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아톤:
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의 내적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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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아톤〉은 자폐증을 가진 초원이가 어머니와의 마라톤 연습을 통해 42.195킬로미터의 거리를 완주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초원의 어머니는 초원이 마라톤에 관심을 보이자 거기에 집착한다. 자신이 초원의 표정만 보아도 초원이가 마라톤을 좋아하는 지 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착각일 수도 있다는 점을 초원의 어머니는 실제 마라톤 선수였던 선생님을 통해 처음 듣게 된다.
어느 새 초원의 어머니에게 마라톤은 초원이가 좋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초원을 통해 어머니 자신이 만족을 얻는 수단이 된 것이다. 이것은 한 편으로는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에게 내심 불어넣는 소유라는 관계가 자기 자식에게까지 투영되는 흔한 예를 보여 준다.
그러나 초원의 어머니 같은 경우 자식에 대한 집착은 좀더 강하게 나타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애는 오롯이 장애인의 주변 사람들이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 된다는 점 때문에 초원의 어머니는 초원을 아주 밀착해서 돌볼 수밖에 없었고, 이런 점이 자신의 성취를 곧 초원의 성취와 동일시하게 되는 것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내내 초원 어머니의 이러한 집착으로 인한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 그리고 초원 자신의 마라톤에 대한 열정이라는 두 가지 선을 타고 흐른다. 결국 초원 어머니는 초원의 동생 중원의 말을 듣고서야 자신이 초원을 자신의 성취욕을 이루는 대상으로 생각했다는 점을 깨닫는다.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라는 초원 어머니의 말을 반복해서 외치는 초원의 눈물섞인 외침, 자신이 초원을 자신의 욕망 속에 가둬 두고 있었다는 초원 어머니의 울음섞인 고백은 이 사회에서 장애인을 자식으로 둔 부모가 처하게 되는 갈등과 이에 대처해가는 사람들의 애닯은 모습을 정말이지 인간답게 그려내고 있다.
사람의 육체뿐 아니라 마음까지 제약하는 이 체제와, 그 속에서도 무한한 인간애를 발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이 영화는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