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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저서 《운명》, 《1219 끝이 시작이다》, 《대한민국이 묻는다》:
노무현의 친제국주의와 시장화 개혁을 계승하려 하고 있다

문재인 ‘개혁’의 관건은 그 지향과 알맹이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문재인의 책들이 최근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이런 궁금증과 기대가 일정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전격 정계 진출을 하면서 쓴 《운명》, 2012년 패배를 돌아보며 쓴 《1219 끝이 시작이다》, 2017년 대선에서 자신의 국정 구상을 담아 내놓은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보면, 문재인이 일관되게 지켜 온 생각들과 갈수록 분명해지는 것들을 알 수 있다.

문재인이 자부심을 갖자는 노무현 정부의 진실 노무현의 개혁 열망 배신은 광범한 환멸과 저항을 불러왔다.

문재인은 일관되게 노무현 정부의 행적을 옹호하며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가 오히려 개혁을 가로막기도 했다”고 평가해 왔다.

또한 “진보진영[사회민주주의적 개혁주의가 아니라 민주당을 지칭하는 것임]이 영원한 소수파로 머물지 않으려면 국가에 대해, 그리고 국가 경영에 대해, 나아가서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서까지도 더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운명》)고 주장한다. ”국익”을 판단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도 한다. 가령, 문재인은 이라크 전쟁이 정의로운 전쟁은 아니라면서도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파병할 수도 있다. 그것이 국가경영이다” 하며 오히려 당시 반전 운동을 나무라고, 이라크 파병이 한반도 안정을 가져왔다고도 변명한다.

그러나 이 지역 불안정을 유지시켜 온 미국의 패권 정책을 지지하면서 안정을 바란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고, 파병으로 무고한 민간인이 살해됐으며, 복지에 쓰여야 할 돈들이 파병과 전쟁 지원(5년 동안 7천2백38억 원)에 쓰였다. 노동자·민중에게 이익이 아닌 건 분명하다. 도대체 국익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친기업 정책에 불만을 터뜨린 대중의 눈치를 살피느라 시장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문재인은 정작 노무현 정부에서 벌어진 시장화 정책은 옹호한다. 그러다보니 한미FTA 추진도 신자유주의와 관계없다고 잡아뗀다. “신자유주의의 징표인 시장절대주의, 작은 정부, 감세, 민영화, 노동의 유연화 등은 참여정부가 추종했던 노선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무현은 “기업하기 아주 좋도록, 활력 있게 기업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대통령이 가진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하고는 실제로 법인세·소득세·사치품 특소세를 폐지하는 등 감세 정책을 폈고 비정규직 개악 법안을 통과시켰고, 철도 민영화 등을 전진시켰다. 노무현은 “정부가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빼앗아 나눠 준다고 하면 큰 코 다친다”고 했고 문재인 자신도 법인세(명목세율) 인상은 한사코 미루고 있다.

문재인은 “복지국가로 나아가면서도 정부가 지나치게 비대화하지 않는 길은, 정부가 해왔던 기능을 민간에게 넘겨주는 것”(《운명》)이라고 한다. 문재인은 ‘민영화’의 뜻을 모르는 걸까? 지금도 문재인은 박근혜식 서비스발전기본법이 문제라면서도 이 규제 완화 법안에 반대하지 않고, 국무총리 지명자 이낙연은 규제프리존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문재인은 2012년 대선 패배의 요인 중 하나로 “근본주의”를 꼽으면서 “원칙의 강함이나 단단함만으로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고 강조한다.(《1219 끝이 시작이다》) 그는 “보수 진영이 갖고 있는 좋은 가치와 정책을 적극 수용할 수 있어야 더 폭넓은 진보가 될 수 있습니다” 하며 “유연한 진보”가 우경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폭넓은 진보”/“유연한 진보”는 중도 우파로 더 분명하게 이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그가 거리낌 없이 끌어들인 김광두는 박근혜의 경제 브레인이었는데, 이는 ‘적폐청산’은커녕 박근혜식 정책과의 ‘연속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진보가 아니면서 진보를 자처하는 것은 자신의 왼쪽에서 제기될 진정한 진보적 도전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야 하나

민주당과 우파 정당들은 권력을 두고 다투지만 한국 자본주의를 위기에서 구출하려는 데에서는 뜻을 같이해 왔다. 노무현은 집권 1년 후 “정책 측면에서는 정부가 한 일을 국회가 대부분 수용해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철도청의 철도공사 전환, 이라크 파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악,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 등이 이뤄졌다. 핵심 정책에서 큰 차이가 없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문재인은 “경제성장 전략 없이 국가를 책임질 수 없습니다”, “분배도 복지도 일자리도 경제 성장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는 “국가 운영”을 맡고서 민주당이 자본가들의 이해관계를 거스르려 하지 않고 그들의 신임을 얻으려 할 것임을 예고한다. 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노동계급에게 그 고통을 떠넘기려 할 것이라는 뜻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들은 오로지 노동자들을 착취함으로써만 부와 권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두 정부에서 중용된 인물들은 대부분 그런 ‘신임’을 얻었거나 아예 자본가 출신인 자들이었다. 그들 중에서도 자본가들의 눈밖에 난 인물들은 얼마 못 가 퇴출됐다. 무엇보다 두 정권 모두에서 드러났듯이 민주당도 자본가들의 돈으로 선거를 치르고 운영됐다. 그런 만큼 “협치”는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 떠넘기는 일에 우파의 힘까지 모으는 방식으로 드러날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에게는 노동자와 피억압자들의 저항을 억누르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윤 지상주의와 민주주의·평화·공공성 등은 양립할 수 없다. 노무현 정부 첫 해에만 노동자 2백4명이 구속됐다. 문재인이 “송구스러운 일”이라며 슬쩍 넘어간 부안 방폐장 반대 투쟁만 보더라도 경찰 수천 명이 지역의 평화를 파괴했다.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한다면 아래와 같은 자화자찬에 역겨움마저 느낄 것이다. “국민에게 이런 주권자 의식을 심어준 게 김대중 정부부터였습니다. 그 씨앗이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모든 국민들의 마음에 싹을 틔우고 자라나, 국민이 권력이라는 주권자 의식으로 자리잡았습니다.”(《대한민국이 묻는다》)

문재인은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힘 모으기’에 실패하면 어느 민주개혁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도 한다. 이는 정부가 개혁 염원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것이 아니라 민중이 눈높이를 낮추고 자신들을 무비판적으로 지지해 달라는 요구다.

“진보·개혁진영이 요구하는 수준의 ‘개혁’과 ‘복지 국가’를 정권의 힘만으로 해낼 수 있는가. 지금 우리 사회의 정치적 지형 속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참여정부가 남긴 교훈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경험에서 노동자들이 배워야 할 진정한 교훈은 민주당에 의존해서는 조그마한 개혁도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 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미동맹 중시가 가져올 긴장 등으로 문재인 정부의 모순과 한계가 곧 드러날 것이다. 인사 문제에서 벌써 그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와 수동적 태도를 조장하는 노동운동 내 일부 지도자들의 태도는 조만간 환멸을 느낄 노동자·민중에게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변화를 이루고 개혁을 성취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진실을 알리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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