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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샤오보 사망:
중국 국가의 “정치적 살인”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가 오랜 투옥 끝에 7월 13일 간암으로 사망하자, 서구 언론은 이를 중국 인권 비난과 연결시켰고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 사망의 파장을 축소시키려고 애썼다.

홍콩에 설치된 류샤오보 분향소 ⓒ출처 etanliam(플리커)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류샤오보가 해외에서 치료받기를 원했으나, 중국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그리고 그가 사망하자 그의 묘가 정치적 상징이 될까 봐 류샤오보의 시신을 화장해 바다에 뿌리게 했다. 참으로 비정하다.

류샤오보는 오랫동안 중국에서 정부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옹호해 온 인사다. 그는 1989년 톈안먼 항쟁 당시 단식 농성에 함께해, 2년간 옥고를 치렀다. 그 이후에도 수차례 투옥·감금을 겪어야 했다. 비록 그는 1990년대 온건한 자유주의자로 변했지만, 중국 민중에게 민주적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2008년 말 류샤오보를 포함해 중국 지식인 3백여 명이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선언문 ‘08헌장’을 발표했다. 이것은 1977년 체코의 반체제 지식인들이 인권 탄압에 맞서 선언했던 77헌장을 본받은 것이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를 체포해 국가 전복을 선동했다는 혐의로 징역 11년형에 처했다(한국에서 전 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에게 덧씌워진 혐의와 비슷하다!). 2010년 류샤오보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물론 ‘08헌장’에 드러난 류샤오보의 자유주의적 사상은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들이 있다(예컨대, 사유재산제 옹호나 민영화 지지, 독점이 아닌 공정한 시장경제 옹호). 그리고 중국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반발이 깊은 나머지, 서구에 대한 환상도 컸다. 류샤오보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략을 ‘정의의 해방 전쟁’이라며 지지했다. 또한 류샤오보가 ‘평등과 민주주의’를 호소했음에도 역사에서 나타난 노동자 대중 투쟁이나 혁명을 결코 지지하지 않았고,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제를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로 봤다.

08헌장

그러나 류샤오보가 탄압을 받은 것은 그가 민영화 등을 옹호해서도, 서구 제국주의에 우호적이어서도 아니었다. 중국 공산당 정부야말로 민영화를 포함해 시장 개혁을 도입한 장본인 아닌가?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를 장기간 감옥에 가둬 그를 죽게 만든 것은 ’08헌장’이 집회와 결사의 자유, 노동자의 파업권 등 가장 기본적인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08헌장’에 노동자를 포함해 1만여 명이 서명(온라인 서명)한 것은 중국공산당 정부를 긴장케 했을 것이다.

오늘날 연 10만 건 이상의 집단 행동이 벌어지는 등 중국 사회는 노동자 투쟁을 비롯해 농민, 도시 빈민, 소수민족 저항 등에 직면해 있다. 파업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집단 행동도 2011년에 월 평균 10~20건에서 2016년에는 한 달에 1백~2백여 건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중국노동회보의 통계 참고). 중국 경제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고 노동자 저항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제국주의 갈등이 심화되는 등, 중국 국가는 안팎의 여러 심각한 도전에 대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런 상황 때문에 중국 지배 관료들은 사상과 주장을 검열해 류샤오보 같은 인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거나 처벌하는 것이다. 그런 주장을 방치했다가 자칫 마른 들에 떨어진 불씨처럼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서구 지배자들은 일제히 류샤오보를 추모하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중국 정부를 비난한다. 그러나 중국 지배자들 못지 않게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자들이 경쟁국의 인권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위선적이다. 서방 다국적기업들도 중국에서 지배자들과 손잡고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조차 없는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류샤오보의 비극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의 권위주의적 민낯을 드러낸 사례다. 이런 비극이 또 벌어지지 않으려면, 결국 중국 노동계급의 저항이 마른 들에 번지는 불처럼 활활 타올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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