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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 12년 만에 민주노총 재가입:
“민주노총과 함께 구조조정 저지 투쟁하겠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높은 찬성률로 민주노총 재가입을 결정했다(투표율 81퍼센트, 찬성률 76퍼센트). 일부 보수 언론이 ‘경영 정상화에 찬물 끼얹는 강경 투쟁 노선’이라고 비난하고 사측이 반대표 조직에 힘쓰는 등 방해했지만, 노동자들의 뜻을 꺾지는 못했다.

투표 결과가 알려지자 민주노총·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운동 곳곳에서 환영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누구보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자신이 매우 기뻐한다. 현대중공업노조 대의원인 〈노동자 연대〉 독자는 이렇게 소식을 전했다. “지금 조합원들과 함께 있는데, 투표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다들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옆 테이블에 있던 노동자들도, 그 옆 테이블도, 이 술집 전체가 축제 분위기입니다. 이제 금속노조 깃발을 들고 더 힘차게 싸울 것입니다.”

이번 결정은 여러모로 정치적 의미가 크다. 우선, 노동자들이 분사-비정규직화, 인력 감축, 임금 삭감 등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결과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3년 민주파 집행부를 선출한 이래 오랜 침묵을 깨고 투쟁의 기지개를 폈다. 정부와 사측의 구조조정 공격에 맞서 18년 만에 파업을 벌이고, 23년 만에 현대차·현대중공업 공동 파업을 성사시켰다. 2014년에는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화에 나섰다. 이 속에서 노동자들의 투지가 살아나고 젊고 활력 있는 새 세대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생겨났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박근혜 퇴진 운동에 적극 동참해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고취하기도 했다. 11월 12일 1백만 시위에선 금속노조 대열의 맨 앞에서 행진하며 서울 한복판을 누볐고, 그 뒤로도 박근혜 퇴진과 구조조정 저지를 함께 내걸고 울산 지역 촛불 집회에 주도적으로 참가했다.

많은 노동자들은 이런 투쟁 속에서 정부와 사측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공격을 막아 내고자 한다. 현대중공업 사측이 최근 이사회에서 내년 3월까지 회사를 6개로 쪼개는 대규모 분사 구조조정 방침까지 통과시켜 노동자들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15만 금속노조, 70만 민주노총과 힘을 모아 조선업 구조조정을 저지하겠다”고 결정한 이유다.

따라서 이번 결정을 디딤돌 삼아 투쟁을 강화하고 더 넓은 노동자들의 연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와 지배자들이 경제 위기 심화 속에서 구조조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원하고 연대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민주노총 재가입은 정치적 의미가 크다 ⓒ현대중공업 노조

원하청 단결

둘째, 이번 결정은 분사를 통한 단결 저해 시도에 맞서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노동자들은 분사 계획이 관철돼 각기 다른 사업장 소속으로 흩어지면 노동조합의 힘이 약화되고 노동조건이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래서 서로 업체가 달라져도 하나의 금속 산별노조 안에서 단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단결의 염원은 분사화 시도 자체를 막아 내려는 투쟁 속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사측이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분사화가 관철되고 난 뒤에는 조건 방어가 더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지금부터 파업 투쟁을 건설해 분사 계획을 사전에 좌절시켜야 한다.

한편, 적잖은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가입으로 원하청 연대가 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기도 했다. 현재 금속노조 소속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도 정규직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적극 지지하며 1사1노조 추진 등 원하청 단결의 계기로 삼자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원하청 노동자들이 하나의 노조 안에서 단결하고 투쟁하자는 취지에서 2006년 대의원대회에서 1사1노조 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이는 규모가 정규직의 두 배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 아직은 소수만이 노조로 조직된 조선업종에서 더욱 중요한 과제다.

효과적인 단결을 위해서는 우선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대량해고 공격에 맞서 함께 싸우면서 연대 투쟁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 속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조직적 독립성을 유지하는 ‘형식’적 조직 통합을 넘어, 선거구 통합 등을 통해 기층에서 노동자들의 연대의식과 활동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추구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셋째, 이번 결정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민주노조운동의 주력 부대였던 현대중공업 노조가 2004년 금속연맹에서 제명 처리 된 뒤 12년 만에 민주노총에 재가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몇 년의 투쟁으로 이미 노동운동의 중앙 무대에 발을 디뎠다.

다만 민주노조운동이 10년 가까이 현대중공업의 현장 노동자들과 다소 단절돼 있었다는 점은 돌아봐야 한다.

2004년 금속산업연맹은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의 비정규직 투쟁 배신을 규탄하며 제명 조치 했다. 당시 금속연맹이 박일수 열사 투쟁에서 정몽준의 앞잡이 노릇을 한 노조 집행부에게 강력한 징계를 내린 것은 옳았지만, 조합원까지 함께 축출한 것은 문제였다. 이는 우파 지도부에 대항하는 현장 조합원들의 운신의 폭을 제약하고, 이들을 민주노조운동으로부터 단절시키는 효과를 냈다.

노동조합 운동의 전진은 어디까지나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과 활동에 달려 있다. 이 점은 앞으로 현대중공업 노조가 구조조정과 각종 공격에 맞서는 데서도 핵심적인 문제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층에서 노동자들의 단결을 추구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활동가들의 존재가 중요하다. 현대중공업의 투쟁적인 새 세대 활동가들이 좌파 노동운동 단체와 만나 토론하고 협력하면서 이런 구실을 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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