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혁명 1백 주년 연재④:
라스푸틴과 차르 아래서 신음하던 혁명 전 러시아

백 년 전인 1917년 러시아 혁명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사회를 낳았다. 본지는 올 한 해 러시아 혁명을 주제로 한 기사를 꾸준히 번역 연재하려고 한다.

차르가 지배하던 러시아는 끔찍하게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사회였다. 로마노프 왕조는 3백4년 동안 허영에 찌들어 지내다 1917년에 몰락했다. 이 왕조 아래서는 호화로운 궁전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야만이 판쳤다. 역대 차르는 하나같이 무능하고 편협했으며 반유대주의적이고 억압적이었다.

사회의 최상층도 잔혹함을 피할 수 없었다. 역대 차르 가운데 12명이 살해됐고, 그중에서 파벨 1세는 황금 답배갑에 맞아 얼굴이 뭉개져 죽었다. 차르가 이럴진대 나머지 사람들의 삶은 더 끔찍했다.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의 조부인 알렉산드르 2세는 자신을 죽이려 한 암살범에게 무모하다고 꾸짖으러 가다가 폭탄에 양쪽 다리를 잃고 죽었다.

알렉산드르 2세 암살 장면을 그린 19세기 그림.

이런 로마노프 왕조에게 민주주의란 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일 뿐이었다.

러시아는 광대한 제국이었다. 토지는 부유한 지주들이 소유했고 엄청나게 많은 농민들은 아사 직전 상황에서 연명했다. 이런 썩어빠진 피라미드 구조의 맨 꼭대기에 차르와 그 가족이 있었다.

차르 니콜라이 2세의 어린 시절 교육을 맡은 “군정 장관”이었던 그리고리 다닐로비치는 니콜라이에게, 차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대관식 날 황제 서약”을 하면 얻는 “신비로운 힘”을 통해 습득할 것이라고 가르쳤다.

니콜라이 자신은 외무 장관 세르게이 사조노프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나는 무엇이든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이 러시아를 통치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

1905년 혁명을 겪은 후, 니콜라이는 야만적 억압을 강화하고 체계적으로 유대인을 학살했다. 니콜라이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유대인의 권리를 부정했다. “내 안의 목소리가 갈수록 더 확고하게 내게 말한다. ‘신이 차르의 마음을 다스린다’. 고로 내가 옳다.”

러시아의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

또한 니콜라이는 신이 자신을 위대한 전쟁 지도자로 창조했다고 믿었다. 이런 믿음은 때때로 터무니없는 결과를 낳았다.

1904년에 러시아 함대는 영국의 요크셔를 침략할 뻔했다. [영국과 덴마크 사이에 있는] 북해에 진입한 러시아 함대가 안개 때문에 도거뱅크에서 길을 잃었다. 이들은 어선을 향해 발포했고 [영국인] 어부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엄청 빠른 속도의 일본 어뢰정이 다가오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전쟁에서 니콜라이가 한 다른 시도도 나을 건 없었다. 몇몇 가문이 얽히고설켜 유럽을 지배했기 때문에, 제1차세계대전의 발발이 이들에게는 가족 간 불화처럼 보였다.

재앙으로 끝난 러시아의 참전 상황을 니콜라이가 책임지고 지휘하는 동안 러시아 국내 문제는 그의 아내와 요승 그리고리 라스푸틴이 맡았다.

최근 라스푸틴에 관한 책을 낸 전기 작가 더글러스 스미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라스푸틴이 그토록 비범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실제 그가 했던 일 때문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그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라스푸틴은 인간을 넘어 끔찍했던 시대의 화신이 됐다.”

러시아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라스푸틴의 출세 과정이 “천박한 인간들을 위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는데, 이 말은 로마노프 왕조 전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귀족들은 라스푸틴이 제거되면 러시아 체제가 더 효율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해 라스푸틴을 총으로 쏴 죽였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의 예상과 달랐다. 혁명이 일어나 로마노프 왕조의 허영과 억압을 남김없이 쓸어버리게 된다.

1917년 2월 말 니콜라이는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썼다. “며칠 전에 페트로그라드에서 소요가 시작됐다. 슬프게도 군대마저 이 소요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멀리 떨어져 이런저런 나쁜 소식을 듣는 게 정말 지긋지긋하다! 그래도 날씨는 좋다.”

[2월 혁명으로] 폐위된 다음 날인 1917년 3월 8일, 그의 일기는 다음과 같이 끝난다. “몹시 춥고 바람이 많이 분다. 비참하고 괴롭고 우울하다.”

로마노프 왕조가 몰락하자 역대 차르를 볼셰비키 혁명가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성자이자 순교자들로 추앙하는 일이 전 산업적으로 벌어졌다.

그러나 수백 년 동안 지속된 잔인한 독재가 끝나자 러시아는 비할 바 없이 좋아졌다는 것이 진실이다.

주제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