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트럼프의 전쟁 놀이는 국내 정치용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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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서는 순항 미사일을 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초대형 폭탄을 날리고, 한반도에서는 잠재적인 핵 대치 상태다. 미국의 해외 전쟁을 비판하던 도널드 트럼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국가의 외교 정책에 국내 정치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학계의 오랜 논쟁거리다. 그러나 이 경우에 관한 한 고삐를 쥔 쪽은 국내 정치인 듯하다.
트럼프는 대통령 임기를 매우 좋지 않게 시작했다. 연방법원은 그의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을 두 번이나 중단시켰다. 공화당 극우파 의원들은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려는 그의 시도를 막았다. 백악관도 내부 갈등으로 마비됐다. 이 과정에서 덤터기를 쓴 것은 트럼프의 “수석 전략가”인 인종차별적 포퓰리스트 스티븐 배넌이다. 트럼프는 배넌을 강등하고,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이렇게 보도했다. “트럼프에게 하나 위안이 된 것은 시리아에 미사일 59발을 발사한 결정이었다. … 트럼프는 국가안보보좌관 H R 맥매스터가 주도했던 미사일 발사 과정에 만족했다. 서로 싸우던 내각이 화해하고 한데 모이며 백악관의 좀 더 전통적인 방식에 가깝게 전문성을 발휘한 것이다.”
최고통수권자
대통령의 친구 토마스 배럭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트럼프는 취임 이후 내가 아는 한 가장 좋은 상황에 있다. 트럼프는 자신감을 찾았다. 그는 이제 자신의 일과 팀에 대해서 감을 잡았다. … 내 생각에 트럼프는 이제서야 자신이 최고통수권자라고 느끼는 것 같다.” 트럼프가 13일 언론에 한 말은 이를 뒷받침한다. “내 일은 내 군대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로 훌륭한 군대를 갖고 있고, 그 군대는 평소처럼 필요한 일을 해냈다. 우리는 군대에 완전한 권한을 부여했고, 우리의 군대는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를 겨냥해 [초대형 폭탄] GBU-43 모아브(MOAB) 사용하도록 허가한 이유를 설명하며 한 말이다. 〈포린 폴리시〉는 이렇게 논평했다. “트럼프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현장의 미군 사령관들이 목표를 타격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재량권을 허용했다. 소규모 부대 이동이나 때때로는 개별 목표물에 대해서도 통제했던 오바마 행정부가 불만이었던 군 지도부에게 이는 기꺼운 변화다.”
비록 트럼프가 전시 대통령 놀이를 즐기고 있을지 몰라도 미국 바깥의 엄혹한 정치 현실은 여전하다. 미군이 초대형 폭탄을 투하한 것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꼭두각시 정권이 16년 넘게 전쟁을 벌이는데도 탈레반을 물리치기는커녕, ISIS에 충성을 다짐하는 전사들까지 탈레반에 가세하는 것에 대한 좌절감 때문이다.
시리아 순항 미사일 공격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바사르 알 아사드 정권을 제거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데서는 발을 뺐다. 아마도 맥매스터와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를 필두로 한 트럼프의 장군들이 아사드 정권 제거 시도가 실패할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베트남과 이라크에서 실패했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실패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반도는 더 큰 문제다. 북한 정권은 지정학적 고립과 경제적 취약성을 만회하려고 핵무기와 이를 탑재할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려 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할 능력을 갖지 못하게 막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과 미국의 동맹 남한의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 그러나 승리의 대가는 매우 클 것이다. 북한은 엄청난 양의 재래식 미사일과 대포로 남한의 수도 서울을 겨누고 있다. 서울은 [수도권] 인구 2천5백만의 세계적인 도시로 한반도를 분단하는 휴전선 바로 근처에 위치한다.
중국 문제도 있다. 중국은 (점점 마지못해 하지만) 북한의 주요 후원국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을 통제하지 않으면 자신이 선제 공격하겠다고 베이징을 압박해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에 대한 고삐를 죄게끔 하려 한다. 중국은 북한 원유 공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김정은을 제거하려 했을 때 가만히 보고 있을 것 같지도 않다.
트럼프는 자신의 장군들과 함께 앉아 있을 때 마치 세계의 꼭대기에 있는 것같이 느낄지도 모르겠다. 전임 대통령들도 그렇게 느꼈었다. 조지 W 부시는 스스로 “칼자루를 쥔 자”라고 불렀다. 그러나 부시의 미국은 사상 최악의 군사적 패배를 겪었다. 마찬가지로 트럼프도 미국의 힘의 한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