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17년 이주민 정책:
이주노동자를 경제 위기의 속죄양 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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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경제 위기의 속죄양 삼으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이주노동자가 저소득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와 임금을 위협한다며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 동포와 비전문 외국인력의 취업규모·허용업종 축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박근혜는 테러방지법 제정과 출입국관리법 개악, 단속추방 강화, 초단기 계약직 계절 노동자 도입 등 이주노동자 차별과 통제를 강화해 왔는데 그 바통을 황교안 내각이 이어받겠다는 것이다.
2003년 이후 지금까지 단속 과정에서만 30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는데도 악명 높은 광역단속팀을 2개에서 4개로 늘리고 신고포상금제, 사업주 처벌 강화를 시행하겠다고 한다. 이런 정책들은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다.
그러나 미등록 체류는 범죄가 아니다. 정부는 입국을 허용한 규모보다 더 많은 이주노동자가 필요한데도 입국 허용 인원을 통제하고 국내로 들어 온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를 박탈한다. 대표적으로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없고 사장들은 이를 악용한다. 노동자가 견디다 못해 사업장을 뛰쳐 나오면 미등록 신분으로 전락한다.
따라서 출입국 규제와 차별적인 인력 정책을 유지하면서 이주노동자 단속·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는 미등록 체류를 없앨 수 없고 이들의 처지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는 최빈곤층의 소득이 최근 감소했다며 이번 대책을 옹호했다. 그러나 쉬운 해고와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기초노령연금 공약을 ‘먹튀’한 박근혜 정부야 말로 저소득층 소득 감소의 주범이다.
무엇보다 이주노동자가 내국인의 일자리와 임금을 위협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이주노동자들은 중소기업이나 영세 사업체, 농축산업 등에서 일하는데 이런 일자리들은 저임금인데다 위험하고 너무 열악해 내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한다. 그 때문에 정부도 이주노동자들을 일자리 도둑으로 비난하면서도 이주노동자 유입을 계속 늘려 왔다. 2017년 이주노동자 도입 규모를 2천 명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2015년보다 많다.
이렇듯 이주노동자들은 가장 열악한 부분에서 한국 경제를 떠받치며 기여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정부 자신도 이주민들이 “일자리 창출 등 국내 경제성장에 기여”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또한 여러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봐도, 이주노동자 유입과 실업률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자리 상황이나 임금 수준은 경기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호황이면 내국인과 이주노동자의 고용이나 임금이 모두 늘고 불황이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대공황기였던 193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이주하는 사람의 수가 매우 적었지만 어느 나라나 실업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반면 자본주의 경제의 장기 호황기였던 1950~60년대에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주민을 대거 유입시켰지만 거의 완전고용을 이뤘다.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와 정부 정책에서 비롯한 저임금과 실업의 고통을 이주노동자들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 정부는 저임금과 실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불만을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해 자신을 향한 비난을 피하려는 속셈이다.
이주노동자가 내국인의 일자리와 임금을 위협한다는 이간질이 먹힐수록 노동자들은 분열하고 임금과 노동조건은 더욱 후퇴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주들이 이주노동자들을 속죄양 삼으며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려는 진정한 이유다.
정부가 차별과 감시, 통제를 강화하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려 드는 것에 맞서 내국 인과 이주노동자들은 함께 투쟁해야 한다. 임금 등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서도 이주노동자를 조직해 함께 투쟁하는 방식이 노동계급의 힘을 발휘하는 데서 더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