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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저금리 대출로 지탱되고 있는 트럼프 정부

도널드 트럼프가 좌충우돌하며 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그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 한 가지를 대라면 미국의 주식 시장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그의 대통령 당선 이후 투자자들은 주가를 상승시키고 있다.

3월 2일 주식시장에 상장된 스냅[스마트폰 앱 스냅챗의 개발사]의 기업가치는 39조 원이나 됐다. 이런 상황은 1990년대 후반 ‘닷컴 호황’을 연상케 한다. 당시 IT부문의 “신경제” 열풍은 괴짜들을 하룻밤 사이에 백만장자로 만들었다.

트럼프는 주가 상승이 제 덕이라고 주장한다. 주식시장이 이렇게 들뜨는 것은, 일정 부분 트럼프가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경기를 부양시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에는 월스트리트를 비난했음에도 자신의 내각을 은행가들로 채웠다. 그리고 금융주들이 주식시장 급등을 이끌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의 존 아서스를 비롯한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현재 상황에 회의적이다. 아서스는 2016년 초 중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보였기에 시장은 큰 두려움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당시 세계경제는 물가 하락으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심각한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런 두려움은 줄어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미국 경제의 건전성을 낙관한다. 연준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돼 온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요란스럽게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한 설문 조사에 응답한 경제학자 네 명 중 세 명 꼴로 연준이 올해 금리를 세 번 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서스는 이렇게 말했다. “공급관리자들의 설문 조사는 …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함께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임을 보여 준다. 연준이 즐겨 사용하는 미국 물가 상승률 수치는 목표치인 2퍼센트에 거의 근접했다. 유럽은 이전의 아주 나빴던 수준에서 회복 중이라는 조짐을 계속 보여 준다.

“같은 주에 미국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했으며 일본도 2년간의 디플레이션 이후 물가가 상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결정적으로, 1년 전 과도한 부채로 우려를 낳았던 중국 경제가 반등세를 이어 갔다. 중국의 생산자가격은 연간 약 6퍼센트씩 하락했으나 최근에는 7퍼센트 상승했다.”

그러나 이처럼 시장이 경제 성장을 기대하는 것이 과연 도널드 트럼프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전히 세계 주요 경제들은 거품에 의존한다.

닷컴

1990년대 후반의 ‘닷컴 호황’은 금융 거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가는 산업·상업 기업의 수익성과 상관없이 폭등했다.

2000년 초에 그 거품은 붕괴했다. 이는 여러 면에서 2008년 경제 위기의 예고편이었다.

투자 자문회사 720글로벌의 마이클 레보비츠는 최근 미국의 주가와 “실물”경제 사이의 간극이 ‘닷컴 호황’ 시절보다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1995∼99년 국민소득은 해마다 4.08퍼센트 늘었다. 2012∼16년에는 1.9퍼센트씩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연간 생산성 성장률은 1995∼99년에는 1.84퍼센트였지만 2012∼16년에는 겨우 0.49퍼센트였다.

미국 정부의 부채는 2조 9천억 파운드[약 4천90조 원]에서 2010년대 중반에 13조 9천억 파운드[약 1경 9천6백조 원]로 늘었다.

S&P500 지수 상위 5백대 기업들의 수익은 ‘닷컴 호황’ 시절 3년 동안 7.53퍼센트 증가했다. 그런데 2012∼16년에는 3.84퍼센트 하락했다.

미국 경제의 기반만 허약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중국이 성장률을 회복했는데, 은행들이 기업들에게 더 많은 돈을 빌려 주도록 중국 정부가 장려한 덕분이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은행들은 세계 어느 곳보다 대출을 많이 해 준 상황이다. 중국 은행들은 약 27조 파운드[약 3경 8천조 원]를 대출했는데 이에 견줘 유로존 은행은 25조 파운드, 미국 은행은 13조 파운드를 대출해 줬다.

한 경제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금융 시스템의 엄청난 규모는, 경제가 은행 자금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에 시달리고 막대한 신용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뜻으로, 축하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혁명가 카를 마르크스가 신용체제라고 부른 것에 의존하는 곳은 중국만이 아니다. 연준의 금리 인상 계획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장기 금리는 많은 국가에서 낮게 유지되거나 인하되고 있다. 다시 말해 대출은 여전히 매우 싸다.

지금 시장의 거품을 낳는 것은 바로 이런 값싼 자금들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54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