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전선:
프랑스에 드리운 나치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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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4~5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전선(FN)의 후보 마린 르펜이 당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결선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선진 자본주의 나라인 프랑스에서 나치의 결선 진출은 심각한 정치적 경고다.
프랑스에는 제2차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 점령 하에 괴뢰 정부가 수립됐었고, 그 정부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전쟁 후에도 남아 있었다. 그 나치 추종 세력을 규합해 1972년 국민전선을 창립한 자가 마린 르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이다.
장-마리 르펜은 당시 식민지였던 알제리의 독립 전쟁 진압에 참가해 잔인한 고문으로 악명을 떨쳤고, 귀국 후에는 나치 친위대 출신과 함께 히틀러 제3제국의 군가와 연설 등을 녹음한 음반을 판매했다. 장-마리 르펜은 전후에 달라진 상황에 적응할 전술을 제시하며 파시즘 운동의 재결집을 도모했다.
그것은 국민전선을 보통의 정당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28세 최연소 국회의원이라는 자신의 타이틀을 이용하면서, 우파 인사들 일부(예컨대, 주류 우파 정당에서 공천 탈락한 인물)를 의식적으로 영입해 이용한 뒤 내치기를 반복했다.
또한 간간이 “유대인을 처형한 가스실은 제2차세계대전의 자잘한 일 중 하나일 뿐이다” 하며 나치 본색을 드러내면서도 노골적 파시즘을 추종하는 자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기도 했다.(물론 그 연계를 아주 끊은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일상적 시기에는 선거를 통해 광범한 지지를 제공해 줄 외곽 지지 세력도 거느리며 힘을 키우다가 사회적 격변의 시기에 거리의 대중 운동을 통해 대중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다.
“완전한 격변의 때가 오면 … 사람들의 입장이 놀라울 정도로 변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 프랑스인들의 머릿속에서 그들이 믿었던 모든 세력이 나쁜 놈으로 보일 때 유일하게 신뢰할 만한 세력으로 보이려면 시라크, 발라뒤르 … [주류 정치인들]과 절친한 사이가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국민전선의 이론지 《정체성》 편집장, 장-클로드 바르뎃)
예컨대 지난해까지 난민들이 모여 살던 칼레에는 폭력배들이 주기적으로 나타나서 난민을 공격했는데 이런 폭력배들의 일부는 국민전선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은 선거에서 상대 후보의 선거 운동을 물리적으로 공격하거나 국민전선 이름으로 선거에 출마하기도 한다.
폭력배
또한 국민전선 간부들은 지역 사회에서 종교 활동을 벌이거나 경찰들 사이에서 조직을 꾸리는 등 다양한 형태로 국민전선의 사상을 퍼뜨린다.
그러나 국민전선이 성장할수록 선거 자체에 골몰하는 경향도 당내에 자라고 명망 추구적인 경향과 기성정치 체제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경향 사이에 긴장이 생긴다. 그래서 르펜은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려고 일부러 당원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막말을 내뱉어 왔다.
물론 국민전선을 어려움에 빠트리는 핵심 요소는 계급투쟁이다. 1995년 11~12월 프랑스를 뒤흔든 공공부문 파업은 국민전선을 직접 겨냥하지 않았는데도 국민전선에 큰 타격을 입혔다.
당시 노동자 파업은 수백만 대중의 지지를 받았고, 노동계급은 자신감을 회복했다. 그러자 국민전선은 수세에 놓였다. 노동자 파업의 영향으로 이주민 인종차별 반대 운동도 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잠복해 있던 당내 갈등이 1998년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국민전선의 2인자였던 브뤼노 메그레는 주류 우파 정당과 손잡으려 한 반면, 르펜은 그에 반대했다. 결국 국민전선은 분열해 199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의석을 절반 이상 잃었다.
이처럼 국민전선을 약화시킬 최선의 방법은 계급투쟁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2011년에 장-마리 르펜의 막내 딸 마린 르펜이 국민전선 대표 자리를 물려받고, 2012년 대선에서 역대 최대 득표(6백만 표, 18퍼센트)를 기록한다. 그동안 중도우파 정부와 사회당 정부가 번갈아 집권하며 인종차별과 무슬림 혐오를 쉬지 않고 더 심화시키고, 경제 위기 이후 한층 더 커진 유럽연합에 대한 반감을 사실상 국민전선만이 대변(기회주의적이지만)한 덕분에 마린 르펜은 아버지 이상의 선전을 거두고 있다. 무슬림 혐오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는 프랑스 좌파의 약점도 한 요인이다.
혁명가들은 기층에서 인종차별과 국민전선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는 동시에 계급투쟁이 활발해지도록 도모함으로써 국민전선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