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매각·정리해고에 맞선 동광기연 노동자 투쟁:
“동광그룹의 사죄를 받고 공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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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광기연 노동자들이 기습적인 공장 매각과 정리 해고에 맞서 20여 일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설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 1월 23일,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받은 동광기연 노동자들이 매각 철회와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곧바로 안산 공장을 점거했다. 그러자 동광그룹 계열사(동광기연 사측), 공장 인수 업체, 공장 부지 소유 업체는 매일 직원과 경비 용역을 수십 명에서 1백 명 가까이 동원해, 수시로 공장 침탈을 시도하고 공장 출입문을 봉쇄했다. (관련 기사 : [기습적인 공장 매각·정리 해고에 맞선 동광기연 노동자들의 공장 농성 투쟁] 밀실 매각 · 정리 해고 즉각 철회하라!)
그런 공장 안에서 노동자 50여 명은 설 연휴를 포함해 9일을 버텼다. 설 연휴 기간에 공장을 찾은 해고 노동자 가족들은 닫힌 출입문 앞에서 공장만 바라보다 눈물을 지으며 돌아서기도 했다.
동광기연 사측은 공장 봉쇄로도 모자라 노동자들에게 밤낮으로 협박 문자를 보냈다. “특수거주침입죄·업무방해죄”로 고소하고, “매각 계약 위약금, 한국GM의 클레임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서, 노동자들로 하여금 “땅을 치며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다.
사측은 이런 악랄한 협박을 하면서, 퇴직위로금을 3개월치에서 6개월치로 늘리고 고용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이후 법적 결과를 반영하겠으니 이제 그만 합의하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노동자들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퇴직위로금도 거부하고 고용 승계를 쟁취할 때까지 싸울 것을 결의하고 있다. 그래서노동자들은 1월 31일 공장을 나오고 나서도, 10시간 여의 실랑이 끝에 동광그룹 본사에 농성장을 차렸다.
동광기연 사측은 “연간 1천2백만 원에 달하는 임금·학자금·상여금 삭감안”(동광기연 김완섭 지회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노동자들이 문제라며,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노조가 “염치 없다”고 비난했다. 정말이지 요즘 유행하는 “염병하네”라는 말은 동광그룹 사측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조그마한 공장이 국내외 1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동광그룹으로 성장하는 동안 “길게는 30년 가까이 일한 노동자들의 연봉은 3천 만 원 겨우 넘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제 그 “쥐꼬리 월급도 아까워 몰래 공장을 팔고 청춘을 바친 노동자”들을 하루 아침에 해고해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사측은 “[고용 승계를 약속한] 단체 협약 위반이 맞다. 고소하려면 하라”며 뻔뻔하게 노동자들을 우롱했다.(동광기연지회 리플릿)
회사가 어렵다고 하지만, 동광그룹은 계열사 중 유일하게 노조가 있는 동광기연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줬다. 또한, 동광기연이 은행에서 차입한 4백억 원대의 자금을 무상으로 대여해 다른 계열사를 키우는 등 동광기연 노동자들의 피땀을 갈취해 자기 배를 채웠다.
따라서 동광기연 노동자들이 동광그룹 사측에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정당하다.
동광기연노조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사측을 고소하고, 검찰과 법원에 동광그룹 회장 일가 유내형·유승훈 등에 대한 구속·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부당 해고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23일에 우리를 해고하고 나서, 회사는 바로 자기들 사무실을 비웠더라고요. 저들에게 어떨지 몰라도, 공장 현장은 저한테 몸 힘든 것도 참아가며 지금까지 지켜 온 삶의 터전입니다. 우리는 공장 현장으로 돌아갈 겁니다. 지금 순간 그 무엇보다 든든한 조합원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겁니다.”(동광기연에서 11년 일한 여성 조합원)
“동광그룹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렇게 해고 통보를 한단 말입니까!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우리는 결의했습니다. 집에서 아들이 아빠 언제 오는지, 춥진 않은지 매일 걱정합니다. 하지만 집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동광그룹 유승훈의 사죄를 받아내고 공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신념입니다. 앞으로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지역의 연대 동지들 감사합니다. 이길 때까지 함께해 주십시오.”(동광기연지회 최무라 조합원)
연대
동광기연 노동자들은 현재 동광그룹 본사 앞에서 밤샘 천막 농성을 하며, 매일 저녁 집회와 1인 시위 등을 이어 가고 있다. 그리고 금속노조 인천지부, 민주노총 인천본부 산하 노조와 인천 지역 단체들에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동광기연 노동자들은 노조 지도부 선거가 진행 중인 한국GM지부의 선거운동본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연대 호소를 하기도 했다.
이런 호소에 호응해 집회 때마다 한국GM지부 생산직·사무직·비정규직 노동자, 삼성전자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 등 금속노조 인천지부 소속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인천본부 · 건설 · 보건의료노조 노동자, 정의당 인천시당, 노동자연대 인천지회, 사회진보연대 등 지역 노조 · 단체들의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GM에 납품해 온 동광기연에서 벌어진 사태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최근 [동광기연으로부터 기계 설비를 인수해 생산을 시작한] ㈜크레아안톨린에서 심각한 불량이 있어 한국GM 2공장의 생산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동광기연 동지들이 복직해 제대로 된 생산을 해야 합니다. 동지들이 승리하는 그날까지 연대하겠습니다.”(한국GM지부 사무지회 이재수 조합원)
“2001년에 동광기연 노동자들이 한걸음에 달려와 정리해고 철회 투쟁에 함께해 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GM지부가 그 빚을 갚을 때라고 생각합니다.”(민주노총 인천본부 홍길표 조직국장, 2001년 정리해고 당시 한국GM지부 대협부장)
천막 농성장과 집회를 찾은 이들의 손을 마주 잡으며 따뜻한 커피를 내미는 동광기연 노동자들의 모습에서 연대를 반기고 고마워하는 마음이 물씬 묻어 난다. 그만큼 노동자들에게 이 투쟁은 절박하다. 강추위 속에서도 매일 결의를 다지며 꿋꿋하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동광기연 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