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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어떻게 아래로부터의 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

21세기 혁명을 고찰하는 크리스 하먼의 칼럼을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 

사람들은 기존의 사회주의자 집단이 조금씩 커지다가 갑자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혁명인 것처럼 말하곤 한다. 1960년대 말, 사람들은 체 게바라를 따라 “네가 혁명가라면 혁명을 만들어라” 하고 말했다. 오늘날 그 사람들 가운데 다수는 “혁명을 일으키기에는 우리 수가 너무 적어. 정부에게 압력을 넣어서 개혁을 성취하면 됐지 뭐.”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혁명은 한 무리의 혁명가들 때문에 일어나는 게 절대 아니다. 혁명가들의 규모가 크건 작건 말이다. 혁명은 전에는 혁명의 ‘혁’ 자도 생각하지 않던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 활동의 중심으로 뛰어들 때 일어나는 것이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은 한줌의 공화주의자들 때문에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혁명은 파리 빈민가의 수많은 민중이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행진하기로 결심했을 때 시작됐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초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신물이 난 여성 직물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들에게 밖으로 나와 함께 행진하자고 호소하기 위해 그들이 일하는 공장 창문에 눈덩이를 던졌다.

이런 사건들은 자생적으로, 다시 말해 노동 대중의 다수가 자신들이 행동에 나서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깨달았을 때 일어난다. 이럴 때는 혁명적 변화를 주장해 왔던 사회주의자들조차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상황의 갑작스런 변화에 놀라곤 한다.

이런 대중 봉기들은 더 넓은 사회적 변화의 결과로 사람들이 예전처럼 행동하기를 거부할 때 발생한다.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 레닌은 1917년 격변이 벌어지기 2년 전인 1915년에 이러한 변화 과정을 검토했다.

레닌은 사람들의 행동에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조건을 지적했다. 첫번째,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이 살고 일하는 조건을 더는 견딜 수 없다고 느끼는 지점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대중 봉기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생활수준이 크게 하락했을 때, 사람들은 투쟁에 나서기보다 사기저하돼 서로 반목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레닌은 두번째 조건을 강조했다. 거대한 경제적·정치적 위기가 단지 사회 밑바닥에만 고통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는 지배 계급도 혼란에 빠져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이런 위기들은 가장 강력한 자본가들 사이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그들은 쉽게 이길 수 없는 장기전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지배자들은 사태의 책임을 둘러싸고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각각의 자본가들은 대중을 억압하는 한편, 경쟁 자본가를 희생시켜 위기에서 탈출하려고 한다.

극단적인 경우에 이런 내분 때문에 지배자들의 선전·억압 기구가 마비될 수도 있다. 지배 계급의 각 분파들은 자신의 경쟁자에 대항해 언론과 비밀 경찰을 이용하려 든다. 그리고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중을 동원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배 계급이 내분에 휩싸인다는 것은 대중의 요구를 가로막고 서 있던 장벽이 더는 강고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대중에게 전투적 행동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혁명적 상황은 이 두 가지 조건이 결합될 때, 즉 레닌의 말처럼 “하층 계급이 더는 기존 방식으로 살기를 바라지 않고, 상층 계급은 기존 방식대로 살 수 없을” 때 창출된다.

그 어떤 사회 계층도 기존 질서에 만족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해결책을 갈구한다. 그것이 아무리 “극단적”일지라도 말이다.

세계 대전과 대공황이 발생한 20세기의 전반기 동안 그런 혁명적 상황이 발생했다. 무정부적인 생산과 금융의 세계화와 함께 21세기 초 자본주의에서도 그런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2001년 아르헨티나 위기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1990년대 동안 아르헨티나는 세계화한 국민 경제의 모델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대통령과 장관들은 탈규제, 사유화, 해외 자본 유치 정책을 신속하게 도입해 제도권 경제학자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그리고 나서 아르헨티나는 지구 반대편 태국으로부터 시작된 금융 위기의 여파에 타격을 입었다. 아르헨티나의 외채가 정신 없이 불어났다. 국내 상품 시장이 붕괴했다. 실업률이 치솟았다. 국가는 전체 은행계좌를 동결했다.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둘러싸고 지배 계급이 분열했다.

바로 그 때 전에는 단 한번도 거리로 나설 생각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 ― 실업자, 육체 노동자, 공무원, 중간 계급 일부 ― 이 대통령궁으로 행진했고 하루 종일 경찰과 싸웠다. 그리고 정부를 몰아냈다.

아르헨티나는 유일한 사례가 아니다. 알바니아, 인도네시아, 세르비아, 에콰도르, 볼리비아에서도 똑같은 특징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동일한 시기에, 어떤 나라는 평화와 안정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두 거대한 파도 사이에 떠 있는 뗏목일 수 있다. 파도가 갑자기 뗏목을 덮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대중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갑자기 정치 활동에 뛰어들 수 있다. 다음 번에 나는 이러한 상황에서 혁명가들의 구실을 검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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