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퀴어문화축제 참가기:
성주 사드 배치 반대와 미 대사관 참여 허용은 병행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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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대구의 번화가인 동성로에서 제9회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축제가 시작되는 1시가 되자 동성로 일대는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고, 퍼레이드를 할 때는 1천 명가량이 참가했다. 지난해에 견줘 분명히 늘어난 규모다. 참가자들은 매우 젊어, 20대와 청소년들이 많았다. 동성로를 지나는 많은 행인들도 우호적인 시선으로 행사와 퍼레이드를 바라봤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행사장 주변에서 동성애 혐오를 부추기는 악선동을 해댔다. 물론 참가자들은 개의치 않고 축제를 즐기며 때로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혐오 선동을 맞받아쳤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성주 사드 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대구는 사드 배치가 강행되고 있는 성주와 불과 1시간 거리이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부스에서 사드 반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동남청년단의 백소현 활동가가 연단에서 발언했다. 연설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는 먼저
그런데 이런 사드 배치 반대 활동가들의 감동적 연대의 다른 한편에서는 매우 모순된 그림이 펼쳐지고 있었다. 올해 대구퀴어조직위는 사드 배치를 강행한 바로 그 제국주의 국가 미국의 주한 대사관 참여를 허용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부스를 차리고 연단에서 연설까지 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의 조직위원회가 미 대사관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 기구들의 참여를 허용한 지는 이미 몇 해 됐지만, 대구퀴어문화축제에 미 대사관이 참여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미 대사관 부스에는 트럼프가

심지어 성주 사드 배치 반대 활동가가 발언한 바로 그 연단에서 잠시 후 주한 미 대사관 공공외교지역총괄담당관이 올라와서 연설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회자는
미 대사관 공공외교지역총괄담당관은 성소수자 문제가
왜 미 대사관이 올해 처음 대구에까지 내려와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는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성주와 지근거리에 있는 대구퀴어문화축제에는 대구
성소수자 운동은 제국주의적 공세를
정의당 성평등부가 미 대사관의 대구퀴어문화축제 참여가 진보인 것처럼 논평한 것도 크게 아쉬운 일이다.
물론 보수 우파의 아성인 대구에서 성소수자들이 겪었을 두려움과 외로움은 이해가 간다. 우파들이 숭배하는 미국의 대사관 참여를 허용함으로써 우파를 침묵하게 하는 효과를 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우파의 기를 살릴 것이고, 결국은 성소수자 운동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성소수자 운동이 미 제국주의의 위선을 가리는 데 의도치 않게 동참함으로써 결국엔 좀 더 진보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