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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대선 후보 성소수자 혐오 비판 기자회견이 열리다

5월 2일 고려대학교에서 ‘우리는 공존을 위한 대선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다’ – 고려대학교 사람들의 성소수자 보편적 인권 지지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와 KUPA(Korea University People Action)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대학가에서 처음으로 일부 대선 후보들의 동성애 혐오·차별 발언을 비판하며 열리는 기자회견이었다.

KUPA는 성소수자 권리를 방어하는 고려대 학내 구성원들의 모임으로, 고려대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과 총학생회가 발의해 지난 4월 27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육군의 동성애자 색출과 구속이 폭로되고, 일부 대선 후보들이 공공연하게 동성애 혐오·차별 발언을 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자는 공감대가 커졌다.

KUPA는 지난주 목요일부터 성소수자-비성소수자 연대 대자보전을 진행했는데, 성소수자 인권과 평등을 주장하는 대자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도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20명가량이 참가했다. 많은 학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기자회견을 관심 있게 지켜 봤다.

ⓒ사진 제공 신나리

기자회견에서 성소수자들이 쓴 대자보가 대독됐고 여러 학내 단체 대표자들이 발언했다. 성소수자들이 쓴 대자보에는 자신도 성적 지향 때문에 공격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또 한편의 분노, 함께 촛불을 들자는 호소가 많았다.

고려대 이승준 총학생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성소수자, 비성소수자 가릴 것 없이 오늘날 대학생들과 청년들의 삶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높은 등록금과 빠듯한 생활비, 경제난 속에 결코 해소되지 않는 취업 걱정까지 청년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성소수자 청년들은 본인들의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하는 사람들에 맞서야 합니다.”

한 성소수자는 대자보에서 계속해서 촛불을 들자고 호소했다.

“다 함께 촛불을 들었을 때는 부패를 청산하고, 적폐를 청산해 달라고 했지요. 특정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기회가 평등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지요. 그런데 제가 들었던 촛불의 부탁은 어디로 갔습니까?

“국방부 앞에서 촛불을 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육군의 반인권적인 동성애자 색출을 규탄하며, 군형법 제92조 6항 폐지를 외치고 있습니다. ‘잔인한 사월’은 아직 가지 않았습니다. 이제 또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때입니다.”

고려대 여학생위원회의 발언자는 성소수자들도 평범하게 연애하고 평범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등록금 문제를 말할 때도, 세월호를 추모할 때도,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키고 다가오는 선거를 만든 지난 겨울에도 우리는 광장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러했듯 광장에서, 일상에서 변화를 만들 것입니다.”

한 성소수자는 “우리도 국민”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국가가 성소수자들에게 법적 평등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대한민국의 성소수자는 가족제도, 교육제도, 의료제도, 조세제도, 군형법 등에서 평등하게 대우받지 있지 않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아직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고 말 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가만히’ 있어야 하고 성소수자의 권리가 ‘나중에’여야 합니까. 성소수자는 이등시민이 아닙니다. 성소수자 역시 비성소수자와 동등한 국민입니다. 반대해야 할 것은 성소수자가 아니라 차별입니다.”

고려대 중앙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 회원인 이예원 씨도 발언했다. 그는 지난해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하고 동아리연합회 선거에 부회장으로 출마해 당선한 후 1년 동안 학생회 대표자로 활동했다.

“이렇게까지 대놓고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말을 들은 건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성소수자로 살아오고 커밍아웃 한 이후로 후회한 적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 며칠은 내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부정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의 발언에 항의해] 기습 시위에 참가한 친구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는 순간,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지금 왜 공부만 하고 있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잠시 사회 변화를 위한 열정들을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 [성소수자의 평등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 줬으면 합니다. 누군가 투표하고 뽑는 것에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항상 성소수자들의 차별[받는 현실을] 생각하고 관심 가져 주면 좋겠습니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홍준표는 계속해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조장에 앞장서고 있다. 역겹게도 5월 2일, 기독자유당은 ‘범 기독교계’를 표방하며 홍준표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독자유당은 지난 총선에서 동성애 혐오를 공공연히 말해 온 우익 집단이다.

기독교 우익들이 꾸준히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고 있고, 특히 육군의 동성애자 색출·구속처럼 직접적인 탄압이 있는 상황에서 많은 성소수자들이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고 분노하고 있다. 이 쟁점에 대한 학생과 청년들의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고려대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방어하기 위해 연대체가 꾸려진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KUPA가 대선 이후에도 성소수자 혐오 반대와 평등을 위해 다양한 행동을 벌여나가길 응원한다.

5월 4일에는 용산 국방부 앞에서 A대위 석방과 육군의 동성애자 색출을 규탄하는 문화제가 열린다. 함께 참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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