 타살 항의 운동 등 민중 운동이 퇴진 운동의 밑바탕에 있었던 것이다.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노동·민중·좌파 진영의 발언권 약화 시도는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과 〈한겨레〉같은 자유주의 언론이 박근혜 탄핵소추가 가결됐으니 정치권과 국회가 정국을 주도해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심지어 야당들은 ‘국정 안정’을 위해 기꺼이 ‘황교안 체제’를 인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 시위보다 ‘모바일 투표’나 ‘각자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 하기’ 식의 행동을 제안하거나 야당과의 공조를 위해 야당 비판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운동을 주류 야당들 수준으로 조율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나 퇴진 운동 참가자들 대부분은 시종일관 주류 야당보다 훨씬 왼쪽에 있었다.

박근혜 정권과 적폐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주류 야당으로부터 운동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거리 항의 운동(그리고 파업도)을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