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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혁명 1백 주년 연재 20:
러시아 혁명의 영광과 비극을 모두 보여 준 크론시타트 수병들

수도 페트로그라드 외곽의 한 섬에 위치한 크론시타트 해군기지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의 근거지였고 나중에는 혁명의 쇠퇴를 비극적으로 상징하는 곳이 됐다.

제1차세계대전의 끔찍한 살육은 수많은 병사들이 반란에 나서고 혁명에 동참하도록 했다. 크론시타트 수병들은 이 반란에서 주도적 구실을 했는데,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발틱 함대의 근거지였던 크론시타트는 현대적 해군을 건설하려 한 차르 계획의 중심에 있었다. 이것은 숙련된 신병이 더 많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신병 중 절반 이상이 노동자였다. 전체 러시아군이 주로 농민으로 구성됐고 노동자 비율은 단 3퍼센트밖에 안 된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노동자 계급 출신의 수병들은 기술뿐 아니라 계급 투쟁의 경험과 사회주의 정치 또한 기지 안으로 가져왔다.

그 지역의 경찰 책임자가 투덜거렸듯이 이들은 “이미 공장 분위기라는 오염된 교육을 받고 온” 사람들이었다. 이것은 항만 노동자나 군수품 제조 노동자, 기지 운영 시설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였다

1917년이 되면, 이 기지가 흡수한 산업 노동자는 1만 7천 명으로 늘어났다.

크론시타트는 화약고와 같았고 1917년 2월에 대규모 반란이 크론시타트를 휩쓸자 마침내 터져 버렸다.

2월 혁명 후 차르를 대신해 들어선 임시 정부는 크론시타트 지역 책임자로 자유주의자 빅토르 페펠랴예프를 파견했다.

그러나 수병들은 이미 전국운동위원회라는 새로운 혁명적 조직을 설립한 뒤였다. 또한 페펠랴예프가 항의했음에도 수병들은 자신들의 소비에트(평의회)를 통해 함대를 민주화하기 시작했다.

볼셰비키에 속한 노동자와 수병들은 치열한 논쟁을 통해 크론시타트 소비에트가 전쟁에 반대하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얼마 후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는 볼셰비키의 슬로건도 지지를 얻게 된다.

크론시타트 소비에트는 5월 30일에 크론시타트의 “유일한 권력”은 소비에트라고 선언하며 임시정부를 거부했다.

이 일로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크론시타트를 “혁명의 자랑이자 영광”이라며 치켜세웠다.

이 사건은 노동계급이 권력을 장악한 10월 혁명의 전조가 됐다.

그러나 10월 혁명 후 러시아의 옛 지배자들과 그들을 후원한 제국주의자들은 지배권을 되찾으려 싸움에 나섰다.

그들이 일으킨 내전 때문에 혁명을 떠받쳤던 노동계급이 무수히 살육당했다. 그래서 혁명의 지도자들에게 극단적 조처가 강요됐다.

1921년에 도시에서의 기근 문제가 심각해지자 볼셰비키는 농민들로부터 곡물을 징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거대한 항의가 일어났다.

크론시타트가 다시 들고 일어났다. 그러나 이제 이들의 요구는 “볼셰비키 없는 소비에트”와 “농업에서 자유 시장 보장”이었다.

1921년, 크론시타트로 돌진하는 적군

이번에는 트로츠키가 이끈 적군이 이들을 진압해야 했다.

전투는 유혈낭자했다. 그리고 많은 아나키스트들과 자유주의자들은 이 사실을 증거로 들며 볼셰비키가 독재로 나아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페트로그라드 전역의 노동자위원회에서 볼셰비키가 맹렬한 비난에 직면했다는 것을 보면, 내전을 겪고 나서도 노동계급 민주주의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볼셰비키가 크론시타트 반란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혁명의 사회주의적 목표를 포기하는 것을 뜻했다.

크론시타트 반란이 성공했다면 모든 반동분자들이 그것에 편승해 사회주의로 향하는 문을 완전히 닫아 버릴 기회를 잡았을 것이다. 반면 볼셰비키는 조금 열려 있는, 사회주의로의 가능성을 지키고자 분투했다.

볼셰비키의 패배는 구 지배계급의 끔찍한 복수를 낳았을 것이다.

만약 혁명이 살아남는다면, 다른 나라에서 반란이 벌어져 러시아가 고립에서 벗어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희망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볼셰비키 지도자 레닌이 말한 것처럼 크론시타트에서의 비극은 “섬광처럼 현실을 비추었”고 커져 가고 있던 절망을 압축적으로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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