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전국여성노동자대회:
여성 노동자들,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박근혜 없는 봄’ 외치며 도심 행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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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행진에서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은 “빵, 토지, 평화”를 외치며 러시아혁명의 불씨를 당겼다. 올해 3월 8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박근혜 퇴진 투쟁의 주역 중 하나인 여성 노동자들이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집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여성노동자대회에 이어, 2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민주노총과 13개 여성·사회단체로 꾸려진 공동기획단이 주최하는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 스탑(STOP) 여성대회 및 행진’이 열렸다.
공공운수노조·건설·금속·보건·전교조 등 민주노총 주요 노조의 간부와 조합원들, 여성단체들과 좌파단체들, 정의당·노동당·녹색당 등이 참여해 박근혜 정권 하에서 더욱 열악해진 여성 차별 현실을 규탄했다. 전국여성노조 소속 노동자들도 3백여 명이 참여해 큰 대열을 이뤘다. 주요 대선 후보 중에는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만이 참가했다.
여성 노동자들이 이날 가장 소리 높여 외친 것은 “성별 임금격차 해소!”였다. 100대 64는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 비율이다. “여성 상위 시대” 운운하지만, 참가자들은 성차별 임금이야말로 “여성 차별의 명백한 증거”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리고 직장 곳곳에 만연한 여성 차별의 민낯을 폭로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많았다.
복지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한 여성 노동자는 임신한 동료를 두고 “가임 여성은 뽑는 게 아니다”라고 한 회사 측의 성차별 언행을 폭로하고 투쟁한 경험을 소개했다. 이 여성 노동자는 “애 안 낳으면 이기적이라고 비난 받고, 임신하면 회사에 해가 되는 나쁜 여자로 비난” 받는 현실을 꼬집었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급 때문에 홀대 받는 현실을 고발한 요양보호사, 외주화로 고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는 책임을 방기하는 원청을 폭로한 콜센터 해고 노동자, 여성의 노동을 부업으로 취급하며 임금 차별을 정당화하는 게임 회사를 규탄한 20대 여성 노동자, 열심히 일해도 최소한의 생계비도 받지 못하는 인하대 청소 노동자 등등 부당한 차별 현실을 고발하는 발언들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들은 당하기만 하는 “연약한 존재가 아니다!” 발언한 노동자들은 착취와 억압에 맞서 투쟁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여성 노동자도 싸우면 이길 수 있다”고 서로 자신감을 북돋았다.
박근혜 정권 하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끈질기게 싸워 왔고, 이제 박근혜는 탄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강력한 힘을 보여 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여성 노동자들에게도 더 자신감을 주고 있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올해 민주노총의 여성의 날 집회가 평일 낮이 아니라 주말에 열렸다면 더 많은 기층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집회 선언문은 “여성에게는 끈질기게 싸워 권리를 쟁취하고 세상을 바로잡는 힘이 있다. ... 여성들은 문제를 문제라 말하며 끈질기게 싸울 것이”라며 여성들이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당당하게 선포했다.
매섭고 차가운 바람도 박근혜 없는 봄을 위해 한 겨울 내내 촛불을 들며 투쟁한 여성 노동자들의 투지와 성평등 염원을 꺾지 못했다.
2천 명의 여성·남성 노동자들은 꽃샘 추위와 눈발을 가르며 한 목소리로 “성별 임금격차 해결하라”, “동일임금 동일노동”,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하라”, “여성노동자는 싸구려 노동력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힘차게 도심을 행진했다.
정리 집회에서 한 공무원 해고 여성 노동자는 여성을 아이 낳는 도구로만 취급하는 정부의 행태를 규탄하며 “시간제 일자리나 비정규직을 없애고, 최저임금 1만 원 보장하고, 임금 차별을 해소하는 것이 정부가 진정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곧 ‘해고’될 박근혜에게 요구하지 말고 우리가 투쟁으로 쟁취하자”고 말해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여성의 날 집회와 행진이 끝난 직후 박근혜 탄핵 심판일이 발표됐다. 박근혜 탄핵은 지난 4년간 착취와 차별 강화에 맞서 노동자들이 끈질기게 투쟁한 성과이다. 그리고 이는 여성 노동자 착취와 차별에 맞선 투쟁의 전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날 여성 노동자들이 보여 준 투지는 산적한 적폐를 청산해 나가는 데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