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공약 후퇴:
독과점 통신기업들을 재국유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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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핸드폰 기본요금 1만 1천 원 폐지’ 공약이 이동통신 시장을 장악한 대기업들의 반발로 흐지부지 끝나게 생겼다.
“정부가 기업의 팔을 비틀고 있다”며 이동통신사들이 강력히 반발하자, “통신요금 인하는 법을 바꿔서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유영민)며 물러선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전임 정부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가계통신비 20퍼센트 인하를, 박근혜 정부도 반값 통신비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별 성과 없이 끝난 바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기본요금 1만 1천 원 폐지’에 한참 못 미치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20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2만 원대 ‘보편요금제’ 출시 등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이처럼 정부가 통신비 인하 공약에서 후퇴하자, SK텔레콤 같은 이동통신사들의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은 “정부의 일방적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조정이 법률 권한을 뛰어넘은 것”이라며 이마저도 행정소송을 불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동통신은 필수재다. 2017년 2월 말 기준 이동전화 가입자는 우리 나라 총인구보다 많은 6천75만 명이고 휴대폰 보유율은 96.6퍼센트다(이 중 스마트폰 가입자는 4천6백85만 명, 83.3퍼센트). 전 국민이 휴대폰 한 대 이상은 갖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부담 없는 비용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성 강화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 그러나 역대 한국 정부는 통신 서비스를 민영화함으로써(1994년 SK텔레콤, 2002년 KT) 대기업들의 배만 불렸다.
대형 통신3사는 기본요금 1만 1천 원을 폐지하면 연간 손실이 7조 원이 넘어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반발한다. 자신들의 영업이익이 3조 원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신3사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고 쓰는 마케팅비용만 연간 8조 원에 이른다(그런데도 시장 점유율은 거의 변동이 없다). 이들 회사 간 통신망 중복투자비 역시 연 2조 원에 이른다. 또, 매년 1조 원 가까운 돈을 배당으로 써 버리고 있다.
정부는 통신을 민영화하면 경쟁을 통해 통신요금이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쓸데없는 이윤 경쟁으로 기업주들과 대주주들만 득을 보고 있다.
KT·SKT 같은 독과점 대기업들을 다시 국유화해, 정부가 저렴하고 질 좋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실제 통신비 인하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