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다시 악화되다
〈노동자 연대〉 구독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다시 높아질 조짐이다. 국내 언론들은 그 주된 원인이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트럼프가 원하는 만큼 협력해 주지 않아서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통상, 대만 문제, 남중국해 등 경제적·지정학적 핵심 이익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철강, 반도체 등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본격적인 무역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중국 무역적자가 개선되지 않은 점에 불만을 드러내고 조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철강 등 주요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와 산업 기반을 위협한다고도 본다.
관세 인상 등이 겨누는 주된 타깃은 중국이다. 하지만 한국·일본·유럽연합 기업들도 피해를 입는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트럼프 정부의 무역 장벽 강화 조처가 전체 무역 시스템에 해악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런 조언에 귀 기울일지는 불확실하다.
6월 27일 미국 국무부는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의 하나로 지정했다. 탈북민 강제 송환, 위구르인 강제 노역 등을 주된 이유로 설명하며, 중국에 인권 공세를 펼쳤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과 금융 거래를 했다는 이유로 중국 단둥은행이 미국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지정했다. 미국과 거래하지 못하는 금융기관은 국제 금융망에서 아예 퇴출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과 개인들을 제재하라고 중국 정부에 촉구해 왔는데, 이번 조처는 미국이 단독으로 중국 기업들을 제재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대만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주요 쟁점에 대만 문제도 있다. 6월 29일 트럼프 정부는 대만에 13억 달러어치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 중국은 이를 두고 “미국이 우리 등에 칼을 꽂았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정부는 단지 무기 판매뿐 아니라 “하나의 중국” 원칙도 다시 흔들기 시작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는 미국 해군 함정의 기항지로 대만 항구를 허용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 개정안을 상원 전체 회의로 보냈다. 미국 해군은 1979년 중국과의 수교 이후 해군 함정을 대만에 정박한 적이 없다.
이리 되자, 7월 1일 중국은 항공모함을 대만 방공식별구역 내 해상으로 진입케 하는 무력 시위를 벌였다.
남중국해도 문제다.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미사일 엄폐 시설 4곳을 추가 건설했다는 사실이 인공위성 사진 분석으로 알려지자, 미국 해군은 구축함을 보내어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 주변 수역에 진입케 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항행의 자유 작전은 트럼프 집권 후 두 번째다.
미국과 중국은 단지 지정학적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를 놓고도 공공연하게 충돌하고 있다. 두 영역의 갈등이 중첩되면서 갈마드는 조짐이 보인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은 미국에 가서 “강력한 힘에 기반한 외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하며, 트럼프의 패권 전략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아시아 불안정이 커지는 판국에 이런 친미적 행보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