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 군인 색출·처벌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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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이 동성애자 군인들을 수사하고 있고, 이들을 군형법 92조의6에 따라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군인권센터가 4월 13일, 육군이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에 따라 동성애자 군인들을 ‘색출’하고 있다고 폭로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다. 군인권센터가 다수의 피해자들의 제보를 받아 폭로한 바에 따르면, 육군 중앙수사단은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로 지난 2월과 3월에 전 부대를 상대로 수사를 벌여 동성애자 군인들을 ‘색출’해 냈다고 한다. 현재 40~50명이 수사 선상에 올라와 있고, 13일에 한 군인(A대위)이 관련 문제로 체포됐으며 오늘(1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A대위 구속영장청구 기각 탄원서’ 서명하기).
군인권센터는 수사 과정에서 육군이 인권침해도 벌였다고 폭로했다. 수사 선상에 오른 군인들이 동성애자인지 아닌지를 식별하겠다며 핸드폰을 빼앗아 연락처의 지인들을 지목하며 성관계 여부를 캐묻고, 데이트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함정 수사와, 아웃팅 협박을 하고 허위 자백도 강요했다고 한다.
육군은 육군참모총장의 지시나 인권 침해 사실은 부정했다. 그러나 군인권센터로 제보가 들어온 다수 피해자의 진술이 매우 구체적이고 수사 범위가 꽤 광범위해서, 이런 수사가 참모총장의 지시 없이 이뤄졌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국가조찬기도회와 같은 우익적 기독교 행사에 참석해 특별 기도까지 하는 등 우익 성향의 기독교 장로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동성애자 군인 ‘색출’ 사건이 그런 그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또, 그는 1군사령관으로 재임했던 2015년 당시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군 부사관에 대해서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표시를 하지 왜 안 하냐’는 식의 발언을 한 의혹이 제기돼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점들을 보면, 이번 조처가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이 낳은 정치적 분위기가 군대 안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고 단속하려는 의도였을 개연성이 있다.
군형법 92조의6
한편, 이 사건은 군형법 92조의6이 즉각 폐지돼야 하는 이유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군형법 92조의6(추행)은 군인, 군무원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인데 이미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을 다루는 법이 있는데도 따로 이 조항을 둔 것은 사실상 동성애를 처벌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이 ‘추행죄’를 적용해 서로 다른 부대의 두 병사가 휴가 중에 자신의 집에서 합의 하에 한 성행위를 처벌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이처럼 92조의6은 동성애 자체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악질적 조항이다.
소수자 차별과 마녀사냥은 우익들이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려고 흔히 쓰는 수법이다. 그리고 법에 이런 조항들이 있는 것은 우익들의 동성애 혐오 등 온갖 차별 행위와 언사를 정당화하고 자신감을 고취하는 효과를 낸다. 이것이 우익들이 군형법 92조의6을 수호하려 아득바득 애쓰는 이유다.
이미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동성애 차별이라는 이유로 유사 법률이 모두 폐지됐다. 한국에서도 수 차례 위헌 시비가 붙었고 올해 4월 6일에 또다시 헌재에 위헌심판 제청됐다.
육군은 동성애자 군인 색출·처벌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또한 ‘동성애 처벌법’인 군형법 92조의6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