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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 가능성을 보여 주다

울산 현대차 5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 투쟁이 한 달 반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2월 21일에는 “이제껏 농성장의 많은 젊은 친구들이… 머리가 피로 범벅이 되고, 경비 여럿에게 무자비하게 밟히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5명이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나가볼랍니다”라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현대사측은 이를 폭력으로 짓밟으려 했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웃통을 벗고 결연히 맞섰다. 야만적인 탄압에도 굴하지 않는 투쟁에 갈수록 지지와 연대가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정규직노조 윤성근 전(前) 위원장과 현대정공 안현호 전(前) 위원장이 농성장에 결합했고 5공장 정규직 대의원회는 단전·단수 해제를 사측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 때문에 사측은 2월 25일에 농성장 단전·단수를 해제해야만 했다.

나는 내가 속한 4공장 정규직 소위원 의장에게 5공장 농성장 지지 방문을 제안했다. 소위원 의장은 동의했고 지지금으로 노조 활동비 10만 원을 인출했다. 소위원 의장은 대의원 대표에게 다시 제안했고,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2월 24일 4공장 대소위원 10여 명은 5공장 비정규직 농성장에 지지 방문을 갔다. 도장부 탈의실은 단전·단수로 컴컴하고 바닥은 아주 차가웠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모여들어 촛불 몇 개를 피우자 서서히 밝아지며 금새 집회장으로 변했다. 비정규직 농성자들은 우리를 반기며 팔을 흔들고 파업가를 불렀다.

한 정규직 대의원은 농성장에 들어서자마자 “회사를 이대로 두면 안 된다! 빨리 어떤 조치를 취해야 되지 않겠냐”며 사측의 단전·단수에 화를 냈다.

다른 대의원은 “너무 늦게 방문해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조 비대위 위원장 조가영 동지는 “이렇게 대·소위원 동지들이 방문하니 우리는 절로 힘이 난다”고 반겼다.

비정규직 노조는 해고된 1백여 명의 노동자들 생계비 지원을 위한 CMS 용지를 가져왔고, 나는 곧바로 그 용지에 5천 원을 적어 놓았다.

2월 27일에는 서울에서 민주노동당 당대회가 있었다. 당대회장에서 나는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동지들, 민주노동당내 ‘다함께’ 동지들과 함께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지지 모금을 벌였다. 순식간에 1백34만 2천 원이 모금됐다.

다음 날 2월 28일, 나는 울산시당 이용진 북구지역위원장과 함께 조가영 동지를 만나 모금 결과를 말해 줬다.

조가영 동지는 아주 반가워하며 “최남선 동지의 분신 치료비 등 재정이 힘들었다.”고 했다. 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현재 7일째 단식하고 있는데, 경비들이 주위에 어슬렁거리면서 욕설을 하며 모욕감을 주고 있다. 그래도 단식자들은 병원에 실려갈 때까지 단식할 거라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말해 줬다.

이 날 저녁, 울산 현대차에서는 2천5백여 명의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인 ‘원·하청 노동자 공동 결의대회’가 열렸다.

그 동안 연대에 소극적이었던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이번에는 고무적이게도 전 공장 잔업을 거부하고 2천여 명의 정규직 노동자를 동원하는 열의를 보였다. 사상 최초의 원·하청 공동 잔업거부가 이뤄진 것이다.

집회에서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모금한 투쟁 지지금을 전달하며 이용진 동지는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민주노동당이 선두에 설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집회에서 현대차정규직노조 이상욱 위원장은 “어떤 정규직 조합원들은 우리의 고용 불안이 심각한데 지금 비정규직 동지들의 정규직화가 시기적으로 맞느냐?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러나 동지들! 비정규직 동지들의 정규직화 투쟁은 역사의 요구입니다. 저는 이 투쟁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동지들과 우리가 하나로 투쟁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말을 실천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이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집회 이후 “현자 노조 깃발과 비정규직 노조 깃발이 같이 입장하[는] …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내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난 너무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을 보았다. … 참 보기 좋았다. 그래 바로 저거야. 저게 바로 ‘노동자는 하나다’ 라고 하는 거야.”라는 글을 노조 게시판에 올렸다.

소극적이었던 정규직 노조 지도부를 이만큼이나마 움직이게 한 것은 5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하고 영웅적인 투쟁이었다. 현대차의 투사들은 비정규직 노조와 5공장 농성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건설하고, 무엇보다 정규직 노조 지도부와 노동자들을 이 과정에 끌어들여야 한다.

노무현이 4월에 국회에서 비정규직 개악안을 밀어붙이려는 지금, 현대차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하는 불법 파견 철폐 투쟁을 건설하는 것은 더할 나위없이 강력한 투쟁의 주춧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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