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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은 정부 내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을 솎아내 처벌하라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 김영춘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잘 되는 조직은 신상필벌이 잘 되는 조직이다.” 이 말에 진정성이 있다면 해경 내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을 솎아내 처벌하기 위한 노력부터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해경은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에 의해 ‘해체’돼 국민안전처로 흡수됐다가 문재인에 의해 해수부 산하 기구로 부활할 예정이다. 언론들은 해경 내부 목소리를 전하면서, 해경청장 후보 중 하나로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조정관 이춘재를 언급하고 있다.

이춘재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본청 경비안전국장으로서 중앙구조본부 통솔 책임을 맡고 있었던 핵심 책임자다. 그는 구조의 골든타임(9시 40분)에 123정장의 보고를 통해 선내에 대다수 승객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문자 메시지로 한 번 지시를 내렸다고 하지만 확인이 안 되고, 무엇보다 123정에는 문자 보고 시스템이 없다).

이 자는 참사 이후 처벌은커녕 기소도 당하지 않은 채 남해해양경비본부장(치안감, 2급 공무원)을 거쳐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조정관(치안정감, 1급 공무원)으로 승진했다. 그가 해경청장 후보 물망에 오를 수 있는 것도 해경 내 ‘넘버2’로 불리는 유일한 치안정감이기 때문이다. 이춘재가 실제 해경청장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이런 자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 자뿐 아니라, 참사 당시 본청 경비과장 여인태(안전감찰관실 감사담당관으로 승진), 본청 상황실장 황영태(제주해양경비안전서 함장으로 재직 중) 등도 국민안전처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세월호 참사 당시 해수부 차관 손재학(국립해양박물관장에 재직중), 세월호 인양추진단장 연영진(해양과학기술진흥원장에 취임) 등 몇몇 책임자들은 해수부 소관의 기관이나 특수법인의 고위직으로 옮겨갔다.

박근혜는 충격 요법 식으로 해경을 ‘해체’했지만 이는 완전히 기만이었다. 참사의 책임자들은 국민안전처나 해수부 유관 기관으로 옮겨가 여전히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문재인은 박근혜가 저지른 짓을 되돌린다며 해경을 부활시키면서도, 정작 책임자 처벌 문제는 손 대지 않고 있다.

‘예은 아빠’ 유경근 씨는 페이스북에 “해경이 부활할 자격이 있습니까? … 문재인 정부는 해경 부활을 말하기에 앞서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최소한 이후 진상조사에 어떻게 임하게 할 것인지를 먼저 밝히는 게 우선입니다” 하고 밝혔다.

이 말대로 문재인 정부는 해경을 되살리기 이전에 국가 기구 곳곳에 포진해 있는 세월호 참사 책임자들부터 모조리 솎아내 처벌해야 한다. 또한 유가족들이 요구하고 문재인이 당선 전에 약속한 ‘강제력 있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국가의 외면에도 사람들은 진상 규명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 왔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특조위를 사실상 강제 해체한 이후에도 특조위 조사관들 31명은 흩어지지 않고 조사를 이어 왔다. 그 첫째 결과물이 6월 초에 출간된 《외면하고 회피했다 ― 세월호 책임 주체들》(세월호특조위 조사관 모임, 북콤마, 2017)이다. 조사관들은 참사 과정을 조목조목 되짚으며 국가기관과 그 책임자들의 잘못을 지목한다. 그 과정에서 국가 고위 책임자들의 관료적 태도(형식주의와 무사안일 뒤에 숨겨진 책임 회피 등)가 어떻게 참사를 ‘예비’해 왔는지도 잘 드러난다. 얇고 쉽게 쓰여져 금방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물론 이 책에서 조사관들은 국정원, 국방부, 해경 등이 세월호특조위에 자료 제출을 거부해 진상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공백이 있다고 인정한다. 그런데 추가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야말로 새 정부의 책임 아닌가? 문재인 정부는 당장 약속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