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혁명 100주년 연재 32:
노동자 권력은 독재를 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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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약 노동자 계급이 사회를 통제하고 스스로 운영하기를 바란다고 하면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움찔할 것이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표현을 들으면, 북한이나 스탈린의 러시아 같은 “공산주의” 독재 사회가 연상되곤 한다.(관련 기사: ‘스탈린: 반(反)혁명의 화신’)
그렇지만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1917년 러시아 혁명(관련 기사: ‘1917년 ─ 노동자들이 천지를 뒤흔들었던 해’)에서 볼셰비키가 주장했던 것이다.
볼셰비키 지도자 레닌(관련 기사: ‘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려 한 레닌’)이 주장했던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레닌 비판자들의 왜곡과 달리 압제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러시아 혁명 와중에 레닌은 《국가와 혁명》을 집필해, 모든 자본주의 정치 체제의 목적은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가들의 지배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에서 레닌은 혁명적 이론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자본주의 국가의 목적을 설명한 것을 살펴봤다. 엥겔스는 칼 마르크스와 함께 최초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주장한 혁명가들이었다.
자본주의는 사회 상층부의 소수 지배계급이 비할 바 없이 거대한 노동계급을 착취해서 살아 가는체제다.
노동자들을 착취해야 하는 지배계급의 이해관계는, 자신에 대한 착취를 끝장내고자 하는 노동계급의 필요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자본주의 국가는 [서로 적대하는 계급으로 이뤄진] 이 체제를 수호하는 데에 있다.
자본가 계급 출신의 선출되지 않은 관료층이 정부 부처와 사법부, 중앙은행 등을 운영한다. 헌법과 법률은 이들의 지배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쥐꼬리만한 민주주의로 [통치의] 적법성이라는 기만과 통치의 권위를 공고히 한다.
그러나 이런 체제를 수호하는 진정한 힘은, 레닌이 무장한 사람들의 “특수 기구”라 부른 경찰·군대가 지닌 무력에 있다.
레닌이 썼듯 “국가는 계급 지배의 도구, 다시 말해 한 계급이 다른 계급을 억압하기 위한 도구이다.”
레닌은 혁명을 일으킨 노동자들이 자본가들 소유의 재화와 생산수단을 장악하려면 자신들만의 국가 권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국가 기구를 인수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자본가들의 지배 수단인 기존 국가는 파괴돼야 한다.
새로운 사회를 운영하고 그에 대한 공격을 막아내려면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조직을 세워야 한다. 1917년 러시아에서 새로운 국가 권력은 “소비에트”, 즉 노동자·농민·병사 대중의 혁명적 평의회에 기반해 있었다.(관련 기사: ‘왜 ‘소비에트’가 중요한가?’) 이런 종류의 국가 기구는 자본주의의 어떤 국가 형태보다 더 민주적이다.
소비에트 국가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결정에 직접 관여한다. 그러나 이 또한 계급 지배, 즉 노동자 계급의 지배 수단이다.
자본가 계급은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가 발전하도록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소비에트가 권력을 잡자 옛 자본가 계급이 유혈낭자한 내전을 벌여 혁명을 분쇄하려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노동자 국가에 억압적인 권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자본가 계급에게서 부를 빼앗고 혁명을 물리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프롤레타리아 독재”이다.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에게 착취를 강요하기 위해 자신의 억압적 권력을 사용하는 독재와는 다른 것이다. 노동자 국가는 자신의 억압적 권력을 바로 그 착취를 끝장내는 데에 사용한다.
레닌, 엥겔스, 마르크스는 노동자 국가가 영원할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일단 평범한 사람들이 자본가들의 “사적” 재산을 온전히 통제하게 되면, 두 적대 계급이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가의 필요성도 사라진다.
노동자 국가는 결국 “사멸할 것이다”(자본주의 국가는 저절로 없어지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프롤레타리아 독재, 즉 노동자 통제와 민주주의 없이는 결코 사회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