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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혁명 100주년 연재 31:
차르의 보물을 놓고 지배자들이 벌인 소동

혁명으로 수십 년간 러시아를 지배해 온 차르 체제가 전복되자, 구체제가 남긴 유물을 두고 한몫 챙기려는 산업이 생겨났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50개 정도 되는 ‘파베르제의 [황실] 달걀’인데, 혁명 전 차르 가문의 선물용으로 제작됐던 것이다.

사용된 보석 대부분은 밋밋하고 특징이 없다. 이 달걀이 특별한 이유는 오직 그 가격 때문이다. 그 달걀의 진정한 값어치보다 그것을 둘러싼 호들갑이 더 크다.

파베르제의 달걀 차르가 러시아인들의 고혈로 만든 값비싼 사치품

보석 세공사 파베르제는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를 담아서 각각의 달걀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예컨대, 1885년에 제작된 첫째 달걀은 높이가 6.3센티미터였고 그 안에 황금 노른자가 들어 있었다. 노른자를 열면 황금 둥지에 앉아 있는 황금 암탉이 나온다. 이것은 황손과 제국을 품는 어머니로서 왕비를 표현한 것이다.

그것은 장난감이기도 했다.(사실 그밖에 무슨 용도가 있으랴) 달걀이 암탉을 낳고, 암탉 속에는 다시 다이아몬드 왕관이 있고, 왕관을 열면 황제의 사랑을 상징하는 루비 펜던트가 나왔다.

우리가 이를 보고 재밌다고 느끼든 말든, 이 달걀들은 돈을 물 쓰듯 펑펑 쓰는 초갑부들만의 선물이었던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애초 이 보물을 볼 일이 없었다.

그 달걀들은 부와 권력을 과시하려는 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1900년에 제작된 ‘시베리아 횡단열차 달걀’에는 30센티미터 길이의 태엽 철로 미니어처와, 황금 객실 여러 개를 끌고 가는 백금으로 된 기관차가 들어있다.

과시

이 달걀들은 어떤 면에서 로마노프 왕조와 꼭 닮았다. 과시적이고 지독하게 소모적이며, 쓸모 없었다.

혁명으로 몰수됐던 파베르제의 달걀들은 1923년에 매물로 나왔지만 사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보석 상당 부분이 해체되고 녹여져 재활용됐다.

사정이 바뀐 것은 미국인 사기꾼 아먼드 해머가 이 달걀들을 미국에 소개하면서부터였다.

그는 화려한 트렁크를 여러 개 구입한 뒤 다종다양한 이국적인 러시아 물건들을 가득 채워서 돌아다녔다. 거기에는 진품 황실 달걀도 두 개 들어 있었다.

그는 호텔에서 도자기와 아마포를 “로마노프가(家)의 보물”이라며 팔았다. 진짜 파베르제 도장을 사용해서 온갖 종류의 싸구려 물건들을 진품으로 둔갑시켰다.

모든 물건들은 로마노프 왕조 것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와 함께 특별히 제작된 파베르제 용기에 담아 나왔다.

아먼드 해머는 대성공을 거뒀다. 백만장자 한두 명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달걀을 구입한 뒤부터는 달걀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고 그러자 가격은 계속 올랐다.

황실 달걀은 볼셰비키가 차르와 그 가족을 처형한 후에 생겨난 산업의 일부였다.

러시아 정교회와 여러 [우익] 망명자 그룹은 로마노프가에 대한 신망이 유지되도록 하는 데 이해관계가 있었다.

니콜라이 소콜로프가 반혁명 세력들을 도와 차르가 처형된 장소를 조사했다. 소콜로프는 차르 일가의 시체가 맨 처음 버려졌던 폐광으로 기어 내려갔다. 그는 상자에 개 뼈와 다른 “증거”들을 담아서는 유럽을 돌아다녔다.

손가락

다른 것들도 차르의 것이라며 항아리에 담겨 돌아 다니며 요란스러운 대접을 받았다. 여기에는 손가락과 지방 같은 것도 있었다.

뭐니뭐니해도 최고는 살아있는 유물이었다. 그렇게 해서 차르의 딸인 아나스타샤는 러시아를 살아서 탈출한 것으로 여겨졌다. 관련해서 다양한 영화와 책들이 나오고, 자신이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적어도 여덟 명은 됐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 안나 앤더슨이었는데, 그녀는 폴란드 공장 노동자라는 훨씬 더 가치 있는 태생이었다.

반혁명의 희망이었던 황실 유물은 [2차 대전 이후] 냉전 시기에는 낭만적인 찬양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십 년 전, 러시아 억만장자 빅토르 벡셀베르크는 1억 달러[1100억 원]가 넘는 가격에 황실 달걀 몇 개를 구입해서 박물관에 전시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혁명적 시인이었던 마야코프스키는 이렇게 썼다. “당신에게 왕관을 씌워 줄 수 있어요. 오직 폐광에서만요.” (1928년, ‘황제’)

또한 이런 [서양] 속담도 있지 않은가. ‘오믈렛을 만들려면 달걀을 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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