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녹색교통진흥지역 자동차 통행 관리 시스템’ 설계 용역을 발주했다. 온실 가스 배출과 도심 미세 먼지 발생 등을 막기 위해 도심 차량 통행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올해 3월부터 옛 한양 도성 안쪽 16.7제곱킬로미터 지역을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정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이 지역에는 노후 경유차뿐 아니라 일반 승용차와 관광버스의 진입도 금지된다. 차량번호 자동 인식기를 설치해 통행을 감시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물리거나 이용료를 부과해 자동차 운행을 억제하겠다는 계획이다.
짐작건대 주요 환경단체 리더들은 박원순 시장의 계획을 지지할 듯하다. 예컨대 녹색당 남준희 정책위원은 지난해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런던의 저배출구역(Low Emission Zone, LEZ)을 언급하며 서울시도 “차종과 연식으로 일괄로 진입 제한 대상 차량을 정하여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자동차가 당신의 숨통을 끊고 있다’, 2016년 3월 17일치).
물론 자동차 배기 가스를 규제하고 공기질을 개선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자동차 제조사의 배출 가스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세금을 부과해 노후 차량에 배출 가스 저감 장치를 달아 주면 효과적일 것이다. 대중교통을 크게 개선해 노동자들의 출퇴근을 지원한다면 도심 승용차 운행도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계획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 통행료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처는 실제로 환경 개선 효과는 내지 못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부담만 늘리는 결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남산 터널 통행료 부과도 도심 혼잡과 공해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도입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턴 것 말고는 아무 효과가 없었다. 런던 시의 저배출구역 지정도 대기 오염을 줄이지는 못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승용차 이용만 막았다. 정작 부자들은 그들 입장에서 푼돈에 불과한 과태료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서울시는 생계형 차량 운행은 허용하겠다지만, 관광버스는 생계용인가 아닌가? 주택난으로 서울 근교로 밀려난 노동자들의 출퇴근용 승용차는 생계용인가 아닌가? 게다가 과연 부자들이 과태료 때문에 차를 못 갖고 다닐까? 박원순이 지향하는 '걷는 도시'에서 한적하게 도심을 걸어 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효과도 없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서울시의 차량 통행 제한 계획은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