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 규탄 집회:
“동성애는 범죄가 아니다! 동성애자 군인 색출·처벌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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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1일 저녁 국방부 앞에서 '육군 성소수자 군인 색출 사건 A대위 석방 촉구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군인권센터가 주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측 예상보다 많은 약 2백50명이 모였고, 특히 젊은 성소수자들의 참가가 눈에 띄게 많았다. 육군의 동성애자 색출 사건에 대한 깊은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7일 육군의 동성애자 군인 색출 수사의 결과로 A대위가 처음 구속됐다. A대위는 전역을 채 한 달도 안 남기고 성적 지향이 밝혀져서 군형법 92조6 ‘추행죄’ 위반으로 구속됐다. KBS 등 일부 언론의 왜곡 보도와 달리, A대위는 강제 추행을 하지 않았고 SNS에 '음란물을 유포’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부대 내 공공시설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는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관계 사실을 인정했을 뿐이다(군인권센터 보도자료).
이번 육군의 수사와 A대위 구속은 동성애 그 자체를 범죄시하는 군형법 92조6의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A대위 구속의 근거가 된 군형법 92조6 ‘추행죄’는 강제성과 상관없이 동성애를 ‘추행’으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법으로 유엔 자유권위원회에서도 폐지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그런데 군형법 92조6 ‘추행죄’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육군의 수사처럼 적극적으로 군대 내에서 동성애자를 색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육군 중앙수사단은 동성애자 군인의 핸드폰을 반강제로 빼앗아 얻은 정보로 동성애자 군인 색출을 확대해 갔다. 또 육군 중앙수사단은 동성애자 군인에게 게이들의 만남 어플에 접속해서 군인으로 추정되는 다른 사람에게 성관계를 제안하도록 시키는 등 함정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수사 과정에서 수사 대상 군인들에게 아웃팅을 협박하고, 인권 단체에 알리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거라고 협박하는 전화 내용도 폭로됐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 중앙수사단은 현재 40~50명의 신원을 확보했고 20~30명을 입건할 계획이라고 한다.
집회에서 A대위의 변호사는 육군의 A대위 조사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를 폭로했다. 육군 중앙수사단은 A대위를 조사하면서 '누가 먼저 옷을 벗었느냐, 성관계를 어떻게 했느냐' 등 모욕적인 질문들을 하고, 영장도 없이 핸드폰을 가져가 SNS의 대화 내용을 뒤졌다고 한다. 육군 중앙수사단이 쓴 조서에는 A대위가 친구와 '회관에서 만나자'라고 보낸 문자를 "동성애적 대화를 했다"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변호사의 폭로가 이어질 때마다 집회 참가자들은 모두 열받아 하며 혀를 찼다.
집회 현장에서 수사관이 동성애자 군인으로 추정되는 수사 대상자를 저열하게 캐묻는 녹음 파일을 틀자, 한 참가자는 ‘눈물이 나와서 다 못 듣겠다’며 글썽였다.
군 복무 경험이 있거나, 군 복무 하는 친구들이 있는 성소수자들도 나와서 여럿 발언했다.
김조광수 씨와 동성결혼을 한 김승환 씨는 "나는 당시 성소수자 운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군형법 92조6의 존재도 알고 있었다. 나는 군복무 시절 말을 거의 안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야 내가 (동성애자라는 것이) 티가 안 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2년 동안 복무를 마쳤다"고 말했다. 많은 동성애자 군인들도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
누구보다도 현재 군복무를 하는 동성애자들이 가장 불안함에 떨고 있을 것이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남웅 대표도 발언에서 군대에 있는 친구들을 걱정했다.
"군대에 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회원이 편지를 보냈는데 뉴스에 불안해하면서 자신이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의 안녕을 빌면서 지금은 조심하라는 대답밖에 해줄 수 없었다. 특정 집단을 색출하는 육군의 표적수사는 성소수자 군인 모두의 일상에 공포와 자기검열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준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의 심기용 대표는 "나도 미필이고 지정성별 남성으로 곧 군대에 가야 한다. 두렵다. 2년을 어떻게 나를 숨기고 사나? 게다가 이제 국방부 앞에서 발언까지 했다. 나는 성소수자다! 나도 잡아가라!" 하고 용기 있게 외쳤다. 심 대표는 현재 여러 대학에서 이 문제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나왔다는 소식을 알리며 대학과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동성애 범죄화와 맞서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군형법 92조의6을 폐지하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서구에서는 폐지된 동성애 처벌법이 아직까지 한국에 남아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김조광수 씨는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이것이 2017년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영국은 50년 전에 동성애 처벌법을 폐지했다. 지난해 독일은 과거 동성애 처벌법으로 유죄를 받고 피해 받은 성소수자에게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하는 법을 제정했다. 그런데 2017년 대한민국에서는 버젓이 동성애자를 범죄시하고 법이 게이는 평등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50년 전에 영국이 폐지한 처벌법, 대한민국에서는 2017년 우리 손으로 폐지하자. 싸우자!”
참가자들의 발언에선 이런 차별을 외면하는 일부 대선 후보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만이 유일하게 군형법 92조의6 폐지 입장을 밝혔고 이번 A대위 구속에도 항의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육군은 야만적인 동성애자 군인 색출·처벌을 중단해야 한다. 군인권센터는 매주 금요일 국방부 앞에서 A대위 석방과 성소수자 군인 색출 수사 중단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