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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 집회:
이주노동자 속죄양 삼기에 맞서 연대와 우애를 다지다

12월 18일(일)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2016 세계 이주민의 날 기념 이주노동자대회 ─ 이주민 200만 시대, 모든 이주민에게 인권과 노동권을!’ 집회가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열렸다. 이 집회는 경기이주공대위, 민주노총, 외노협, 이주공동행동, 이주노조가 주최했다.

집회에는 이주노동자와 연대 단체 회원 약 1백50명이 참가했다. 주말을 맞아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농성장을 방문하러 온 듯한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큰 엽서에 이주노동자들의 요구와 소망을 적어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다는 행사를 집회장 한쪽에서 진행했는데, 근처를 지나던 중학생들이 응원 메시지를 쓰기도 했다.

이주민 200만 시대, 모든 이주민에게 인권과 노동권을! ⓒ사진 임준형

한국 정부는 심각한 정치 위기 상황에서도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최근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이주노동자들을 경제 위기의 속죄양 삼는 공격을 강화하려는 의사를 드러냈다. 올해 세계 이주민의 날 집회는 이런 상황에서 이주민들을 방어하며 연대를 다지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연단에서 발언에 나선 이주노동자들은 하나 같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한국 체류 자격이 사용자의 손에 달려 있게 하는 고용허가제의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에 온 지 5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이쉬와르 씨는 사업장에서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고 한다.

“일을 하다 실수를 하자 반장과 한국인 동료들이 욕을 하고 내 멱살을 잡고 밀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여기서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하자, 사업장 변경은 해 주지 않고 오히려 내가 부장을 때렸다며 경찰에 신고해서 네팔로 돌려 보내겠다고 협박했다.

“나뿐 아니라 한국에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나쁜 고용허가제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겪으면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자살까지 하고 있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은 특히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고통받고 있다. 고용허가제뿐 아니라 근로기준법도 문제다. 근로기준법 63조는 농축산업 노동자를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대부분 고립되고 작은 사업장인 조건 등이 중첩돼 있기 때문이다.

농축산업에서는 도저히 주거용이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의 비닐하우스를 기숙사라고 제공하고는 1인당 30~40만 원을 월급에서 떼어 가는 사례가 많다. 여성 노동자들은 현장이나 기숙사에서 사용자에게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공동체인 크메르노동권협회 대표를 맡고 있는 스레이나 씨는 이와 같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을 전달했다.

"일을 매우 많이 시켜 몸이 아픈 데도 계속 일을 하도록 사장이 강요한다. 거부하고 기숙사에서 쉬고 있으면 불법 [신분으로] 만들어서 고향에 보낼 것이라는 협박을 자주 한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강요하지 말라."

이주노동자들은 정부기관들이 노동자들의 말은 듣지 않고 사장 말만 듣는다고도 규탄했다.

"고용한 이주노동자를 불법적으로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빌려 주는 경우가 많다. 한국 정부의 관리감독 기능이 거의 없다는 증거다. 노동자들이 억울한 문제를 제기해 노동부에 진정하면 직원들이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시간을 미뤄 노동자들이 권리 주장을 못하게 하는 상황으로 내몬다."

이런 조건들은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이날 집회에서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주관해 사망 이주노동자 추모제를 1부 행사로 진행했다. 추모제에서 발언한 네팔 이주노동자 오자 씨는 죽음으로 내몰리는 이주노동자들의 실태를 폭로했다.

"우리는 한국에 죽으러 오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과 똑같이 일을 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 왔다. 하지만 한국에 오는 이주노동자들은 한해 평균 1백 명 가까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아직도 많은 결혼 이주민들이 가정 내 폭력에 죽어 가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스스로 자살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최근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장을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고 퇴직금도 한국에서 받을 수 없는 고용허가제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폐지를 요구한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에 고용허가제를 더욱 개악하고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말했다.

“며칠 전 외국인력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 참가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의 사업장 변경 횟수를 줄여야 한다’, ‘한국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단속과 강제추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경제 위기와 정권의 정치적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식의 이주민 속죄양 삼기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고용허가제가 체류기간을 제한하고 사업장 변경을 극도로 제한하는 명분도 내국인 일자리 보호다.

그러나 실업의 책임은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정부와 기업주들에게 있다. 정부는 양질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라는 요구는 외면한 채 친기업 정책으로 일관해 왔고, 기업주들은 그 혜택을 받으면서도 비용 절감에만 혈안이 돼 투자와 신규 고용을 늘리지 않았다. 또한 이주노동자 유입과 실업률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음을 여러 연구 결과들이 보여 주고 있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은 정부와 기업들의 위선을 폭로하며 이주노동자들을 방어했다.

“구조조정으로 노동자 수만 명이 일터에서 쫓겨나고 있다. 노동시간이 멕시코 다음으로 길어 해마다 2천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산재로 죽는 산재 왕국이다. 정권이 재벌과 공모해서 노동개악을 불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데도] 이주노동자들 때문에 일자리가 불안하다는 근거 없는 주장들을 볼 수 있다. 내국인 노동자들이 법적, 제도적 차별과 이데올로기를 깨고 더욱 더 이주노동자 권리 개선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퇴진 운동의 힘으로 박근혜가 탄핵됐지만, 다른 여러 적폐들과 마찬가지로 이주민 차별과 억압은 멈추지 않았다. 경제 위기와 정권의 정치적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와 보수 언론들은 이주민을 속죄양 삼으려는 시도를 강화하려 한다.

이주민 공격을 강화하려는 악랄한 시도에 맞서 이주민들과 연대를 더욱 굳건히 해 나가자.

이주노동자들의 요구와 소망을 담은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 임준형
ⓒ사진 임준형
ⓒ사진 임준형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 ⓒ사진 임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