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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광 갔다 억류된 미국 대학생, 혼수상태로 돌아오다

북한 관광 중 북한 당국에 체포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억류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고향에 돌아왔다.

지난해 1월 웜비어는 북한에 관광을 갔다가 ‘체제 전복’ 혐의로 체포돼, 무려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그가 했다는 ‘체제 전복’ 행위는 호텔 벽에 붙은 정치 선전물을 떼 가려고 시도한 것이었다! 이런 사소한 행위에 북한 당국은 ‘체제 전복’이라는 무시무시한 죄목을 갖다 붙였다.

웜비어가 억류된 지난해 1월은 북한의 4차 핵실험 등으로 미국이 대북제재를 강화하던 때였다. 이런 민감한 시국에 북한 당국은 웜비어 억류 사태를 자신의 외교적 목적(아마도 북·미 대화 재개)을 위한 카드로 생각했던 듯하다. 과거에 미국인 억류 사태로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재개되거나 전(前)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직접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즉, 북한 관료들은 외교적 목적을 위해 웜비어 같은 평범한 미국인을 생트집을 잡아 억류하고 재판에서 중형까지 내린 것이다.

그러나 웜비어는 어떤 이유에선지 혼수상태에 빠졌고, 북한 당국은 이를 숨기다가 결국 그를 미국으로 돌려 보냈다. 그래 놓고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돌려보냈다”고 얘기하는 건 적반하장이다. 이런 사건은 북한 체제가 진정한 사회주의와 무관한 사회임을, 그리고 북한 지배자들이 서방 지배자들 못지않게 매우 몰인정한 자들임을 보여 준다.

물론 미국 지배자들이 웜비어의 비극을 두고 북한 당국을 비난하는 건 매우 역겨운 일이다. 관타나모 감옥 등을 운영하며 아랍 등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잡아 와 재판도 없이 구금하고 가혹 행위를 저질러 온 게 바로 미국이었다. 불법 구금·가혹 행위의 규모 면에서 북한 지배자들은 미국 지배자들을 따라잡기 힘들 것이다.

미국이 웜비어 사건을 대북 압박 강화의 명분으로 삼으려 하는 것도 경계하고 반대해야 한다. 제재 강화는 인권 개선의 효과는 없이 북한 인민의 처지만 더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오히려 동북아 긴장을 높이는 미국의 군사행동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해 주기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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