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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의 발톱을 드러내는 일본

한 동안 잠잠했던 독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1월 일본 시마네 현 의회가 ‘독도의 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알려지면서다.

이 와중에 지난 2월 23일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일본대사가 “독도는 명백한 일본땅”이라고 말하고, 3월 9일에는 〈아사히신문〉의 비행기가 독도 상공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일부 네티즌들은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일본”이라고 말하며 반일 감정을 드러냈다.

사람들이 이처럼 일본의 독도 소유권 주장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증오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 우익의 주장과는 달리, 독도는 일본땅이 아니라 한국 영토다.

그러나 일본 지배자들은 ‘보통국가화’라는 이름으로 동아시아 나아가 국제 사회에서 패권적 지위 향상을 위해 관련 장애물을 하나둘 제거하고 있다.

돌섬일 뿐인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강변하는 것도 동아시아에 대한 제국주의적 패권 야욕과 관련 있다.

이미 일본은 자위대의 존재를 합법화하는 내용으로 평화헌법을 개정하기, ‘국제공헌’이라는 명목의 해외 군사 활동 확대,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사실상 용인 등을 추진해 왔다.

또한 일본 정계와 재계에 폭넓은 지지 세력을 갖고 있는 우익단체인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4년 전에 이어 일제 식민통치를 미화하는 내용의 역사 왜곡 교과서를 다시 신청한 것은 이런 흐름 속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이런 행보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기도 하다(중국 또한 전인대에서 ‘반국가분열법’을 채택함으로써 맞대응하고 있다).
이렇듯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동아시아 정치 지형을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군사대국화와 우경화는 미국의 용인 아래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비용을 일본과 나눠 맡고, 다른 경쟁국의 출현을 견제하면서 패권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미국은 ‘해외주둔미군재편계획(GPR)’을 통해 일본을 ‘전력투사중추기지’로 규정하면서 주일미군을 동아시아 전역과 중동, 중앙 아시아에까지 이르는 미군의 군사적 전개 축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이 점은 지난 2월 19일에 열린 미국과 일본의 ‘안보협의위원회’의 성명에서 양국의 동맹 범위를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하는 공동 전략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서도 확인됐다.

이와 함께 미국은 새로운 미일동맹에 방해가 되는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적극 돕고 있다.

미국이 일본과 군사 동맹을 강화한다는 것은 어느 선까지는 일본 지배자들의 이익을 옹호해 줘야 한다는 것이며, 미국은 중국이나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이를 지지하거나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 가능했다.

또, 일본은 북한과는 핵무기·납북자 문제, 중국과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오키노도리 등의 영토 문제, 러시아와는 북방 4개섬 반환 문제를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과 함께 대만 문제에도 개입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당하게도,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제국주의적 팽창 의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지배자들은 ‘테러와의 전쟁’과 이라크 파병에서 미국·일본과 함께 하고 있고 한·미·일 군사동맹을 중시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 경제 교류가 확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미국·일본과의 경제 교류가 더욱 중요하다. 이 점은 한국 지배자들이 한·일, 한·미 FTA를 강력하게 추진하려고 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독도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초기에 “조용한 외교”를 구사하려고 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한국 지배자들이 미국과 일본의 요구에 순순히 따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나름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이런 모순적 상황이 노무현이 밝힌 “친미적 자주”다. 노무현 정부가 국방비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것도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동북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제국주의에 일관되게 맞서기 위해서는 노무현과 같은 한국 지배자들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중국 또는 미·일 등의 강대국들과 협력하면서 세계 체제가 강요하는 끔찍한 희생을 우리에게 지우려 한다. 제국주의 동맹국의 이익뿐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독도 문제에 대한 지배자들의 민족주의 선동과는 다른 독립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일관된 반대는 군사대국화의 또 다른 피해자들인 일본의 노동계급과 민중에게서 나올 것이다. 국제주의 관점에서 이들과 연대하는 것이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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