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기독교계의 “이단” 시비 규탄 기자회견:
“자신의 추함 감추려 임보라 목사 마녀사냥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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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오전 11시 명동의 향린교회 향우실에서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성 시비 규탄 기자회견이 향린공동체(강남향린교회, 들꽃향린교회, 섬돌향린교회, 향린교회) 주최로 열렸다.
지난 6월 16일 대한예수장로회총회(이하 예장합동) 이단대책위원회는 성소수자 차별 반대에 앞장서 온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를 이단 심사하겠다고 나섰다. 임보라 목사가 동성애를 옹호하고, 성경이 동성애를 단죄하지 않는다는 신학적 입장을 다룬 《퀴어 성서 주석》을 번역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오늘 기자회견에는 향린교회 교우 수십 명이 참가해 보수 기독교계의 성소수자 혐오를 소리 높여 규탄했다. 향린공동체는 앞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임보라 목사 “이단” 시비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장합동이 다른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사를 “이단” 심사하겠다는 것부터가 당찮은 말이다. 교단마다 신학적 이해가 다른 것은 매우 상식적인데, 이를 “이단” 치부하며 공격하는 건 동성애 혐오를 부추기는 마녀사냥일 뿐이다.
이런 반동적 공격은 1935년 성서비평적 시각으로 저술된 《아빙돈 성경 주석》이 보수적 성서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이단서로 판정 받은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주석 번역에 참여한 진보적 목사들이 고초를 치러야 했다.
이번 “이단” 심사 시도는 예장합동 소속인 대형교회 목사들의 비리와 범죄 추문을 덮고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가 있는 듯하다. 부패 비리로 악명 높은 조용기 목사가 5월 17일 배임 혐의 유죄가 확정되고, 여성 신도를 성추행·성희롱한 전병욱 목사가 6월 1일 유죄 판결을 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임보라 목사에 대한 공격이 감행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보수 기독교계의 썩은 내 나는 교단의 부패는 덮어둔 채, 앞장서서 성소수자 차별 반대 목소리를 내 온 임보라 목사를 공격하는 위선은 보아 넘기기 힘들다. 기독장로회 전국여교역자회가 성명에서 “타인의 눈의 티끌을 찾기 이전에 자기 눈의 들보부터 먼저 보실 것을 권면”한다고 지적한 것은 완전히 옳다.
예장합동만이 아니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고신·합신·백석,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한국침례회를 비롯한 8개 교단 연합이 임보라 목사 공격에 합세한 것도 분노스러운 일이다. 임보라 목사에 대한 “이단” 시비가 동성애 혐오를 중심으로 기독교계 주류를 결집시키고 진보파를 공격하려는 일환임을 보여 준다.
마녀사냥
오늘 기자회견에서 첫 발언을 한 김경호 들꽃향린교회 담임목사는 “임보라 목사를 이단이라 한다면 구약 성서에 적힌 율법을 지키지 않는 모든 교회를 이단으로 하라. 7년에 한 번 빚을 면제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이단으로 하라.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무리에서 끌어내어 죽이라 했는데 그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죽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동성애가 세상에 무슨 해악을 끼쳤나. 동성애자들은 우리의 이웃이며 친구”라며 예수의 근본적 가르침이 사랑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섬돌향린교회 서병서 목회운영위원장은 지난 겨울 촛불 운동 때 “적폐 세력을 옹호하며 가난하고 헐벗은 이웃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일부 보수교회가 “그 추함을 감추려 다른 이를 끌어들여 이단으로 덧씌우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감리교 ‘퀴어함께’ 소속의 상야 목사도 임보라 목사를 방어하고 나섰다. 상야 목사는 “5백년 전 성경을 근거로, 지동설을 주장한 이들을 이단으로 몰아붙였던 이들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며 보수 기독교계가 자신들의 부패와 비리 때문에 “무너져가는 교회의 권위와 줄어가는 성도들 앞에서 희생양을 찾아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앞으로 감리교회 목회자와 평신도들과 함께 기도하며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성소수자들의 교회인 로뎀나무그늘 교회의 박진영 담임목사도 보수 기독교계의 편협함을 비판했다. “요한복음 7장의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이 예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예수가 율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히려 예수와 제자들을 정죄했다. 성소수자들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죄하는 이들은 예수를 정죄했던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과 닮았다.”
남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교회들은 인권의 자리에 종교의 목소리가 필요하면 공격의 위험도 무릅쓰고 싸웠다”며 많은 기독교인 성소수자들에게 임보라 목사 같은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밝혔다.
사회 정의를 위한 운동에 앞장서 온 조헌정 전 향린교회 담임목사도 임보라 목사를 지지하며 보수 기독교계에 맞서 성소수자 등 억압받는 사람들 편에 서 온 향린교회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예장합동을 비롯한 보수 기독교계는 임보라 목사에 대한 마녀샤냥을 즉각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