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국가 대사관과 다국적기업의 퀴어문화축제 참여는 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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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지난해 노동자연대는 퀴어조직위가 이렇게 미국 등 제국주의 국가들의 대사관을 초대하고 심지어 미국 대사에게 연단까지 허용한 것과 자본주의 기업들의 후원을 받은 것을 비판했다.
전략
퀴어조직위는 이미 2014년부터 미국 대사관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 대사관들을 퀴어문화축제에 참여시켰고, 국가나 기업의 지원을 받으려고 애쓰며 그것이 충분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토로해 왔다. 심지어 2015년에는
퀴어조직위가 초기부터 기업의 후원을 끌어들이려 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그들은 제국주의자들과 대기업의 퍼레이드 참가를 진보의 부산물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물론 권력자들의 지원은 지독히 천대받는 사람들이 기성 사회로부터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받는다고 여기게 해 줘 어느 정도 위안감을 준다는 점을 우리가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주류화 전략으로는 성소수자 해방을 성취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대기업들과 제국주의 국가들이 퀴어문화축제를 지원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예컨대 구글코리아 사장 존 리는 가습기 살균제 판매의 주범 옥시의 최고경영자
또한 구글은 세금을 제대로 안 내기로 유명한 기업이다. 법인세가 낮은 지역으로 매출을 돌려 조세를 회피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업계는 구글이 한국에서 1조 5천9백3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하지만, 그만큼 세금을 냈는지는 비밀에 부쳐져 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해외의 민간단체들을 지원할 때 그 목적은 언제나 자국 대외 정책의 본질을 감추고 해당 국가에 친제국주의적 세력을 육성하는 것이다.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은 성소수자 문제를 제국주의 전쟁을 정당화하거나 인종 차별을 부추기는 데 이용해 왔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제국주의 국가들은 무슬림과 이슬람 혐오를 부추기는 수단의 하나로 성소수자 인권을 들먹였다. 그러나 서구 지배자들은
섹슈얼리티에만 관심 있지 않고 사회 전체의 변화에도 관심 있는 성소수자 운동가들은 서구 지배자들의 이런 위선을 날카롭게 비판해 왔다. 예컨대 저명한 퀴어 이론가 주디스 버틀러는 2010년 독일 베를린 성소수자 행진
제국주의 국가들이나 대기업들의 후원을 받으려 애쓰는 것은 성소수자 차별을 근본적 사회 변화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의를 지닌 엘리트를 통해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천대받는 소수자들이 천대에 맞서, 기성 사회에 반대해 스스로 투쟁하는 것을 고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동성을 부추긴다.
차별에 맞서 광범한 진보적·급진적 연대를 구축해야
서구 성소수자들의 권리가 그나마 전진한 것은 1960년대 이래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해서였지 권력자들의 선의 덕분이 아니었다. 그리고 1960년대 후반부와 1970년대 전반부에 분출했던 성소수자 투쟁은 별개의 독자적 투쟁만을 고집하지 않고 당시에 일어난 노동계급 운동과 다른 여러 급진적 운동과 상호작용을 하며 함께 성장한 것이다.
특히, 한국의 민중은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경험과, 대기업과 독재정권에 대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원 때문에 제국주의 열강의 위선에 대한 정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서구 대사관들의 지원을 받고 다국적기업의 후원을 받는 것은 스스로 다른 저항세력들과 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성소수자 차별을 없애려면 성소수자 운동이 반제국주의
무엇보다, 성소수자 천대는 단지 개인들의 편견에서 비롯한 게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와 작동 방식과 관련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자본주의 사회 가족의 경제적
우리 편의 힘을 만만찮게 키우려면 천대와 차별에 맞서 광범한 진보적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폭넓은 진보적 연대로 성소수자들이 어느 정도 개혁을 성취한 서구에서도 성소수자 해방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성소수자 다수는 실업과 빈곤, 복지 축소 등으로 각종 육체적
1980년대 들어 서구의 대중 운동이 후퇴한 시기에 성소수자 운동의 투쟁성도 약화됐다. 신자유주의 친시장 논리가 확산되면서 급기야 최근의 퀴어 퍼레이드는 대기업과 국가기구의 후원을 많이 받기 시작했다. 일부 성소수자 운동가들은 아예
이제 서구의 성소수자 운동 안에서도 퀴어 퍼레이드의 상업화와 우경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지적한 버틀러의 연설이 한 사례이다. 며칠 전 미국 워싱턴DC의
진정한 진보를 염원하는 한국의 성소수자들과 좌파 단체들은 퀴어문화축제가 갈수록 상업화하고 주최 측이 제국주의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문제다. 친제국주의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