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2015년 3월 28일 ‘국민연금강화,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총력 투쟁 결의대회’ 집회 후 미신고 행진에 참가해 교통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에 이어 오늘 2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왔다.
검찰은 이미 지난 1심에서 증거로 제출한 채증 사진의 증거 능력 부족으로 무죄 판결이 나왔는데도 아득바득 항소했다. ‘딱 보면 안다’는 식이었다.
검찰은 항소이유서에서 내가 특정 단체의 소속이라는 점, 경찰 조사 단계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점, 재판에서 일부 묵비권을 행사한 점을 들어 내가 미신고 행진에 참가했을 거라 주장했다. 내가 이른바 ‘전문 시위꾼’이니 그럴 법하다는 뜻이다.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항소를 이어가는 목적이 집회 참가자에 대한 사후 보복에 있음을 잘 보여 준 대목이었다.
검찰은 어떻게든 유죄를 입증하겠다며 국과수 감정까지 요청했지만, 결국 “동일인 입증이 곤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검찰 스스로 형편없는 증거를 가지고 나를 기소했다는 사실에 대해 ‘국과수 인증’을 받아 온 꼴이었다(관련 기사 ‘무차별 채증·기소를 규탄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주장하다’).
1심과 2심 최후 진술에서도 밝혔듯, 설사 내가 (검찰이 문제 삼는) 미신고 행진에 참가했더라도 나는 무죄다. 박근혜 정권의 부당한 정책에 항의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은 공무원연금 개악을 비롯한 온갖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며 노동자들의 밥줄과 미래를 끊어 왔다. 공무원 연금 개악 저지 집회의 정당성은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연인원 1천만 명의 목소리가 벌써 네 달째 거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입증된다.
결국 나는 오늘 2심 판결에서도 1심과 같은 이유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집회·시위 참가에 대한 검찰의 사후 보복에 항의하고 운동의 대의를 적극 옹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험할 수 있었다.
내일도 박근혜·황교안 즉각 퇴진과 2월 내 탄핵을 요구하는 15차 범국민 행동이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노동계급의 삶을 파탄 내는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키고 온갖 적폐를 일소할 때까지 나도 계속해 거리로 나가려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