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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판박이’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문재인에게 요구한다:
수색을 즉각 재개하고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설치하라

17일 오전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이 수색 재개를 호소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저희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실종 선원들의 수색 재개가 조속히 이루어질 것으로 매우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후 일주일이 지나도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수색 재개는 전혀 진전이 없습니다. … 수색이 지속된다면 저희의 아들이, 남편이, 형제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스텔라 데이지호 선원 가족협의회 공동대표 허경주 씨)

5월 17일 오전 11시,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청운동 동사무소로 행진한 뒤 그 앞에서 실종자에 대한 조속한 수색 재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은 스텔라 데이지호의 소유주인 ‘폴라리스 쉬핑’ 사무실 건물 앞이나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농성하면서 서명 운동, 기자회견, 집회 등을 이어 왔다.

제2의 세월호

초대형 화물선인 스텔라 데이지호는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온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했고, 한국인 8명을 포함한 선원 22명이 실종됐다. 원인은 무리한 선박 개조와 노후화에 따른 선체 균열로 추정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한국 선급의 허술한 선박 안전 검사가 하나도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선사는 스텔라 데이지호 외에도 노후 선박을 19개 가지고 있고, 스텔라 데이지호의 ‘자매 선박’이라고 불린 스텔라 유니콘호는 4월 2일 선체에 균열이 생기고 물이 새 운항 도중 뭍으로 돌아왔다. 평소에 선원들은 스텔라 데이지호를 “언제 침몰해도 이상하지 않은 ‘똥배’”라고 불렀다.

한편 스텔라 데이지호의 실종된 선원들은 침몰 직후 구명벌(자체 동력이 없는 구조 보트)를 이용해 탈출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배에는 3일치의 식량과 낚시 도구 등 생존에 필요한 장비가 구비돼 있다. 만약 즉시 주변 해역을 수색하기 시작했다면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사는 사고 발생 이후 12시간이 지나서야 한국 해경과 외교부에 이 사실을 알렸다. 배와의 연락 두절이 위성 장비 오작동에 의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침몰 사고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사고의 파장을 축소하고 책임을 조금이라도 더는 데 급급해 선원들의 목숨은 뒷전에 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해수부와 외교부도 사고 사실을 안 뒤 권한대행 황교안에게 보고하기까지 8시간을 허비했다.

그 사이 수색의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브라질 공군이 사고 발생 28시간 뒤에 수색을 시작했지만 남대서양 망망대해 어딘가로 휩쓸려 간 구명벌은 사고 발생 이후 50일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발견되지 못했다.

17일 오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기자회견
실종된 허재용 이등항해사의 누나이자 스텔라데이지호 가족 공동대표인 허경주 씨

성의 없는 수색

4월 3일, 해수부 장관 김영석은 “가족들이 양해할 때까지 끝까지 수색하겠다”고 했지만 이 약속은 금세 깨졌다. 해수부는 수색 해역을 통과하는 국가 소유 선박을 수색에 투입하지 않았다.

이후로도 정부의 수색은 성의 없고 무책임했다. “우리 나라 국토 면적 정도 되는 바다를 선박 3~4척이 수색하는 꼴이다. 산꼭대기에서 산 아래에 있는 가방 찾기와 다르지 않다. 위성도, 심해 수색 장비도 갖추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다.”(실종자 가족)

비상대책반 담당 부서인 외교부는 실종자 가족을 위해 정례 브리핑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특이 사항이 있을 때 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실종자 수색 상황실 공간도 정부가 제공하지 않고 선사가 마련하도록 했는데, 선사는 5월 초 사무실 임대 계약이 끝났다며 퇴거를 통지했다.

외교부와 해수부는 사고의 컨트롤타워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려고 했다. 그러다 결국 새 대통령이 당선한 5월 9일, 실종자 가족 대표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수색 종료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선사는 회사 경영을 이유로 수색에 투입했던 자사의 배들을 일방적으로 철수해 화물 선적을 재개했다. 그러면서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특별 위로금”을 꺼내 들었다. 아직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는 가족들을 ‘유가족’ 취급하며, 수색을 중단하는 대신 보상금 협상을 하자는 것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외쳤던 “생명보다 돈이 먼저냐”는 절규가 또다시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잘못이 있다면 처음부터 정부를 믿은 거겠죠. 책임지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피해자만 있어요” 하고 말하는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 또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과 판박이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실종 선원들의 무사귀환을 희망하는 메세지가 붙어있다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협의회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농성을 하고 있다

약속을 지켜라

황교안 정부로부터 잔인하게 버림받은 실종자 가족들은, 문재인이 대통령 후보 시절 “당선하면 스텔라 데이지호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겠다”고 약속한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종자 가족 대표 허경주 씨는 5월 9일 밤 문재인 유세 차량에 올라 눈물을 쏟으며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님 공약에 청와대 중심의 재난 사고 대응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투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해 주십시오.”

실종자 가족들은 오늘(17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즉각적인 수색 재개, 청와대 직속 전담대책위원회 설치, 수색 상황 브리핑, 개조 노후 선박 운항 금지 등을 요구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깊게 상처 입은 피해 가족들에게 당선을 위한 공수표를 내민 게 아니라면, 문재인은 실종자 수색과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망망대해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도 모를 실종자들을 심장이 타 들어가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의 희망을 저버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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